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통일인문학 - 소통.치유.통합의 통일 이야기
김성민 외 지음,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엮음 / 알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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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통일인문학󰡕을 읽고
     
통일을 주제로 하는 시민 교육(citizenship education)은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개선, 주민 간 소통 및 통합 역량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젠더 및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시민 교육을 하는 교육자로서, 꼭 알아야 할 주제라고 여겨 찾아 읽었다. 향후 통일 관련 시민 교육 콘텐츠가 더 풍부하고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적어본다. 
     
이 책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펴낸 일종의 청소년을 위한 시민 교육서. 한반도가 평화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통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상상해야 하는지, 주민들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교육 매뉴얼을 삽입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 
     
통상 시민 교육에서 인식 개선 과제는 장기적 기획으로 접근한다. 특정한 의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람 간의 상호교류역량의 변화는 한 번에 완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통일 개념을 일회적 사건으로서 체제의 통일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소통하여 통합에 이르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제시한다. “남북 주민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통합”,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것.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통일 개념을 이렇게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좋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
     
첫째, ‘통일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시민 교육 분야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하기 위해 기존의 통일론을 비판하는 방식이 다소 문제적이었다. 
     
‘기존의 통일론이 지식 중심이었고, 인간적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까지는 좋았는데, 그 혐의를 ‘사회과학적 지식’에 두면서 이를 ‘인간을 외면적으로 수량화하여 다루는 경향’이 있는 학문으로 폄하한다. 216쪽. 우선, 분과 학문 간의 경계를 이런 방식으로 가르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분과 학문 간의 위계를 설정하는 방식 보다, 기존의 통일론에서 인간에 대한 상상력이 어떻게 결여되어 있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시민 교육이라는 분야는 결코 하나의 분과 학문에서 축적된 지식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그 특성 상 다-학제적, 간-학문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특성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통일 한국의 국민의 범주를 “단일 민족”-남성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의 통일’을 위해 한국인이 ‘분단의 아비투스’가 아닌 ‘우애의 아비투스’(234-239쪽)를 지향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사용되는 어휘는 ‘남과 북’, ‘형제애’이다. 향후 누가 통일 한국의 주민을 구성하게 될 것인가를 고려해 볼 때, 이러한 개념과 용어는 이미 그 안에 여성, 이주자 등을 배제하고 있다. 통일 인문학이 시민교육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다면, 국민 범주를 ‘종족-혈통적 모델(ethnic-genealogical model)’로 제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저자는 ‘사람의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지만, 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바, 주민들 간의 ‘공통성(commonality)’은 분명 “차이들이 만나서 공명하고, 이를 통해서 서로 정체성을 변화시켜 나감으로써” 만들어진다(246). 문제는 그 공통성의 기획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는 저자가 통일 한국에서 ‘시민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충분히 제기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통일 한국 사회가 가장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며, 다양성의 총합을 이뤄낼 수 있는 가치, 특히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보다 명료해졌으면 한다. 
     
통일 인문학은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식이라고 본다. 시민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서 통일 한국의 시민성(citizenship)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교육 철학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새롭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향후 더 풍부하고 심도 있는 콘텐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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