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질주
정경하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 야반질주

지은이: 정경하 (인터넷 필명 미루나무)

펴낸곳: 우신출판사

초판 1쇄 발행 2008년 8월 13일 

2012년 8월 26일 종이책으로 읽다. 

 

 

여자주인공인 유재이가 서울 시경 강력1팀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두 명의 팀원들과 팀장인 이무진을 만나게 된다. 새로이 강력팀 형사가 된 재이는 팀장인 무진과 파트너가 되어서 함께 여러 사건들을 담당하게 된다. 

 

무진이 재이에게 하는 청혼이, “이제 내 파트너 하지 말고 와이프해라.”였다. 꽤나 참신하고 적절한 프러포즈라서 한참 웃었다.

전체적으로 재이와 무진의 로맨스와 그들이 담당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잘 엮여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뚝뚝하지만 듬직한 남주나 상처 많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 여주도 좋았다. 두 사람은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며 여러 상황들을 함께 겪게 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다른 두 팀원들도 개성 있는 인물들이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이 두 사람의 역할이나 분량이 너무 과하지 않게 딱 적당했다는 거다.

그렇게 너무 재미있게 앞부분 반을 읽었다. 하지만 앞에 비해서 나머지 반은 조금 흥미가 떨어졌다. 너무 뻔한 전개-여주의 과거, 상처 등등-와 수차례 반복되는 남주와 여주의 사고와 부상 때문에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주가 이렇게 자주 깨지고 다치는 글도 처음 봤다. 물론 남주도 한 번인가, 두 번 부상을 입었다. 두 사람의 직업상 특징이라고 하기에도 좀 너무하다.

요즘 스릴러나 추리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들은 꽤 많이 봤지만 이렇게 수사물이 혼합된 이야기는 처음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님 책은 ‘비밀’에 이어 두 번째인데 참 흥미롭다. ‘비밀’은 스릴러/추리적인 요소가 꽤 무겁게 깔려 있었고, ‘야반질주’는 로맨스와 수사물이 잘 섞여있다. 두 글 모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장면

 

“그럼 살면서 배를 타지 않고도 배 멀미를 하는 기분이 들거든 그때가 인생의 봄이니, 꽃바람이 분다고 생각해.”

배 멀미를 할 때라……. 사막 같은 그녀의 인생에도 봄이 찾아들지 미지수지만, 만약 봄이 온다면 잊지 않으리라. 배 멀미를 하는 기분이 곧 인생에 꽃바람이 부는 시기임을…….

(pg, 123)

 

우뚝 멈춰 선 무진이 바지주머니에서 오른손을 빼 이마를 긁적거렸다. 마음은 굳건하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결정을 내린 그가 앞서 가던 재이를 불러 세웠다.

“어이, 유재이.”

“네?”

“이리 와 봐.”

그는 오른손을 까닥까닥 흔들었다. 그의 손짓에 재이가 다가갔다.

“네, 팀장님.”“너, 총 어디 있어?”

“권총 말입니까? 그건 사무실에 있습니다만…….”

다행이군. 무진이 재이에게로 한 발 가까이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칼.”

“네?”

재이가 멍하게 반문했다.

“재킷 안에 칼 있잖아. 그거 달라고.”

“아, 여기 있습니다.”

영문을 모르긴 했으나, 그녀는 순순히 재킷의 소매에 늘 차고 다니는 잭나이프를 꺼내 무진에게 주었다.

“그런데 뭘 하시려고 이걸 달라고 하십니까?”

그녀에게서 나이프를 받아든 무진이 한 발 더 다가왔다.

“아무리 그래도 죽기는 싫다.”

그와의 거리가 지독하게 가깝다는 자각도 잠시, 갑작스레 턱이 잡혔다. 당황한 재이가 물러나려는 순간,

“팀장…… 흡!”

그가 입술을 겹쳐왔다.

(pg. 138-139)

 

“네 안의 너와 너무 싸우지 마라. 그럼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나지 않아.”

그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시도 모르게 훌쩍거리자 마지못해 입술을 뗀 그가 투덜거렸다.

“뜻대로 되는 게 없는 밤이군. 저녁도, 키스도.”

