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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개요

 

 

이 책의 목적은 “‘우리들은 인종 문제에 그다지 관련이 없으므로, ‘인종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수사와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 백인성의 규범성 혹은 정상성을 문제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인종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 혹은 스스로 그렇다고 자부하는 영국 백인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인종및 인종주의적 구조와 관계들에 의해 형성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인종과 계급, 젠더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들이 ‘doing race’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저자는 젠더에 관한 주디스 버틀러의 정식화를 전유하여 인종을 토대적 범주, 전담론적 사실이 아닌 담론과 실천들의 작동을 통해서 생산되는 수행적 개념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런던에 살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노동계급 및 중산층 백인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저자는 백인성이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의 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1-3, 그리고 결론에서 저자는 이러한 연구 방법론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 지금까지 인종문제와 관련하여 연구 영역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을 연구 영역으로 삼는 것,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지금까지 mark되지 않았던 것을 mark하는 것은 적어도 인종이 작동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궁극적으로 백인성을 탈중심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학문적 실천, 인종'undoing'하기 위한 비판적 실천이라는 것이다.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3장은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저자의 이론적 계보와 포지셔닝, 연구 설계 과정과 그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4장에서 7장까지는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인터뷰 내용과 그에 대한 구체적 분석으로 이뤄져 있다. 8장 결론에서는 1-7장의 이론과 인터뷰 분석을 통합하여 요약하고 있다.

 

 

 

1. ‘백인성을 알기 (Knowing 'whiteness')

 

 

 

1장과 2장은 인종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이론적 포지션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장에서 저자는 인종에 대한 학문적 논의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논의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포지셔닝을 위해 크게 페미니즘, 백인학(white studies), 그리고 영국의 인종 연구의 계보적 지도를 비판적으로 개괄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적 입지가 우선 페미니즘 내부의 (특히 흑인 페미니스트가 제시한) 논쟁과 도전에 빚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 내부의 백인 인종주의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던 것에 대한 응답으로 1980-90년대 새롭게 등장한 소위 백인학의 연구 동향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저자는 우선 비백인 저자들의 지식들을 백인 연구자들이 삭제하거나 간과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맥락적이고 관계적인 분석이 아니라 자기충족적 분석 관행을 통해 결과적으로 백인성을 지적인 페티시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동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국의 학계에서 일상 속의 인종주의적 경험에 대한 연구의 흐름을 개괄하면서, 이 연구들이 주로 도시 노동 계급 젊은 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흐름은 크게 1)인종간의 문화적 교류나 우정을 다루는 연구, 그리고 2)인종적 괴롭힘이나 인종주의 폭력 등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 등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저자는 아마도 이러한 연구 동향 자체가 인종주의는 (중산층과 무관한) ‘노동 계급그리고 (여성과 무관한) ‘남성의 문제로 간주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보는 듯하다. 여기서 인종일탈적이고 병리학적인 문제나 폭력적 남성성의 문제에 국한된 것으로 수렴되는 정치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문제시 하고 있는 것은 인종주의 문제에서 여성은 예외적인 존재로 다뤄지거나 아예 제외되는 현상이다. 저자는 인종주의와 전혀 무관하다고 간주되는 중산층여성의 인종주의를 문제화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특히 유의미하게 보았던 부분은 1980-90년대에 인종적 괴롭힘이 더 증가했는데, 특히 이러한 현상이 인종적으로 더 혼합된 inner city 지역 보다는 백인 교외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는 Back의 연구 결과이다. 영국 상류계급의 전형적인 중산층 및 좋은 삶의 이미지가 폭력, 외국인혐오증, 폭력적인 인종주의로 수렴된다는 점을 지적한 Back의 주장을 인용한 부분에서 평범하고 모범적인 백인성을 문제화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설득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1장과 결론에서 연구자가 인종개념을 사용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과 정치적 위험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1)백인(의 경험) 중심적인 연구 분야를 만드는 것; 2)‘흑인’, ‘아시아문화와 대조되는 단일한 백인 문화개념의 등장; 3)‘백인종개념을 승인하는 것(이는 모든 인종에 내재된 위험임). 저자는 인종개념을 둘러싼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David Goldberg, Alistair Bonnet, Paul Gilroy의 논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비판적 개념으로서의 인종 개념의 사용 자체를 포기하자고 제안한 Paul Gilroy와는 분명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저자는 아직은 인종개념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보면서, 그 대신 인종 개념을 존재론적 지위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즉 불안정하고 문제적인(‘troubled') 범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백인성을 본질화 혹은 물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실천들, 주체 구성, ‘하얗게포지션된 사람들의 정체성이 인종화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백인성의 본질화를 피하기 위해 제안한 중요한 방법은 1)그것이 단일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2)‘백인성’, 하얀 사람들이 생산되는 다양한 방식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 저자의 관심은 젠더와 계급이 백인성과 교차하는 방식, 정체성이 특정 시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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