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의 책읽기 -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
김광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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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김광일의 책 읽어주는 남자, 하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가 일 년 동안 조선일보 주말 매거진 연재한 총43편의 서평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고를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책머리에)

       

목적에 따라 도서 서평에도 여러 가지 형식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밝힌 대로 책을 소개하기 위해 쓰인 글들이다. 따라서 책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이나 분석이 아닌 저자가 발견한 재미있는 책들에 대한 짧은 추천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별된 목록이므로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어느 것을 읽을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이들은 한 번쯤 훑어보기를 권한다. , 여기 실린 글들이 2005년인 것을 감안하시기를.

       

여기 실린 책들 중에는 내가 읽은 책들도 있고, 들어는 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이런 유의 책들을 보게 되면 으레 그렇듯 소개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 몇 권의 책 제목을 기록해 두었다. 이로써 나는 저자의 목적에 부합하는 한 명의 독자가 된 셈이다.

       

배반당한 남녀의 사랑은 또 다른 배반입니까, 아니면 복수입니까. 위로입니까, 자학입니까. 두 번째 사랑은 첫 번째 사랑을 이긴다고 생각하십니까. 독자들은 다만 서사를 압도하는 이미지와 문체에 무력해집니다. 동해안의 포말처럼 화려했다가 급격하게 침울해지는 잿빛 내재율이 감각의 꽃을 꽂고 행간으로 외출합니다. (pg. 79)

       

김형경의 장편소설 <외출>을 소개하는 글의 일부이다. 이런 소개글을 읽고 어떻게 읽어보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다. , 도대체, , 한국 책들은 이렇게 빨리 절판되는 것인지…….

 

 

 2013년 4월 13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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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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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짧은 독서에세이 여러 편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흑백으로 된 사진들이 하나둘 씩 끼여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물론 독서나 책과 관계된 사진들이다. 글과 사진이 함께하는 에세이인 셈이다.

 

각각의 에세이는 대여섯 장을 넘지 않는 분량이다. 이 짧은 글에서 글 쓴 이들은 책에 대해, 책읽기에 대해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이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또 어떤 이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나 자신의 개인적인 독서 체험에 대해 말한다.

 

글을 쓴 이들 중에는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글 쓰는 일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 하는 일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이들 29인이 지닌 공통점이라면 책읽기, 독서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단 한 가지다.

재능 있는 책 도둑은 아무 책이나 훔치는 게 아니라 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훔친다. 다른 것이 아닌 책을 훔침으로써 문명과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며 지식과 감성의 이종교배로 유전자를 개량할 수 있다. 훔친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이 부작용처럼 곁들여 지고 잘 읽히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나보다 수준 높은 책 도둑의 서고에서 동굴 속의 알리바바처럼 넋이 나가 서 있던 적도 두어 번 있다. 그 정선된 보물을 다시 훔침으로써 우리 책 도둑들은 시대정신을 공유한다.

책을 훔치면서 알게 된 진리가 하나 있다. 훔친 책은 언젠가는 도둑질을 당한다는 것이다. 군대에 갔다 왔더니 어떤 녀석인지 그동안 내가 피땀 흘려가며 훔쳐 모은 책만 골라 가져가버렸다. 샀거나 물려받은 책은 귀신처럼 알고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pg 45-46, 성석제 책 도둑의 변명에서)

       

현실 속에서 만난 사람은 상처를 주고, 영상매체나 음성매체 속의 이야기는 스쳐 지나갈 때는 강렬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막연한 인상밖에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날것의 현실과 체험을 문자의 그물로 사로잡아 단단한 의미와 심상으로 가공해서 내게 건네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책에 담긴 언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상처 입히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나를 매료시킬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pg. 56, 송경아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에서) 

   

소설가 이명랑 씨의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을 찾아가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인상 깊었고,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과 책읽기가 왜 아직도 유효한가에 대한 글도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항상 다른 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들의 독서생활에 호기심을 느낀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책을 좋아해서 꾸준히 독서를 하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나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 목적과 의도를 밝힌 부분을 발췌해서 덧붙인다.

