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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 ‘이 사람은 천재야!‘라는 생각과 ‘어쩌다 얻어걸린 거네. 정말 별로다.‘라는 생각이 한없이 번갈아가며 들었던 것 같다. 대체 이 책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꽤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글을 쓰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아주 탄탄한 맥락과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글을 쓰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의 여지없이 독자가 그 세계관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러한 탄탄한 맥락이 없어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계속 궁금하고 자꾸만 몰입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말했듯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하여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드러나는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또, 그가 작가로서 원하는 것이 ‘완벽한 세계관을 구축하여 독자가 이 허구의 세계에 철저하게 빠져들게 하는 것‘아니라 ‘이 허구의 이야기로부터 무언가 중요한 메세지를 독자들이 얻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꿈과 현실, 현실과 림보, 예언과 용서, 까마귀소년과 카프카, 운명과 책임, 삶에 대한 의지 등등. 너무나 많은 생각할 거리와 메세지들이 있어 읽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 아쉬운 책이었다. 분명 언젠가 한번 더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키가 이러한 이야기를 써야만 했던 개인적인 사건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고나니 호시노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다. 우리의 모습이 가장 많이 투사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p.19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 거야.
(?)
꿈속에서 행해진 일에 대해 너는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그 꿈은 네 영혼의 어두운 통로를 통해서 숨어 들어온 것이니까.
(하)p.122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하)p.419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 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