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준비하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 - 결혼 12년 차 선배의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
김수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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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리지만, 정작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김수현의 『결혼식은 준비했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는 바로 그 빈틈을 다정하게 메우려는 시도다. 그런데 그 다정함이 지나치면, 메시지는 흐려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초반부터 “나답게”라는 키워드를 반복한다. 나답게 결혼을 준비하고, 나답게 관계를 맺고,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 틀린 말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이 다른 관점에서도 너무 많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나답게’의 의미를 새로이 탐구하지 않고 되풀이하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이 단어가 마치 ‘self help’ 에세이의 리필용 문장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중반쯤, 결국 ‘나에 대해 알아보기’라는 화제가 등장하면서 가볍게 당황했다. 앞에서는 ‘나답게’ 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책의 의도가 살짝 흔들린다.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결혼에 대한 통찰’인지, ‘자기이해를 위한 조언’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처음엔 ‘결혼생활 매뉴얼’처럼 시작해놓고, 갑자기 ‘자기성찰 워크북’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느낌이다.

(중복)

마치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설거지에서 냉장고 청소로, 다시 세탁기 앞으로 가 있는 것처럼, 독자는 중간부터 이 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가볍게 읽히는 책이다. 문장이 유려하고 유쾌하지는 않지만, 부담도 없다.

다만, 결혼이라는 서사를 ‘조용하고 부드러운 시선’으로만 다룬 탓에, 날카로움이나 통찰의 깊이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혼생활의 진짜 본질은 때로 블랙코미디고, 때로는 심리 스릴러, 또 때론 서브펜스에 SF물에 가깝다. 이 책은 그 장르를 다루는 대신, 플래너의 한쪽 구석에 붙일만한 체크리스트 정도의 조언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문득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준비된 결혼을 했던가? 아니,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다만,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가볍게 내 삶을 정리하는 도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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