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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적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3
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금기 안에 금기
내가 말하는 금기가 진정한 금기인가?
책은 감옥을 단순한 억압의 상징을 넘어 하나의 세계로 확장하며, 그 안에서만 드러나는 인간의 날것 같은 감정을 말한다. 억압과 사랑, 고독과 연대가 교차하는 이야기는 너무 생생해 불편하지만, 그 안에 또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감옥이라는 금기안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금기. 어둠속에 자란 장미. 밤에 피는 장미 같다. 가시투성이지만 그만큼 강렬하다.
책은 첫 장부터 독자를 잡아끈다. 화자는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잔혹하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곳은 죄와 벌의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삶과 본능이 부딪치며 새로운 형태의 관계와 규율이 탄생시킨다. 모든 것이 박탈당한 감옥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마치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듯하다.
억압 안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이 모순적인 역동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의식적으로 ‘감옥’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게 한다.
특히 감옥 안에서의 사랑 이야기는 강렬하다. 음성지원이 되지 않은 책이라(원래 책들은 음성지원이 안되지만, 그렇지만 음성지원이 간혹된다. 남녀노소 정도는 음성지원이 되는데...) 더욱 강렬하다. 금지된 것이기에 더 간절하고, 억눌린 것이기에 더 날카롭다.
이 사랑은 화자의 서술 속에서 단순한 욕망을 넘어선다. 그것은 신성에 가까운 모습으로 승화된다. 절망 속에서 태어난 사랑은 순수함을 품고 있으며, 금기의 틀을 깨며 빛난다. 독자는 이런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사랑이란 자유로운 환경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억압 속에서야 비로소 그 본질을 드러내는 것인가?
문체는 몽환적이다. 감옥이라는 삭막한 배경 속에서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독자를 마치 꿈속으로 끌어들인다.
감옥의 동료들은 단순한 죄수가 아니다. 그들은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존재로 그려지며, 현실과 신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안돼!! 미화하지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감옥이라는 단어가 지닌 고정된 이미지에 혼란이 온다. 이곳은 억압의 공간임과 동시에 독특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세계이다. (원래 감옥 이래?)
소설은 결코 감옥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배고픔, 폭력, 두려움이 끊임없이 드리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감정이 새어나온다. (요즘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제 체포영장 가지고 간 공수처에게 자진출두하겠다는 헛소리로 2시간 30분을 낭비하게 한... 그... 그만해.) 감옥이라는 공간은 인간을 철저히 부수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그 틈새에서 빛을 발한다. 그 빛은 미약하지만, 그만큼 소중하다. 인간은 부서지면서도 그 조각들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닝겐은 뭘까? 닝겐, 너 뭐니? 닝겐, 설명가능해?
감옥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 관계는 기존 사회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다. 이 관계들은 절박하고, 파괴적이며, 동시에 깊은 연대를 품는다. 그것은 단순한 우정도, 사랑도 아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관계 속에서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의존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고립된 존재인지 묘사한다. 이 부분이 특히 강렬하다. 감옥 안의 인간들은 한없이 고립되었지만, 서로를 통해 살아간다. 이런 관계들은 인간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소설은 단순 자전적 소설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서 드러나는 본질을 탐구하는 실험이다.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믿어온 사랑, 자유, 인간 관계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되었다. 이 책은 황폐한 곳에서 피어난 장미처럼 아프지만, 그 아픔 뒤에는 잊을 수 없는 흔적과 향기가 남는다. 감옥의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이 장미는, 그 자체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고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물인 인간에게
보이도 않는 이런
자유ㆍ억압ㆍ고통ㆍ사랑ㆍ관계...
것들이 중요한건 왜일까?
말이 길어지는것 보니,
또 생각이 저 만치 혼자 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