      

, 세상을 탐하다는 이러한 청유형의 독서문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집필된 글들이다. 이 글들은 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중략)

이 책의 유별난 점은 이 책의 인세 수입을 대한민국의 독서 문화와 도서관 문화를 북돋는 데 쓰기로 모든 필자 분들이 마음을 모으고, 그 인세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 기보하기로 하였다는 점이다.

(pg. 203-204, 안찬수 책은 아름답다에서)

  2013413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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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 문학의 비밀을 푸는 18개의 놀라운 열쇠
정여울 지음 / 이순(웅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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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3년 1월 4일에 종이책으로 읽다.

 

난 때때로 ‘책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다. 이런 책들은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독서에 대한 새로운 의욕을 불러 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 골라든 책이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2012년에 출판 된 책으로 제목에 ‘멘토링’이 들어간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2012년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멘토’나 ‘힐링’, ‘위로’란 단어가 들어간 책들은 피해 다녔다. ^^;;-워낙 평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다. 다행히 제목만큼 내용은 유행을 타거나 한시적이지 않았다.

 

이 책은 문학 참고서와 문학 이론서 ‘사이’에 위치하고자 한다. (pg. 6, 서문)

 

저자의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묘사하는 것 같다. 본격적인 참고서라고 보기에는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고, 이론서라고 하기에는 글들이 서정적이고 주관적이다. 하지만 문학을 좋아하고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개론적인 참고서나 이론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일반적인 참고서나 이론서보다 훨씬 흥미롭고 쉬운 글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성과 목차가 책의 내용과 저자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아래에 간단히 올려본다. 

 

1부

문학의 역할

2부

문학의 기법

3부

문학의 내용

 

이 책은 독서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문학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교양서적으로써도 손색이 없다. 물론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번에 쭉 읽는 것 보다는 다른 문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병행해서 한 장(chapter)씩 야금야금 읽어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고 다른 글에서 실질적인 예를 찾아보면서 더욱 잘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부 금기를 넘어 욕망을 감싸 안다’와 ‘2부 고전은 왜 끊임없이 패러디되는가?’, 이 두 장이 특히 좋았다.

 

문학은 흑과 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수많은 다른 색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예/아니오’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다. 나아가 문학은 ‘좋음과 나쁨’으로만 판가름할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가치들을 사랑하는 존재다. 문학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그 모든 ‘만약’을 향하여 ‘정답은 없다’고 대답한다. 문학은 단 하나의 정답으로만 존재할 수 없는 우리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내는,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그릇이다.

(pg. 14, ‘1부 금기를 넘어 욕망을 감싸 안다’에서)

 

훌륭한 패러디는 원작에 새 생명을 부여할 뿐 아니라 스스로 독창적인 작품이 된다. 고전은 끊임없이 개작되고 당대의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부활한다. 고전이 새롭게 부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고전이 ‘원전’으로만 남아 있기를 고집한다면, 극소수의 엘리트 또는 전문가들만 향유하는 배타적 산물이 되어 버리기 쉽다. 우리 시대,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목소리로 끊임없이 패러디될 때, 고전은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

(pg. 59, 2부 고전은 왜 끊임없이 패러디되는가?’에서)

 

‘1부 문학의 역할’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오락으로써의 책 읽기가 빠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서도 책을 참 안 읽는 편이다. 이건 이미 객관적인 조사들을 통해 여러 차례 수치화된 사실로 알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꼽는 이유 하나는-수년에 걸쳐 미국도서와 한국도서를 함께 읽어오면서 느낀-한국문학책들이 전체적으로 구태의연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제시하듯 문학의 역할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난 재미와 오락도 문학의 빠질 수 없는 큰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재미’를 말하는 것은 한국의 장르문학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내가 알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놓고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은 전체적으로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흑백으로 가른 듯 편을 가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로맨스, 미스터리나 스릴러물들이 많이 출간되어 왔다. 여러 장르의 글들을 쓰는 작가들도 많다. 순수문학에 분류되는 작가들도 다른 장르의 기법을 가져와 글을 쓰는 경우도 흔하다. 장르문학이지만 문학성을 인정받는 유명작가들도 많다. (예를 들자면 스티븐 킹같은?)

