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전스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지식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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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물 올리고 잠시,

미팅 기다리며 잠시,
자기 전 잠시,
컴을 끄고 잠시,
컴이 업그할 때 그 잠시.

이 책은 내 하루 속 빈틈들을 기가 막히게 털어갔다. 👍스마트폰을 보던 시간에 이 책을 집었는데, 분량도 딱이고 내용도 딱이었다.

정신없이 읽히는데, 이상하게 똑똑해진 기분이 든다. 과학, 철학, 정치, 종교, 기술까지—세상은 이 작은 책 안에서 가벼운 척 하면서 사람을 끊임없이 툭툭 찌른다. 토막글로 구성되어 있어 ‘이게 무슨 위키문서 편집본인가’ 싶다가도, 읽다 보면 갑자기 허를 찌른다.

각 아이디어는 짧지만 알차다. 백신, 전염병, 인쇄기, 인터넷, AI, 공공 보건, 낙태, 죽음의 권리, 기후변화, 젠더, 결혼 까지. 어쩌면 이렇게 많은 주제를 담아놓고도 지루하지 않지? 서랍을 연 줄 알았는데, 무슨 타임머신이 튀어나온다.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시간대가 바뀌고, 대륙이 바뀌고, 인간이 어디까지 오만했는지를 구경하게 된다.🤣

가장 놀라운 건, 이 책이 정말 웃긴다. 진화론이 사회 다윈주의로 왜곡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경쟁에서 이긴 자들이 이기는 법을 만들고, 진 자들이 도덕을 설계했다”는 대목에선 커피 뿜을 뻔했다. 🤣현대 의료 시스템을 다루는 부분에선, “건강보험 없는 자본주의는 다이내믹하다. 병원비 고지서를 보면 혈압이 자동으로 올라 진단이 쉬워진다”는 농담까지 던진다. 블랙코미디 감성 제대로다. 내 취향!!

나는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아 이거 내가 써놓고 싶었는데’ 하는 유치한 질투심을 느꼈다. 좀 유치한편🙄🤣🌊

하지만 마냥 신나기만 하진 않는다. 이 책, 짧다는 게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다. 어떤 주제는 흥미롭게 던져놓고 그대로 달아난다. 예를 들어 ‘젠더’와 ‘가족 구조’ 관련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지만, 한두 문장 던지고 마무리된다. 끝내지마!!

특히 과학적 개념들 중 몇몇은 용어만 훑고 지나가서, 배경지식 없는 사람은 “뭐가 빅이고 뭐가 미니지?” 하고 갸웃거릴 수 있다. 예컨대 양자역학이나 유전학 같은 주제는, 너무 압축되다 보니 아쉬움이 컸다. ‘작은 책에 큰 이야기를 담았다’는 기획 의도는 알겠는데, 가끔은 너무 작아서 진짜 안 보이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친 듯이 유용하다. 짧고 강렬하다. 누군가와 밥 먹으며 세상을 욕해야 할 때, 논리적 근거를 대고 싶을 때, 이 책을 훑어보면 된다.

읽고 나면 뇌 한쪽이 기분 좋게 간질거린다. 누군가는 ‘너무 가볍다’고 말하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가볍게라도 생각하는 게 중요한거 아닌가?
생각 안 하고 사는 건, 고장난 뇌로 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 책은 뇌를 고치진 않지만, 최소한 점검하게는 해준다. 아, 그리고 휴대성도 최상이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펼쳐도 눈치 안 보인다. 글씨가 큼직큼직한 건 아니지만, 문장이 쿡쿡 찌르니까 집중력은 알아서 올라간다.

짬나는 시간에 세상을 통째로 씹고 뱉은 느낌이다. 가끔은 좀 더 오래 씹고 싶었는데, 이미 삼켜버린 뒤라는 게 문제. 그래도 좋다. 또 다시 꺼내어 씹으면 된다. 그러라고 책장에 꽂아둔 거니까.

4월 8일에 온 📚
한 달 동안 계속 스토리 올릴까하다 종종으로 바꾼 책.

느긋하니 아이에게도 읽히고, 설명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여유롭고 유쾌했다.

아이들은 짧아서 더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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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전략 수업 -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남는 15가지 시스템
폴 포돌스키 지음, 고영훈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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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하고, 통장은 늘 강제 다이어트 중이다. 통장 잔고는 숨바꼭질의 달인이고, 월급은 입금되자마자 25년 3월 8일의 누구처럼 고의에 의한 불법이나 합법적 탈옥을 한다. 예산은 계획이 아니라 환상이고, 지출은 매일이 계엄을 선언한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책이 하나 있다. 기가 막히게 불편하다. 조지오웰이 “글은 독자가 불편해야한다” 라고 했다.

