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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전략 수업 -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남는 15가지 시스템
폴 포돌스키 지음, 고영훈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5월
평점 :
돈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하고, 통장은 늘 강제 다이어트 중이다. 통장 잔고는 숨바꼭질의 달인이고, 월급은 입금되자마자 25년 3월 8일의 누구처럼 고의에 의한 불법이나 합법적 탈옥을 한다. 예산은 계획이 아니라 환상이고, 지출은 매일이 계엄을 선언한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책이 하나 있다. 기가 막히게 불편하다. 조지오웰이 “글은 독자가 불편해야한다” 라고 했다.
그럼 읽자. 직면은 원래 불편하고 아프고 눈을 감고 싶은 것이니....
마치 거울에 비친 생얼처럼.
이 책은 ‘돈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처음엔 헛웃음 나왔다. 하루살이 인생에 뭘 어떻게 설계하라는 건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 허탈한 웃음 뒤에 남는 건 진지한 침묵이다. 진짜 돈을 내가 끌고 다닌 적이 있던가? 늘 돈이 나를 끌고 갔지.
책에는 15가지 시스템이 나온다. 대단히 과학적이거나 금융 공학적인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씁쓸한 커피 한 잔 앞에서, 카드값 명세서를 보며 벌어지는 뇌내 폭풍에 가까운 내용들이다. 🤣
돈에 대한 환상, 돈으로부터의 공포, 돈이 만들어내는 위계와 거짓말까지. 마치 심리학 책을 위장한 경제서 같다. 게다가 이 책, 꽤 유머러스하다. 물론 그 유머는 블랙에 가까워서 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돈과의 전쟁인데, 이 책은 전략서인가, 항복 사유서인가.' 🤣
그런데 책은 항복을 권하하기보다 무기를 쥐여준다. 그 무기가 총칼이 아니라 '판단력'과 '사고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전투는 생각보다 고차원적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그토록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사고의 힘이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이 책이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식의 자본주의 주술을 해독해준다는 점이다. 반박하고 싶지만, 자본주의에서 어찌 돈이 중요하지 않을까.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쵝오지!!”
그렇지마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에 잡아먹히지 않는 감각이 더 필요하다. 그걸 모르면, 마트에서 물티슈 하나 고르다가 인생의 허무와 맞닥뜨리게 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그 모든 혼란에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뜻하진 않지만, 현실적이다. 약간 냉소적인이라서 더 좋다. 난 위로보다 냉철한 말이 더 와닿는다.
결국 이 책은 돈 얘기를 빙자해 인간의 불안, 욕망, 그리고 생존 전략을 해부한다. 그 해부의 메스는 꽤 날카롭고, 가끔은 출혈도 감내해야한다. 하지만 출혈의 위치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멈출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금융 응급처치 매뉴얼로 보인다.
읽고 나면 질문이 생긴다. 내 통장 속 숫자들이 나를 대변하는가, 아니면 나를 구속하는가. 매달 반복되는 경제 드라마의 각본을 쓴 건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의 주연인가, 엑스트라인가.
그렇다고 이 책에 답이 있지는 않다. 그 답을 누가 알려주겠는가. 대신 아주 핵심의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