갑자기 그를 보는 것이 부끄러웠다. 재이는 그의 가슴을 밀치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장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날쌔기는 얼마나 날쌘지, 그가 차에서 내리는 사이 재이는 그렇게 모습을 감춘 것이다.

무진은 혀를 차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어쩌면…… 뭘 좀 제대로 하려면 유재이를 묶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pg.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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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1
정경하 지음 / 로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 비밀 1&2

지은이: 정경하 (인터넷 필명 미루나무)

펴낸곳: 도서출판 로담

초판 1쇄 발행 2011년 9월 8일

2012년 8월 23일에 종이책을 빌려서 읽다.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로맨틱 스릴러? 스릴러가 가미된 로맨스?

 

이야기는 대한민국 재계 상속녀 중 재산 순위 1위인 여자주인공 유서림의 갑작스러운 실종 사고를 알리는 기사로 시작된다.

조경그룹의 회장이었던 부친에 이어 모친마저 사망하자, 충격으로 심신이 병든 유서림은 휴양 차 제주도를 찾는다. 제주에 머물던 중 그녀는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실종된다. 이후, 사고사로 처리되어 장례식까지 치러지고 그녀의 엄청난 유산은 작은아버지인 현 조경그룹 회장과 조모에게 넘어가고, 약혼자였던 남자는 그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다. 

  

하지만 서림은 사고로 물에 빠진 것이 아니라 선장과 기관사에 의해 팔다리가 묶인 채 바다로 던져진 것. 그리고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그녀를 베일에 가려진 다국적 기업인 <유진>의 젊은 CEO인 박태신이 살려 낸다. 격랑 치는 바다에서 간신히 살아났지만 서림의 목숨은 오랫동안 진행된 비소 중독으로 위태롭고 간과 신장을 떼어내는 큰 수술 후에야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 그녀는 자신의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의심하게 된다. 이때부터 서림은 부모를 죽이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한 미지의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려하고, 그런 그녀를 박태신이 곁을 지키며 돕는다.  

 

순수하고 여린 서림의 곁을 굳건하게 지키는 태신. 둘의 사랑이야기가 스릴러적인 이야기 전개와 잘 버무려져 있다.

이야기가 진정되면서 앞에서부터 예고된 감춰진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드러나고 서림의 원수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 큰 반전이 하나 더!

 

요즘 미스터리나 스릴러, 판타지 등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접목한 로맨스들이 소개되어서 참 즐겁다. 어떤 때는 신파가, 어떤 때는 잔잔한 사랑이야기가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색다른 글들도 참 좋다. 독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1권 앞부분이 조금 늘어지는 것 같다가 사건들이 풀리기 시작하는 2권 중반부터는 이야기들이 너무 급하게 전개되는 것 같다. 꽤 복잡한 복선들과 반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갑자기 확 펼쳐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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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황진순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2012년 8월 17일

제목: 몸살

지은이: 황진순

펴낸곳: 다인북스

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3일

  

이 이야기는 신파다.

    

이 글의 여자주인공인 지연우는 스무 살 때 만난 차준영이란 남자를 만나 7년 동안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준영이 해외 발령을 받자, 연우는 자원해서 가난한 준영의 동생들을 건사하고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그의 아버지를 보살핀다. 그런데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돌아온 준영은 이미 다른 여자랑 결혼을 했다고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다.

    

그 이후, 한 해가 넘도록 연우는 실패한 사랑의 후유증으로 아파하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면서 사는 것 같지 않게 살아간다. 그리고 이때 나타난-사실 오래 전부터 여주를 봐 온-이주혁이라는 남자가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 물론 이 글의 남자주인공인 이주혁은 재벌 3세, 용모, 성품 모두 갖춘 완벽남이다. 덤으로 여주만을 마음에 담고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마구마구 쏟아 붇는다. 그 외에 두 사람의 가족들 얘기가 양념같이 나오고, 나쁜 남자 차준영의 진상 짓도 나온다.

    

이만하면 정말 제대로 된 신파스러운 로맨스소설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잘 잡아주는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이 일단 좋고, 소설에나 나올 법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봐서 좋고…….

    

왤까. 드라마도 그렇고, 로맨스소설도 그렇고 비슷비슷하고 뻔한 이런 얘기들을 또 보고, 또 들어도 재미있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가장 근원적인 무언가를 자극하고 만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신선한 소재나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보는 재미와 긴장감은 없어도, 오래된 잘 맞는 옷을 입는 편안한 느낌이랄까.