그럼 읽자. 직면은 원래 불편하고 아프고 눈을 감고 싶은 것이니....
마치 거울에 비친 생얼처럼.

이 책은 ‘돈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처음엔 헛웃음 나왔다. 하루살이 인생에 뭘 어떻게 설계하라는 건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 허탈한 웃음 뒤에 남는 건 진지한 침묵이다. 진짜 돈을 내가 끌고 다닌 적이 있던가? 늘 돈이 나를 끌고 갔지.

책에는 15가지 시스템이 나온다. 대단히 과학적이거나 금융 공학적인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씁쓸한 커피 한 잔 앞에서, 카드값 명세서를 보며 벌어지는 뇌내 폭풍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

돈에 대한 환상, 돈으로부터의 공포, 돈이 만들어내는 위계와 거짓말까지. 마치 심리학 책을 위장한 경제서 같다. 게다가 이 책, 꽤 유머러스하다. 물론 그 유머는 블랙에 가까워서 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돈과의 전쟁인데, 이 책은 전략서인가, 항복 사유서인가.' 🤣

그런데 책은 항복을 권하하기보다 무기를 쥐여준다. 그 무기가 총칼이 아니라 '판단력'과 '사고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전투는 생각보다 고차원적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그토록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사고의 힘이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이 책이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식의 자본주의 주술을 해독해준다는 점이다. 반박하고 싶지만, 자본주의에서 어찌 돈이 중요하지 않을까.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쵝오지!!”

그렇지마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에 잡아먹히지 않는 감각이 더 필요하다. 그걸 모르면, 마트에서 물티슈 하나 고르다가 인생의 허무와 맞닥뜨리게 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그 모든 혼란에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뜻하진 않지만, 현실적이다. 약간 냉소적인이라서 더 좋다. 난 위로보다 냉철한 말이 더 와닿는다.

결국 이 책은 돈 얘기를 빙자해 인간의 불안, 욕망, 그리고 생존 전략을 해부한다. 그 해부의 메스는 꽤 날카롭고, 가끔은 출혈도 감내해야한다. 하지만 출혈의 위치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멈출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금융 응급처치 매뉴얼로 보인다.

읽고 나면 질문이 생긴다. 내 통장 속 숫자들이 나를 대변하는가, 아니면 나를 구속하는가. 매달 반복되는 경제 드라마의 각본을 쓴 건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의 주연인가, 엑스트라인가.

그렇다고 이 책에 답이 있지는 않다. 그 답을 누가 알려주겠는가. 대신 아주 핵심의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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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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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은 각각 과거로의 회귀, 죽음 직전의 응시, 망각된 시간의 복원을 다루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에 다다른다.
“우리는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가?”
『크로노토피아』의 인물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후회는 반복되고, 삶은 루프처럼 감긴다.
『은달의 뜨는 밤, 죽기로 했다』의 인물은 찰나의 순간에 멈춰서 삶과 죽음의 저울을 들여다본다.
『쌈리의 뼈』의 인물들은 살아 있으되 기억을 잃거나, 기억을 품은 채 과거를 걷는다.

이들은 모두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정작 ‘지금 여기에 있음’을 살지 않는다.
시간을 지나가지만, 현실에는 머물지 않는다.
치매에 걸린 윤명자는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머릿속은 과거에 닿아 있다.
딸 윤혜환은 엄마의 오토픽션을 이어 쓰며 문학 속 가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가상, 망각, 기억, 허구, 반복. 이들은 ‘현재’라는 자리를 점유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현대인’이라고 불리지만 결고 현재를 살지 못한다. 현실을 살면서도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이라는 과거형의 후회에 머물거나,
‘언젠가는 좋아질 거야’라는 미래형의 낙관으로 지금을 유예한다.

결국 오늘이라는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우리는 그 자리를 비워둔 채
과거나 미래의 망상 속에 자신을 분실한 채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현재는 정말 존재하는가?

1분 전의 나와 1분 후의 나는 확실히 다른 존재지만, ‘지금’이라는 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를 기준 삼아 과거와 미래를 나누지만, 정작 현재는 그 경계 위에 있는 찰나적 착각에 불과한 것 아닐까?