일본의 경우에는 오래 전부터 엄청난 양의 만화와 추리나 호러소설들이 출간 되었다. 게중에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정을 받고 동시에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작품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서점에서 장르소설들이 정식으로 자리를 인정받은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여전히 이런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참 이상하다.

 

요 근래는 한국에서도 미국, 일본, 북유럽의 스릴러와 추리물들이 많이 번역되어 출간된다. 인기를 끌어 베스터셀러에 오르는 책들도 많다. 그런데 왜 한국 작가의 이런 글들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울까.

그만한 역량을 가진 작가가 없어서? 뛰어난 작품이 없어서?

 

만일 21세기 한국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정말 책 읽기가 재미없어서라면 과연 그건 누구 책임일까.

순수문학과 장르 사이에 선을 긋고 오락을 위한 글을 싸잡아 폄하하는 문단? 여기 동조하는 출판사들? 내용을 보기 전에 흑백논리에 따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가르고 겉치레에 치중하는 독자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최근 많은 젊은 작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점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읽은 책 몇 권에는 ‘순수와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등의 글귀가 소개글에 들어가 있었다. 이 표현이 꼭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확실히 한국소설들이 재미있어 지고 있다.  

물론 나의 너무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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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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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지은이: 김제동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발행 2011년 4월 21일

초판 50쇄 발행 2011년 11월 25일

 

나는 〈환상의 짝꿍〉을 진행하면서 만난 아이들 얘기를 했다. ‘사촌이 논 사면?’일고 물으면 ‘보러 간다’고 대답하는 아이들. 그 싱싱함에 덧씌워 ‘배가 아프다’고 가리치는 사회다. 함께 산에 갔던 윤도현 형의 딸이 ‘아빠가 개미를 밟았다’면서 30분간 울었던 얘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푸름을 어른들이 마치고 있는 게 아닐까? (pg 13, 김제동, 이외수 편)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꽃 한 송이, 김용택 (pg 39)

 

박 변호사께서 갑자기 명함을 건네신다. 명함엔 ‘소셜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다. 소셜 디자인? 생활과 사회와 사람을 바꾸는 디자이너라는 설명이다. 사람의 생각과 습관과 문화를 읽어내고 거기에 맞춰 무언가를 바꿔 상황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 이참에 나도 ‘스마일 디자이너’ ‘해피바이러스 디자이너’라고 새겨볼까? (pg 64, 김제동, 박원순 변화사 편)

 

지금까지 과학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편하고 풍요롭게 살아보자는 방향으로 사용됐어요. 이에 대한 반성은 있어야 해요. 앞으로의 과학기술은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기여하도록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질주하는 과학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질주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요. 지금도 과학은 권력과 돈에 종속돼 있는데 이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과학과 다르잖아요. 과학을 국가성장 동력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합리적 사고이자 방법론으로 보고 싶어요. (pg 77, 정재승, 정재승 편)

 

그게 답답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 그게 다 내가 한 일이고 나에게서 나온 거야.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판단하는 건 그들의 자유야. 남들의 생각까지 내 의도대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지. 내가 주장한 건 핑크였는데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검정이 될 때가 있지. 그 간극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잔류형 인간이야. (pg 103, 고현정, 고현정 편)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한 당당함과 자부심이 있거든. 그래서 내 작품에 대한 비판에는 언제든 정당하게 맞설 준비가 돼 있어. 요즘 선진국 되겠다고 발버둥들을 치잖아.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나름의 선진국에서 대중 아티스트들은 정말 존중받아. 이런 어려운 시대에 감성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박수 받을 만하지 않나? 연주, 노래, 연기, 개그 등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자기 고통을 갉아 먹으면서 창작한 산물이야. 난 내 작품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데 그게 인기를 못 끌 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무러 좋아할까 고민하며 좇아가는 식의 본질을 비트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pg 141, 김C, 김C 편)

 

그럼,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거죠?

