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
김진호.최형묵.백찬홍 지음 / 평사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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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기독교 시민사회운동가 등이 공동 저술한 이 책은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부제)을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조명한다.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2천 년 전의 예수의 사상과는 달리, 지금 한국의 교회가 부와 권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문제의식.

 

이 책은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라고 지칭되는 헤게모니 집단이 왜 지금처럼 무례하고 배타적인양태를 보이고 있는지 그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 한국 기독교가 권력을 향한 욕망을 추구하게 된 경로는 일본의 식민 지배, 한국 전쟁, 유신 체제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 배치되어 있다. 한국 기독교 보수화의 본질은 권력을 향한 신앙, 성장주의, 배타적 도덕주의인데, 그것은 억압적 정치 체제가 사람들에게 남긴 배제, 차별, 폭력의 경험과 같은 한국인의 집단적 내상, 그에 대한 일종의 대응 기제로 분석된다.

 

이 책이 나왔던 2007년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온갖 망언들을 연이어 쏟아냈고, 동시에 기독교 내 헤게모니 집단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또한 노동 현장에서는 기독교 이념을 기업 정신으로 표방한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부를 축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종교는 물론 예술, 정치도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세상. 한국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 물음의 해답을 찾다보면 결국 배제, 차별, 폭력의 경험에 닿게 된다. 식민 지배 이후 유난히 부침이 많았던 역사적 상황은 한국인에게 일종의 운명적 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지옥.

 

인간이 소수자로서 경험을 제대로 직면하지 못한 채, 앞만 바라보고 달려갈 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한국 기독교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종교로서 기독교에 대한 편견은 오히려 해소되었다.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던 예수의 마음을 담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약한 존재에게 사랑과 연민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 그곳이 살만한 세상일 테니 말이다.

 

동성애 혐오동맹과 교회부채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2707554

 

나는 이분의 글을 참 좋아한다. 이분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이 이 책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2007)이었다. 칼럼을 읽고 이 책을 다시 보니, 절판된 모양이다.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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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ubble - 아트버블, 거품이 꺼진 현대미술의 민낯
심상용 지음 / 리슨투더시티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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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온갖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술사학자 심상용 교수의 칼럼, “조영남이 무시한 회화의 오래된 진실을 읽고, 이 문제를 현대 미술의 초자본주의적 작동 방식을 통해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간질간질한 호기심에 이끌려 이 분의 저서들을 뒤지던 중, 집어든 책이 이 책, <아트 버블>이다. 이 책을 읽고 이 희대의 사기극이 미술의 시장화라는 전 지구적 추세와 맞물려 예술품이 주식처럼 평가되고 투기 대상이 되는 국지적 현실 속에서 출현하게 됐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단숨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저자의 질문, 분석틀, 분석내용이 미술사 문외한인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 비판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개념인데, 저자가 제시한 시장근본주의개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처음부터 현대 미술 영역의 진리 탐구를 위해서는 미술과 시장의 만남 혹은 짝짓기가 아니라, ‘미술의 시장화를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의 창작, 감상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자본제적 수익창출과 교환가치 체계로 수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31). 저자는 시장근본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미술에서 이윤 논리가 도덕적 헤게모니를 차지하여 미술의 모든 것이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질서에 대한 의심이나 도전이 불가능한 현실을 설명한다.

 