조영주 작가는 이 3부작을 통해 시간의 구조에 균열을 내고, 그 틈 사이로 존재를 들여다 보게한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며, 시계 바늘처럼 정확하게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은 반복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며, 때로는 완전히 멈춰버리기도 한다.

『크로노토피아』에서는 되감기고, 『은달』에서는 정지하며, 『쌈리의 뼈』에서는 붕괴된다.

흔히 사람들은 ‘시간이 흐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은 이미 이렇게 말한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그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일방적인 흐름으로 오해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흘러간 과거는 후회의 목록으로 남고, 다가올 미래는 불안과 기대의 혼합물로 덮인다.
우리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며 살아진다.
매 순간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참고 견디는 현재.
그래서 조영주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언제나 곁에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저 지나간 숫자이고 망각된 기억이며, 채우지 못한 공란일 뿐이다.

『쌈리의 뼈』를 읽고 리뷰를 쓰지말까 했다.
치매, 망각, 가족, 사랑, 연대 그리고 회복... 이런 키워들은 내 입장에선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을 연결짓는 소재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요즘 폭력적 성향이 많이 올라와서 종종 검, 총, 불 같은 단어에 끌리기도 한다. 그래서 잠시 뜸을 들였다. 과연 조영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진짜 그거일까?

내가 외면한 기억들, 내가 놓친 말들, 내가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순간들.
그것들을 조영주 작가는 시간 3부작을 통해 부드럽고도 단단한 문장으로 하나하나 꿰매어준다.

삶이란 그렇게 꿰매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 속에서, 관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삶의 자락을 다시 꿰어 잇는 일. 꿰매진 자국이 남을 지라도 그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작품들은 같은 현실에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과거에, 누군가는 망상에, 누군가는 욕망과 현실의 어디쯤에 걸쳐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볼수 있다.

삶은 언제나 ‘지금’에 있다고. 그러나 그 ‘지금’을 살아낸 사람은 드물다고.

과거를 반복하거나, 죽음을 응시하거나, 망각 속을 헤매며 우리는 현실을 통과하고, 현실을 부재한 채 시간에만 거주한다.

조영주 작가의 시간 3부작은
시간을 말하지만 시간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엔 우리가 놓친 현실, 지금, 나 자신이 있다고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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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노영희의 기록 - 명태균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치를 뒤흔들었나?
노영희.정정현 지음, 안중걸 그림 / 답(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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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썩은 정치를 만드는 썩은 정치인

정치(政治, politics)
1)본질적 의미_'나라를 다스리는 일’
2)현실적 의미_'국가의 권력을 획득,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위’

“하마”라는 별명이 또 등장했다. 유시민 작가는 윤 대통령을 “고릴라”라 했고, 이번엔 명태균이 그를 “하마”라 부른다. 이제 우리 정치판은 야생의 왕국인가? 그런데 이 하마는 귀엽지 않다. 피부는 두껍고, 상처는 금방 아무는 능력을 가졌단다. 정치적 은유로 따지자면, 비난을 튕겨내고, 사건은 무력화하며, 비호는 전방위로 작동하는 동물이랄까.

『변호사 노영희의 기록 – 명태균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치를 뒤흔들었나?』는 그 하마가 어쩌다 브로커와 황금폰, 김건희와 계엄령까지 접속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뉴스에도, 너튜브에도 없던, "진짜 이야기"의 뒷면을 담았다. 읽고 나면 한동안 포털뉴스 댓글창에 ‘소설 쓰시네’라는 댓글을 달 수 없게 된다. 왜냐고? 이 책에 비하면 웬만한 정치 스릴러가 순정만화처럼 느껴질 테니까.

노영희가 말하고, 정정현이 묻고, 안중걸이 그렸다. 이 셋의 협업은 마치 법정공방, 진실공방, 그리고...약간의 만평공방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정치판이 리플리 증후군 환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을 말하다 자신도 믿게 되는 그 상태. 문제는 그게 혼자 착각하는 수준을 넘어, 나라를 이끄는 수준까지 갔다는 점이다.

명태균이라는 인물은 과녁을 맞추는 데 관심이 없다. 아예 과녁을 옮겨버린다. 그가 당대표를 만들고, 시장을 세우고, 대통령을 만든 과정은 능력인가 음모인가, 어느 쪽이든 현실의 무게감은 비슷하게 불쾌하다.