    

요즘같이 짜증나게 더운 날씨가 계속될 때, 복잡한 일상들을 모두 놓아버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완벽남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권선징악의 결과를 보며 더위도, 머리도 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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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만남 1
조이혜 지음 / 동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2012년 8월 10일

제목: 아찔한 만남 1, 2

지은이: 조이혜 (온라인: 미갈)

펴낸곳: ㈜동아

초판 1쇄 발행 2012년 5월 9일

 

연재 때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많이 기다렸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과 축구에 대해 박식하신 작가분이 참 부러웠다. 전체적으로 꽤 적지 않은 분량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이스인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헨리 루이즈.

어릴 때부터 피아노의 신동으로 기대 받던 한이현.

이 두 사람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여주인 이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음악을 해오며 장래를 약속했던 남자 친구였던 혁이 암으로 죽게 되자 피아노를 포기하고 3년 동안 방황한다. 그렇게 지내다가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혁과의 추억이 없는 영국으로 오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축구 선수인 헨리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몇 번의 우연과 필연이 겹친 사건들을 통해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체적으로 난 이 이야기가 꼭 여주인 이현의 성장소설/연애소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이현이 어떻게 과거를 극복하고 다시 음악을 하게 되며 헨리와의 사랑을 통해 여자로서, 또 피아니스트로서 성장해 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이현을 엄청 부러워할 것 같다. 이전의 남자친구도 그렇고, 헨리, 라일 (여주를 짝사랑하는 세계적인 록스타) 등이 모두 헌신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글 전반에 걸쳐 헨리가 치루는 역동적인 축구 시합 장면들과 이현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이 자세하게 묘사되어서 두 분야 모두 문외한인 나는 많이 흥미로웠다. 또 두 사람이 여행하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휴향지 등의 이국적인 풍경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오타와 탈자, 비문이 너무 많아서 글에 몰입이 안 되고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1권이 특히 좀 심하다.

    

최고의 장면/대사:

    

“어떤 사람이 잠수부에게 물었어.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죽음이 시작되는 때는 언제냐고. 잠수부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아?”

“음……. 물에 가라앉을 때가 아닐까요? 아니다. 의식을 잃었을 때인가?”

“아니.”

그가 고개를 돌려 이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사람은 허우적거리는 걸 단념할 그때부터 의식을 잃고 죽음으로 향하게 돼.”

(중략)

“살기를 포기한 때부터, 이제 다 끝났구나 하고 손을 놓는 순간부터 사람은 죽게 되는 거래.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순간부터 말이야.”

(중략)

점점 가라앉으며 숨조차 쉴 수 없는 아득한 나락으로 빠져 들어가는 잠수부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그러니까, 너도 허우적거리는 걸 포기하지 마. 꿈이라는 건 그런 거야. 바라보는 것조차 살아 있는 동안 결코 저버리면 안 되는 의무 같은 거. 끝내는 실패한다 해도 이루기 위해서 온갖 발버둥을 쳐야 하는 그런, 원칙 같은 거 말이야.”

‘그런 소리 하지 마. 꿈을 이루는 건 죽을힘을 다해서 마쳐야 할 가장 큰 의무라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우리한테 음악은 의무라고 했으면서. 약한 소리 하는 거 너답지 않은데?’

그리고 깊은 기억 속에서 혁의 목소리가 헨리의 말 위에 겹쳐진 순간, 이현은 눈을 감아 버렸다. 감은 눈 속에서 의무를 잊고 원칙을 저버린 그녀가 까만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pg 166-167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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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사건부
정지원 지음 / 가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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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9일

제목: 경성사건부

지은이: 정지원

펴낸곳: 도서출판 가하

초판 1쇄 발행 2012년 6월 4일

 

책을 다 읽은 나의 감상은 조금 의외고 놀랍다는 것이다. 또 어찌 생각해보면 로맨스 외에도 여러 장르의 글을 쓰시는 작가님답다는 생각도 든다. 스릴러나 추리,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로맨스 소설도 꽤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스릴러나 추리, 판타지적인 요소들은 줄거리를 이끌어가고 흥미를 돋우긴 위해 더해지지만 그 중심에는 로맨스가 있다. 그런데 이글은 아니다. 로맨스보다도 추리적인 부분이 더 강하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일명 ‘조각난 처녀’ 사건이라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동영포목의 고명딸인 소화와 5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그녀의 정혼자인 장준현이 우연히 이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사건은 법의학을 공부한 장준현이 사건 담당인 다나카 경시정과 함께 해결해 나간다. 그 곁에서 소화는 조수 역할 비슷한 것을 하게 된다.

