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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나이를 실감하는 순간은 일상의 작은 변화 속에서 온다. 거울 속 낯선 모습, 익숙한 감정의 무게, 자연스럽던 동작이 어색해지는 순간들.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며 이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여성들이 산을 오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이, 오랜 세월 외면했던 자신을 마주하는 이, 과거의 선택을 되새기는 이. 그녀들은 걸음을 내딛으며 마음속 매듭을 풀어간다.
읽을수록 인물들의 감정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타인의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감각, 견디는 것만이 답이라 여겼던 순간들, 조용히 울었던 기억들.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산을 오르며 멈출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문장은 담담하면서도 섬세하다. 직설적이지 않지만 깊이 스며들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삶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 시간이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주기에.
이 책은 산행을 통해 관계와 감정,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당신을 닮은 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