신화는 매우 빨리 제조되고, 제조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소비되었다. 그것 때문에 피카소가 고민해야 했던, 자신의 미적 정체성이나 노선의 일관성 따위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때로 현대 작가들은 오히려 구설에 휘말리거나 스캔들을 일으키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한다.” 164.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미술사에서 시장근본주의가 이식되어 진화해 온 과정을 조명한 부분, 그중에서 아트 스타의 진화를 설명한 내용이다. 책의 7장은 19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유명 작가들이 미술의 시장화와 공명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중 인상적인 내용은 파블로 피카소의 사례에 대한 설명.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의 캐릭터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각종 혐오 발언을 일삼던 개그맨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현상이 시장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 창출이 지배적 문화논리가 될 때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도덕적 해이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마저 스타의 캐릭터가 되고, 몸값을 올리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닐까. 마치 조회 수가 높은 기사가 좋은 기사로 간주되는 인터넷 언론 시장의 현실처럼 말이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했던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황당하고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들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한 가지. 그동안 몰랐던 인재들, 좋은 학자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엄혹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나 할까, 이런 분들을 통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이며,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이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지혜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블라인드 전시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아트페어가 눈에 들어왔다. 출신 대학, 전시 횟수, 수상 경력, 현재 직업 등 경력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작품성만을 볼 수 있는 블라인드(Blind), 이화아트페어를 전시 기간 마지막 날 알았던 것. 모든 작품의 규격을 통일하고 26만원 균일가로 팔았던데, 아쉽다. 다음에 이런 기획이 있으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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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통일인문학 - 소통.치유.통합의 통일 이야기
김성민 외 지음,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엮음 / 알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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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통일인문학󰡕을 읽고
     
통일을 주제로 하는 시민 교육(citizenship education)은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개선, 주민 간 소통 및 통합 역량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젠더 및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시민 교육을 하는 교육자로서, 꼭 알아야 할 주제라고 여겨 찾아 읽었다. 향후 통일 관련 시민 교육 콘텐츠가 더 풍부하고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적어본다. 
     
이 책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펴낸 일종의 청소년을 위한 시민 교육서. 한반도가 평화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통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상상해야 하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교육 매뉴얼을 삽입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 
     
통상 시민 교육에서 인식 개선 과제는 장기적 기획으로 접근한다. 특정한 의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람 간의 상호교류역량의 변화는 한 번에 완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통일 개념을 일회적 사건으로서 체제의 통일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소통하여 통합에 이르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제시한다. “남북 주민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통합”,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것.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통일 개념을 이렇게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좋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
     
첫째, ‘통일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시민 교육 분야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하기 위해 기존의 통일론을 비판하는 방식이 다소 문제적이었다. 
     
‘기존의 통일론이 지식 중심이었고, 인간적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까지는 좋았는데, 그 혐의를 ‘사회과학적 지식’에 두면서 이를 ‘인간을 외면적으로 수량화하여 다루는 경향’이 있는 학문으로 폄하한다. 216쪽. 우선, 분과 학문 간의 경계를 이런 방식으로 가르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분과 학문 간의 위계를 설정하는 방식 보다, 기존의 통일론에서 인간에 대한 상상력이 어떻게 결여되어 있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시민 교육이라는 분야는 결코 하나의 분과 학문에서 축적된 지식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그 특성 상 다-학제적, 간-학문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특성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통일 한국의 국민의 범주를 “단일 민족”-남성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의 통일’을 위해 한국인이 ‘분단의 아비투스’가 아닌 ‘우애의 아비투스’(234-239쪽)를 지향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사용되는 어휘는 ‘남과 북’, ‘형제애’이다. 향후 누가 통일 한국의 주민을 구성하게 될 것인가를 고려해 볼 때, 이러한 개념과 용어는 이미 그 안에 여성, 이주자 등을 배제하고 있다. 통일 인문학이 시민교육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다면, 국민 범주를 ‘종족-혈통적 모델(ethnic-genealogical model)’로 제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저자는 ‘사람의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바, 주민들 간의 ‘공통성(commonality)’은 분명 “차이들이 만나서 공명하고, 이를 통해서 서로 정체성을 변화시켜 나감으로써” 만들어진다(246). 문제는 그 공통성의 기획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는 저자가 통일 한국에서 ‘시민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충분히 제기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통일 한국 사회가 가장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며, 다양성의 총합을 이뤄낼 수 있는 가치, 특히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보다 명료해졌으면 한다. 
     
통일 인문학은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식이라고 본다. 시민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서 통일 한국의 시민성(citizenship)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교육 철학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새롭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향후 더 풍부하고 심도 있는 콘텐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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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넘은 부모를 보살피는 72가지 방법 - 복지 선진국 일본에서 실천하고 있는 노부모 돌봄 프로젝트
오타 사에코 지음, 오시연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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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병-생활이 가능한 사회?

