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3월 25일에 전자책으로 읽다.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사실 난 이지성 작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주로 쓰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내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느낀 거부감 때문이다.

 

작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이지성 작가는 한 지상파 방송과 EBS에 출연해서 강연을 했었다. 주된 강연 내용은 새 출간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짧게 요약하자면,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를 바꾸면 천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EBS 강연에서는 자녀를 천재로 만들고 성공시키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주로 방청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지성 작가의 강연 내용도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영재 교육에 중점을 뒀다.

일단 난 왜 모든 아이들이 어려운 책들을 읽고 천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겠고, 과연 그런 획일적인 성공(?)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고, 그가 주장하는 대로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서 누구나 그런 영재 내지 천재가 될 수 있다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후에 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나의 거부감은 더 커졌다. 책의 주장은 일관적이었고 그 근거는 너무 약하고 비약이 심했다.

 

독서나 책이 주제가 된 글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후 독서멘토로 유명한 이 작가분의 책들에는 관심을 끊었다. 그러다가 지난 달 우연히 2012년에 책 분야에 새로 파워블로거로 선정 되신 분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흥미로운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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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거 빛살무늬 님은 지난 한 해 동안 1365권 독서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그 독서 후기를 모두 정리해서 올리셨다. , 대단하시다. 학생도 아니고, 출판 쪽 일을 하시는 분도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토록 꾸준히, 치열하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이 긴 독서프로젝트를 하게 만든 책이 바로 이지성 작가의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라는 것이다.

책이 궁금하면 나는 봐야 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한 사람의 일생 중 일 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게 만든 것일까.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잘 보지 않는-난 아직도 손에 잡히는 종이책이 너무 좋다-이북을 구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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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한 번도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올려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런 책의 경우 지금까지의 리뷰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겠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경우에는 감상이나 느낌이 위주가 되어야겠지만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전공서적 등은 그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혹시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지성 작가는 이 책에서 세 가지 독서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향유하는 독서 (지금까지 나의 주된 독서)

지식을 얻는 독서 (때때로 내 전공이나 업무분야에 관계된 독서)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

 

그는 또한 세 단계의 독서가 있다고 말한다.

Pro-reading 자기 분야에 관한 책 100권 이상 읽기

Super-reading 1365일 자기 개발 독서 프로젝트로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갖기

Great-reading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리더로 거듭 나기

 

이 책은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Pro-readingSuper-reading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홍 대리, 홍준수는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홍 대리의 이야기 속에는 이지성, 정회일 두 작가의 실질적인 경험담이 녹아있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 홍 대리는 어느 날 기획팀에서 밀려나 마케팅팀으로 좌천된다. 이대로라면 마케팅팀의 자리에서도 언제 밀려나 회사를 나와야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얼마 전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은 빚에 쪼들리고 있고 애인은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한다. 일찍 성공해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던 동문 선배가 정리해고 된 후 폐인이 된 것을 목격한 홍 대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친구 명훈이 독서야말로 진정으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며 독서멘토 정해일을 소개한다.

 

절실하게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막연하기만 했다.

 

홍 대리의 이 말이 내 가슴을 쳤다. 우리 모두 변화를 원한다. 끊임없이 성장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변화와 성장의 구체적인 내용과 모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원하는 삶은 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멀리 강 건너까지 닿는 다리를 놓기 위해선 우선 내 눈 앞의 돌 하나부터 움직여야 해요. 이상만 바라보다가 해야 할 일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죠.”

눈앞의 돌 하나?”

, 아무리 높은 빌딩도 한 층 한 층 올리는 법이잖아요. 어떤 일이든 과정이 필요해요. 요령도 배워야 하고 성공 마인드도 몸에 익혀야 하죠. 절실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생각만 해서는 다리를 놓을 수 없어요. 몸을 움직여야 해요. 매일 책을 읽어 길러야 하는 독서 습관은 몸으로 책을 읽는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공사에 해당되고요. 다리든 빌딩이든 이상적인 나의 삶이든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건 없잖아요. 설마 씨를 뿌리지도 않고 열매만 거두시려는 심뽀는 아니시겠죠?”