책 속에서 가장 황당하고도 뼈 있는 문장은 이거다. “사랑을 위해 계엄까지 했다.” 누가 누굴 위해? 그 사랑,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루어졌다니 눈물겹다. 어떤 분들은 하와이로 도피성 휴양을 떠났고, 어떤 당은 리플리에서 리셋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 책은 단순한 폭로집이 아니다. 노영희의 직설과 풍자, 정정현의 치밀한 질문, 그리고 안중걸의 그림까지 어우러져 현 정치의 구조적 질병을 웃으며 들여다보게 만드는 보고서다.

정치는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누가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하마도, 고릴라도 좋다. 우리는 ‘사람’에게 투표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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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한마디 합시다 - 2025 대한민국 시민 매니페스토(선언문)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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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전光* 집회에서 낭독하면 싸인요청이 쇄도하겠네

‘다양성’은 언제부터 비판이 불가능한 신념처럼 받아들여졌을까.

책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질문이었다. 다양한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의견이 옳을 수는 없다. 의견의 다양함과 진실의 상대성은 다르다. 다름과 틀림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필자는 서울대지만 ‘내란과’ 출신은 아니다. 다만, 이른바 ‘그들’로 불리는 정치적 성향의 집단과 유사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학력과 경력만 본다면 ‘지식인’이라 불려도 무방하겠지만, 그 지식의 방향이 반드시 이성과 현실 감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나는 읽었다. 예상치 못했던 불쾌함이 밀려왔지만, 그 불쾌함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끝까지 읽었다. 어차피 온 책, 공부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이 책의 핵심 정조는 양비론(兩非論)이다.

나는 이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맞은 사람과 때린 사람을 동일 선상에 놓는 건 균형이 아니라 외면이다. 이 책은 “두 놈이 똑같다”고 말한다. 독자가 흥분하는 건 저자의 입장이 중립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중립이 ‘가짜 중립’, 또는 중립을 가장한 편향이기 때문이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대목은 "내란수괴 윤**, 이 호칭 괜찮은가?"라는 문장이었다.
저자는 의문문의 형식을 빌려 혐의 자체에 회의적 시선을 던진다. 그런데 그 바로 앞에는 “다수당이 하는 것도 모두 국민의 뜻인가?”라는 문장이 배치되어 있다. 국민이 뽑은 다수당이 정책을 추진하면, 그것이 ‘국민의 뜻’인지 의심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것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인가?

이 지점에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내란(內亂)은 아래로부터의 폭력, 기존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쿠데타(Coup d'État)는 위로부터의 무력 탈취, 엘리트 집단이 주도한다.
🔥친위 쿠데타(Self-coup)란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자가, 헌정 질서를 뒤엎고 더 큰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10윤’은 ‘내란수괴’인가? 아니다. 용어 정의상 그는 친위 쿠데타 수괴다.

<친쿠수>, 이제 10윤은 <친쿠수>다. 내란 수괴라 불러서 미안하다. <친쿠수>여. 악당의 일마저도 ‘아래’라는 연관검색어보다는 ‘위’에서 하는 악당질을 원했을 터인데.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친쿠수>여~

이미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가진 상태에서, 오히려 권력 구조를 재편하거나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그것은 ‘정권 찬탈’이 아니라 ‘체제 전복’에 가깝다. 개념의 정확한 사용은 정세 인식의 정확성과 직결된다.

이 책은 서두와 말미 모두 양비론으로 귀결된다. 앞에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양비론을 전개하고, 말미에서는 균형과 자조를 가장한 비겁한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수미쌍관 구조를 통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복은 정치적 회피를 지속하는 고집스러운 태도로 읽힌다.
누군가 말했듯, 진보는 가치를 따지고, 보수는 이익을 따진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듯 보이려고 노력했다 .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가 ‘다 잘못했다’는 선언 아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애매한 균형을 연출하려는 이러한 서술 방식은, 중립을 가장한 강력한 왜곡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 책에는 팩트나 팩트 확인 없이, 온갖 의견, 추측, 주장, 그리고 감정적 해석만이 가득하다. 사실에 근거한 검증은 빠져 있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추정이 진실인 것처럼 묘사된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객관적 정보가 아니라 저자의 인상과 추론을 통해 정치적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떠오른 인상은, 뭘 지키고 싶은 것일까? 뭘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든, 결국 이 책은 내부의 긴장을 해소하고 기존 권력을 방어하기 위한 자기 위안의 텍스트의 작동정도로 보인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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