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단어들이 사실은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다듬어진 결과라면?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는 바로 이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단어 하나에도 탄생의 배경이 있고, 뜻이 변천해온 과정이 있으며, 때로는 우연한 사건이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어 어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가볍고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다. "김치가 원래 침채(沈菜)’였다고?", "사회()라는 말이 원래 밥 먹는 자리에서 유래했다?" 같은 깨알 같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특히 닭을 닮은 식물들’, ‘물고기 이름의 기원’, ‘김치와 깍두기의 어원같은 챕터는 예상치 못한 단어들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흥미를 끈다.

 

하지만, 대중서라고 해도 이런 유래를 이야기하는 책같은 경우는 참고문헌을 주석이라던가, 마지막에 알려주면 더욱 더 신뢰가 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도 있고, 굉장히 전문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분명 어떤 자료를 참고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서문에 논문을 많이 봤다는 작가의 이야기로 보아 그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수록했다면 훨씬 더 신뢰도를 높일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한국어의 어원을 가볍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사람,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언어의 변화를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어·언어학 전공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는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책이지만, 무조건적인 신뢰는 금물! 역사와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벼운 읽을거리의 흥미로운 탐험이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은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내 분신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내 이름을 도용해 나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도 내 얼굴, 말투, 철학까지 흉내 내며?

 

필립 로스의 Operation Shylock은 바로 그런 기묘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작가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서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또 다른 필립 로스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디아스포라 반전을 주장하며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한다. 정체성과 역사적 무게가 결합된 이 서사는 진짜 나라는 개념을 뒤흔든다.

 

소설 속 진짜필립 로스는 가짜를 찾아 나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애초에 진짜 나라는 게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로스는 현실과 허구, 자아와 타인의 경계를 교묘하게 비틀며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역사적 배경 위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그림자, 유대인의 정체성 문제, 20세기 후반의 이스라엘 사회 등이 서사의 한 축을 이룬다. 그러나 로스는 결코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다.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냉소적 유머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긴박한 스파이 소설 같은 전개 속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도, 끝내 작품은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진짜나로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사회가 원하는 ’, 가족과 친구들이 기대하는 에 맞춰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리학자 칼 융의 페르소나개념처럼 우리는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현대사회에서는 SNS와 자기 브랜딩이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점점 내면보다 타인의 시선과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를 소비하며, ‘팔리는 자아를 만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스릴러를 넘어, 현대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왜곡되며, 조작될 수 있는지를 짚는다.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은, 결국 내가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있는지를 깨닫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필립 로스처럼 자신을 쫓고 있는 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를 실감하는 순간은 일상의 작은 변화 속에서 온다. 거울 속 낯선 모습, 익숙한 감정의 무게, 자연스럽던 동작이 어색해지는 순간들.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며 이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여성들이 산을 오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이, 오랜 세월 외면했던 자신을 마주하는 이, 과거의 선택을 되새기는 이. 그녀들은 걸음을 내딛으며 마음속 매듭을 풀어간다.


읽을수록 인물들의 감정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타인의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감각, 견디는 것만이 답이라 여겼던 순간들, 조용히 울었던 기억들.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산을 오르며 멈출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문장은 담담하면서도 섬세하다. 직설적이지 않지만 깊이 스며들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삶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 시간이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주기에.


이 책은 산행을 통해 관계와 감정,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당신을 닮은 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_간호사로써 느낀 개인적인 경험
● 힘들 수 있으므로 건너뛰길 바란다고 작가는 말했다.
2부_환자 사례
3부_사회적 내용(직장괴롭힘, 사회적 시선, 왜지? 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들...)

서문을 읽고나서 이미 이 책에 매도되었다.
문학작품같은 느낌이 받았다.

첫 문장
왜 삶이 나한테만 가혹한 것 같지, 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을 갖고 싶었다.
왜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가?
왜 이렇게 쓸 생각을 못했지?
왜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력을 봤을 때,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구나’
라는 권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북클럽을 이 책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

귀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제간호사 길라잡이 - 꿈을 살다 미국간호사
김미연 지음 / 포널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외국 간호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가이드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한국 간호사의 이야기는 많이 알고, 많이 듣는다. 외국 간호사의 이야기는 주로 월급과 근무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어떻게 외국으로 나가고, 어떻게 취업하며, 취업을 위한 단계등을 상세하게 쓰여져 있다. 읽다보니 국내에서 공부하고 국내에서 취업하는게 하늘에 별따기라고 하지만, 국외 취업이 더 어렵다는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완전 맨땅에 해딩이다.

“편도 비행기티켓을 끊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되었다.”

🤣🌊🤣
귀엽기도 한데, 그때 심정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실컷 일하고 있는데 사람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접했을 때, 그 형언할 수 없는 막막함.

오래된 책이랑 분명 달라진 부분이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 분명한 대상은 존재해 보인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읽는데 왜 설레는 거지??

더욱 업그레이드 된 개정판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