 

이후, 홍 대리는 독서멘토 해일과 친구 명훈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독서프로젝트와 자기계발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100일 동안 33권 읽기>

 

성장을 위한 <자기 업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1100권 독서>

 

여기서 거론되는 독서의 세 가지 유형이 흥미로워 옮겨 본다.

T형 독서 이것저것 읽다가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생기는 때. 처음엔 한 점에서 시작해서 수평적 책 읽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작가든 주제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면 깊게 파고 들어가게 되는 독서법.

H형 독서 다른 분야나 책들로 넘어가 또 하나의 T를 만들고 나중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통섭이 일어나 이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그 때 두 개의 T가 연결되면서 H형 독서가 됨.

X형 독서 몇 개의 T가 섞이고 모이면 X형이 됨. 수많은 X들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자재로 넘나드며 사유하게 되면 달인의 경지.

 

이 외에도 홍 대리는 스터디그룹을 조직해서 이끌고 성공한 CEO 열 명을 인터뷰하며 배움을 책 너머까지 넓혀가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감을 얻고 한 개인적으로, 또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으로서도 점점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홍 대리는 마지막으로 정통 자기계발서, 리더십에 관한 책을 읽어 성공하는 사람의 뇌로 바꾸는 <1365권 읽기>에 도전하게 되고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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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펴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내용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독서에 대한 많은 내용들은 뻔하다면 뻔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뻔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행동계획서로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점 말이다. 이 책은 파급력이 강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적극적인 독서를 시작했다는 글들을 온라인상에서 여러 번 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두 작가의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과 열정이 이 글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약 2천 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자 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면의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씨름하던 사람에서 그 반대의 사람으로, 꿈의 성취를 믿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사람에서 꿈의 성취를 확신하는 사람으로, 나는 소위 성공자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화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길은 책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이야기를 마치며, 이지성)

 

이 모든 변화는 첫 번째, 독서하고 두 번째, 생각하며 세 번째, 실천으로 옮기며 이루게 된 것이다.

내가 읽고 실천하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여 이제는 많은 이들의 꿈이 되신 내 스승님의 노하우들, 또 우리가 직접 만난, 책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이들의 이야기들을 소중히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

글자를 보지 말고 글을 통해 마음을 비춰보길…….

책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저자의 말, 정회일)

 

책 뒤에 ‘5인의 1365권 읽기 성공 후기가 부록으로 붙어 있다. 각자 다른 나이 대에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짧지만 진솔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으며 감동을 준다.

 

책 내용 중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이 일상에 젖어 무기력하게 생활하던 나에게 변화와 성장의 욕구를 일깨워 주고 배움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해준 것만은 확실하다. 타성에 젖어 있던 나의 독서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는 공부처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을 통해 홍 대리는 책만 읽는다고 저절로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많이 읽더라도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 돼버린 경우도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처럼 떠벌이거나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없는 독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책을 읽는가였다.

홍 대리는 책을 읽는 주체로서의 나를 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지금까지 소설, 에세이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독서를 주로 해오던 나에게 이 책은 공부를 위한 독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

 

책은 읽어보면 알고 사람은 만나보면 아는 법이지.”

   

책의 앞에 나온 이 글을 보며 교만한 태도로 이 책을 처음 대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책은 읽어 보기 전에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독서에 임해야 겠다.

 

시리즈: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 2-성공을 현실로 만드는 책읽기 프로젝트,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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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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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책 중에 한 권이 이 책이 2016년 8월 16일자로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 되었네요.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저와 같은 감동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어 원서를 읽고 작성한 것으로 아래 한국어 발췌문은 제가 임의로 번역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한참 전에 읽은 이 책을 이제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올초에 한동안 시험 준비다, 뭐다, 정신없을 때 이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소설을 읽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사전 정보나 별 기대 없이 잠시 들여다볼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 나를 놓아주지 않을 때가.