겨울이죠. 그렇지만 겨울이야말로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에요. 어릴 때 어머니가 밀가루를 치대서 칼국수를 만드는데 그만하고 끓이면 좋겠다 싶은데도 자꾸 비벼 치대기를 반복해요. 그럴수록 칼국수의 면발이 쫄깃해져요. 전 그 칼국수의 면발이 역사가 전진하는 방법 같아요. 지금은 치대고 있지만 이 자체가 전진이죠. 태양만이 역사를 전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pg 166, 안희정편)

 

후배들한테 잔소리를 마이 하는데 결국은 본인이 느껴야지. 마지막 공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땅볼로 날아간다고 뛰다 말고 돌아오는 거, 나는 인정 안 해. 안타가 아니더라도 전력을 다하면 송구 에러가 나고 그게 안타를 만들거든. 그게 진정한 프로지. 내가 나를 돕고 최선을 다해야 남도 나를 돕고 기회가 생기는 이치지. 야구뿐 아니라 인생이 그렇다 아이가. (pg 178, 양준혁 편)

 

어찌 보면 이 시대가 가장 불행해요. 일본 식민지 때 타인에 의해 말을 잃어버렸는데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천시해요. 바깥을 나가보면 죄다 외국어를 우리말 발음으로 써놨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에 있는 꽃밭 이름이 ‘플라워 카펫’이래요. 이런 얼빠진 놈들이 있나. 스스로 식민언어정책을 펼치면서 식민지를 자초하고 있다니까. 물론 영어가 필요해요. 그렇다면 영어로 먹고 살아야 할 사람을 집중 양성하고 투자하면 돼. (pg 200, 조정래 편)

 

호텔에서는 야한 영화를 안 틀어줘서. 하하. 늘 좋은 것, 좋은 음식, 좋은 잠자리만 찾다보면 몸이 썩어. 진짜 취한 게 없어지는 거지. 시상식에도 그래서 안 가고 싶어. 작품보다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는 게 아주 싫어. 어떨 땐 레드카펫을 팍 찢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pg 213, 황정민, 황정민 편)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은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흐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 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결빙, 정호승

 

20년을 견디는 힘은 하루하루 찾아오는 깨달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을 ‘나의 대학 시절’이었다고도 술회하지요. 뭔가를 깨닫는 삶은 견디기 쉬워요. 감옥에서 보면 나가는 날만 기다리는 단기수들이 더 괴로워했어요. 나 같은 무기수는 사간이 지난다고 빨리 나가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었어요. 우리 삶도 그래야 해요. 성과, 속도, 효율…… 뭔가에 자꾸만 도달하려고 하는데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거죠. 삶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싶어요. (pg 289, 신영복, 신영복 편)

 

2011년 한국의 출판계는 시사, 사회 이슈가 중심이었던 것 같다. 연말에 여러 곳에서 나오는 가장 많이 팔린 책 목록 중에 빠지지 않는 책들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닥치고 정치’, 정치 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와 '청춘콘서트'가 화제가 된 해. 이건 아마도 현 한국사회가 이런 이슈들에 깊이 고민하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거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에 힘들어 하고, 그 힘듦을 이길 해법을 찾는다. 그 해법을 찾는 하나의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 소통하려 한다.

 

이 책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도 이런 맥락의 책 중 하나이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경향신문에 [김제동의 똑똑똑]이라는 칼럼에 실었던 이 시대의 흥미로운 인물들과 만나 나눈 내용들을 간추려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심각하거나 깊이가 있는 내용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각양각층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가볍게 만나고 부담없이 사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편당 길이도 짧아서 짬짬이 읽기 좋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남편에서 지하철에서 읽기를 권한 책이다. 일주일 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완독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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