 

노부모를 둔 중장년층 자녀를 위한 돌봄 매뉴얼. 각설하고, 자식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지, 온갖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예비하거나 대응해야 하는지, 부모를 비롯해 형제, 친지, 이웃, 지역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상실해 가는 부모를 위해서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부분 및 민간부분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는데, 일본의 노인 돌봄 체계가 한국의 그것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원래 매뉴얼이라는 것의 현실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 그러나 제도적, 문화적 상황이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아 일독한만하다. 특히 어느 순간 자식으로서 부모를 보살피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런 저런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

 

책을 읽고 나니, 노인 인구가 급증한다는 것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게 실감난다. 우선, 자립적 생활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활동들을 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할 서비스의 종류와 범위가 가히 압도적이다. ‘힘든 일 지원 서비스’, ‘외출 지원 서비스’, ‘식사 택배 서비스’, ‘세탁 대행 서비스’, ‘지켜보기 서비스’, ‘성년후견제도등 이 책에 담긴 제도나 서비스의 유형만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부모와의 소통, 부모, 형제, 친족 간의 의견 조율, -간병 양립 등 부모 간병이 시작되면 직면하게 될 온갖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모 간병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점, 부모 간병이 시작되면 자식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게 매우 버거워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 간병을 일종의 프로젝트로 간주하고, 일과 간병을 양립하여 자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프로젝트로서 부모 간병이란 사전적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문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일련의 전략적이고 체계적 실천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뜻한다. 그러나 프로젝트라는 말이 주는 위로는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것이 언젠가는 끝날 일이라는 데 있다. 프로젝트가 길어질수록 모두가 지치고, 누군가 폭발하게 되는 임계점의 압박이 커지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누군가 한 사람이 돌봄을 전담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아있을 때, 그 사람의 삶의 무게는 때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폭된다. 일본처럼 노인들을 위한 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사회라도 그것은 마찬가지. 근대 이후 발명된 개인 개념과 자유주의는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재고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을 앞둔 한국이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와 제도 모든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현실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온다.

 

사족. “-간병 양립이라는 표현이 인상적. "work-life balance"에서 차용한 표현일 터, 이 표현에서 ‘life 생활이 누락되어 있다. 간병이 시작되면 일-간병-생활 간의 균형이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간병-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 그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지금부터 설계해야할 프로젝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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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예찬 - 문학에 나타난 그리움의 방식들 예찬 시리즈
왕은철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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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문학자인 저자가 애도라는 모티브를 통해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 그리스 신화, 성서는 물론 홀로코스트 등에 이르기까지 특정 작품, 특정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 역사적 사건 등을 재해석한 글들을 엮어 낸 것이다. 친숙한 텍스트를 소재로 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몇 개 꼽아보자면, 햄릿폭풍의 언덕, 페미니스트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실비아 플라스와 그녀의 남편 테드 휴즈의 삶과 작품 세계를 분석한 것들이다. 테드 휴즈에 관한 글은 다른 글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테드 휴즈는 아내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 이후 당대 페미니스트들의 원망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단순히 텍스트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인사를 맥락으로 하고 있다. 당대의 극렬 페미니스트와 관련하여 테드 휴즈가 겪었던 수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공감과 분노가 느껴졌다. 나는 오히려 동시대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이 왜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 왜 매료되었는지, 그녀의 죽음을 왜 테드 휴즈의 탓으로 여겼는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테드 휴즈를 다룬 글에서는 테드 휴즈의 고통에 대한 저자의 동일시로 인해 이런 물음들이 생겨날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아쉽고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했으나, 텍스트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관점 면에서 흥미롭기도 했다.

 

3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애도 예찬󰡕이라는 제목에서 확 끌렸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순환이 이상한 방식으로 깨어져 버린 후기 근대의 삶 속에서 애도의 문제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의 비극은 궁극적으로 애도의 상실 혹은 실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견해가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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