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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지음, 양영란 옮김 / 동문선 / 2015년 8월
평점 :
🌊한줄평) ... ...
이 책은 분류는 소설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내가 종종 내돈내산으로 읽은 자신의 병마와 싸운 기록일기와 같다. 그럼 에세이인데, 왜 소설로 분류되어 있을까?
아마존에서 검색하니, ‘건강,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 분류체계도 외국과 우리가 다른가? 통일을 좀 하면 좋겠다. 급 분류체계가 궁금해지는군...캬캬)
그래서 에서이로 분류했다.
(중략)
책은 먹먹함이 묵직하게 진동시킨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의 책장이 어찌나 무거운지.
넘기는데, 연신 얼굴을 쓸었고,
넘어갔던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서 다시 보기도 했다.
(중략)
<작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였던 장 도미니크 보비(Jean-Dominique Bauby)는 패션 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이었으며, 두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유머러스한 남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1995년 12월 8일, 갑작스러운 뇌혈관 발작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43세였다. 20일 동안의 혼수상태에서 벗어난 도미는 의식은 정상적으로 유지되나, 전신이 마비된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 –in syndrome)’이라고 진단받았다. 도미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은 왼쪽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 뿐이었다.
<잠수종과 나비>는 작가가 하루 세시간 동안 나름의 글자표를 보고 왼쪽 눈꺼풀을 깜박이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글을 써서 만들어낸 책이다. 이 책이 1997년 3월 7일 출간되고, 이틀 뒤에 작가는 나비가 되었다.
책은 유머가 없는 곳이 없다. 그런데 그 유머가 어느 순간 먹먹할때가 있는데, 인간의 감정이란 괴이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되었다. 씨익 미소를 짓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웃음으로 주름졌던 얼굴은 먹먹함으로 일그러졌고, 볼을 타고 흐르는 물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몸에서 무언가 나온다는 것은 ‘배출’이며, 이것은 소모라 ‘해소’와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흘러내리는 시간이 길수록 누군가 목에 뭔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덮을 수밖에 없었다.
(중략)
일상이라는 단어의 무시무시함을 안다. 일상은 반복적으로, 그래서 지루하고, 그렇기에 더욱 두렵다.
(중략)
그러나 이 책에서의 일상은 내가 생각한 그 반복되는 일상의 일상이 아니었다. 진짜 기본적인. 밥상을 차리면 의뢰 올라가는 숟가락, 젓가락, 밥, 물...그리고 그것을 먹을 사람.
물조차 삼키지 못해 관으로 음식을 넣는다고 했을 때,
목욕의 즐거움이 아니라 비참함이라고 했을 때,
스폰지가 손을 보관하는데 쓰인다고 했을 때,
병실밖 외출을 한지 6개월이 지났다고 했을 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일상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너무도 당연한 그런 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음식의 냄새를 맡고, 삼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편한대로 몸을 움직이는...
책의 초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렇게 급작스런 사고를 ‘뇌일혈’이라고 불렀으며, 한번 걸렸다하면 백발백중 죽는 병이었다. 그러다가 요즘에 와서는 소생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다.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로 인간은 인가다워졌을까?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려본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