    

연쇄살인 사건 그 자체로만도 무척 흥미롭다. 의외의 범인에 반전도 있고 여운을 남기는 구석도 있다. 다만 조금 더 치밀하게 전개가 되었다면 훨씬 추리소설로써의 흥미가 더했을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난 이 글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여주인 소화는 성공적인 상점의 딸로 한마디로 또랑또랑하다. 평범한 모습 뒤에 독특하고 강한 성품이 숨어 있다. 일찌감치 집안 장사를 거들어서 수완도 좋고 요령도 있다. 그리고 남주인 장준현은 느긋하고 유들유들한 룸펜의 겉모습 뒤로 예리한 머리와 냉정한 이성을 감추고 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참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 글에서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막 시작되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더해서 삼각관계의 시작도 보인다. 로맨스로만 보면 후기에서 작가님이 밝혔듯이 꼭 시리즈물의 첫 번째라는 느낌이 강하다.

    

호시노는 헛기침을 한 다음 낮게 말했다.

“네가 아까 전에 그랬디. 정혼자가 하는 일이 없다고.”

“네. 뭐, 원래는 의대생이었지만, 졸업을 못했거든요.”

“그럼 네가 돈을 대서 졸업을 시킬 생각이냐?”

“그래도 전 상관없지만, 지금은 딱히 의학공부가 하고 싶지 않은가 봐요. 주식투자를 하겠다기에 돈을 빌려주었어요.”

호시노는 소화의 태평한 얼굴을 보고서 입을 반쯤 벌렸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내가 여자에게 돈을 빌려서 노닥거리고 있다니. 멀끔하게 생긴 주제에.

“돈을 잃으면 어떻게 하려고?”

“저야 그 정도 돈은 잃어도 상관없지만, 잃을 사람 같았으면 애초에 빌려주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돈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오빠도 잘 알고 있거든요.”

호시노가 빤히 쳐다보자 소화는 문 쪽을 힐끔 본 다음 그를 향해 몸을 구부리고 속삭였다.

“저랑 혼인해서 미국에 가서 하던 공부 마쳐야 되거든요. 저로서는 오빠가 돈을 확 잃는 편이 좋은데, 벌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녀가 연극조로 한숨을 폭 내쉬고서 코트를 걸쳤다. 호시노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유한 남자에게 시집가겠다는 마음은 없는 거냐?”

“저는요, 다른 여러 여학생들처럼 돈 때문에 몸을 팔 필요는 전혀 없어요. 저, 부자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룸펜을 만날 필요도 없지.”

“네, 그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요, 원한다면 해도 된답니다. 그게 다른 여자들과의 차이죠.”

(pg. 174-176 발췌)

    

다나카는 인상을 찌푸리고서 보고 있다가 준현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물었다.

“저 아가씨, 총독부의 호시노 상과 무슨 관계야?”

“관계 같은 건 없을 겁니다. 최소한 아직은.”

준현의 대답에 다나카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직은’이라는 건 앞으로는 생길 수 있다는 건가?”

“뭐 소화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저라고 해서 손 놓고 놀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준현이 싱긋 웃자 다나카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로 저 조그만 여자아이한테 호시노 상이 뭔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건가? 도대체 왜? 호시노 상 정도라면 훨씬 예쁜 여자들을 고를 수 있을 텐데.”

“전들 알겠습니까. 이런 특이한 취향은 저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준현의 대답에 다나카는 마치 특이하다는 걸 알고는 있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pg. 247-248 발췌)

    

개인적으로 이다음 글을 꼭 보고 싶다. 두 사람의 로맨스도 조금 더 보고 싶고,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두 사람의 활약도 꼭 보고 싶다. 머지않아 소화와 준현을 다른 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로맨스의, 로맨스에 의한, 로맨스를 위한 로맨스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좋아 하시거나 조금 색다른 글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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