이 책은 고대 로마 최초의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본명은 가이어스 옥타비어스)의 일생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갑작스러운 시저의 암살로 로마는 혼란에 빠지고, 시저의 양자이자 후계자로 지목된 가이어스 옥타비어스는 시저의 독재가 왕정이 되는 것을 견재하는 공화론자들과 당시 권력의 이인자였던 마크 안토니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저자는 동시대 인물들의 다양한 기록들의 단편들을 엮는 형식으로 소년 가이어스 옥타비어스가 정적들을 물리치고 혼란에 빠진 로마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오거스터스 ‘위대한 자’라는 명칭을 얻고 노년에 이르는 모습을 그려낸다.


모두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야기에서 첫 번째 부분은 아우구스투스의 동시대 인물들-시저를 비롯한 친우들과 정적들-의 회고록과 서신들을 통해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어린 아우구스투스가 정적들과 싸워 이기며 권력의 정점에 서는 과정이 때로는 담담한 어투로, 또 때로는 격정적인 시선으로 그려진다. 전체 이야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첫 부분에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퍼즐처럼 이야기 한 조각씩을 던져 넣으며 이야기가 만들어져 간다. 그런데 정작 아우구스투스 본인의 목소리는 없다. 인품과 재능을 겸비한 어린 정치 천재인 주인공의 모습은 어렴풋이는 보이지만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두번 째 부분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오거스터스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올라 있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본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딸 줄리아의 회고록과 친우들의 서신등을 통하여 권력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인물 이면에 숨겨진 개인적인 고통과 갈등을 보여준다. 단 하나밖에 없는 핏줄인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그 딸을 외딴섬으로 귀향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와 고통이 그려진다. 격렬하고 직접적이지 않기에 그 감정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책의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아우구스투스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내고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숙고한다. 짙은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마치 그와 더불어 격동의 시대를 숨가쁘게 달려와 드디어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한 듯한 감회가 밀려 온다.


The young man, who does not know the future, sees life as a kind of epic adventure, an Odyssey through strange seas and unknown islands, where he will test and prove his powers, and thereby discover his immortality. The man of middle years, who has lived the future that he once dreamed, sees life as a tragedy; for he has learned that his power, however great, will not prevail against those forces of accident and nature to which he gives the names of gods, and has learned that he is mortal. But the man of age, if he plays his assigned role properly, must see life as a comedy. For his triumphs and his failures merge, and one is no more the occasion for pride or shame than the other; and he is neither the hero who proves himself against those forces, nor the protagonist who is destroyed by them. Like any poor, pitiable shell of an actor, he comes to see that he has played so many parts that there no longer is himself. (pg. 274-275)


미래를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인생을 낯선 바다와 알지 못하는 섬들을 뚫고 나가는 오디세이 같은 서사적 모험으로 여기지. 이 모험의 장에서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떨치고 영구히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인생의 한때를 산 중년의 사내들은 인생을 비극이라 여기지. 아무리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나도 결국 신의 영역으로 돌리는 운명과 자연의 힘 앞에서는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유한의 존재라는 걸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이 생에서 자신의 맡은 역활을 잘 살아낸 노인들은 인생을 한편의 희극으로 볼거야. 지나온 인생의 모든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하나로 결국은 그다지 다르지 않고, 그 어떤 성공이나 실패도 자랑스러워할 일도.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님을 알게 되니까. 결국 인간은 운명과 맞서 싸워 이기는 영웅도, 그에 져서 파멸하는 실패자도 아님을 알게 돼. 마치 불쌍하고 애처러운 겉모습만 남은 늙은 배우처럼 그 자신이 연기했던 수많은 역활들 중 그 어느 것도 결국은 자신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지. (274-27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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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Edward Williams (Picture from Wikipedia.com)


1922년 생인 존 윌리엄스는 71세의 나이로 1994년 사망했다. 평생 두 권의 시집과 네 권의 소설을 출간했는데 사망 당시 다섯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었다고 한다.영미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데 일생을 바친 작가는 1985년 한 인터뷰에서 문학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Absolute. My God, to read without joy is stupid.”

당연하지요. 즐거움이 결여된 책읽기는 멍청한 짓입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작년에 한국에서 번역된 <스토너>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아우구스투스>는 1973년 내셔널 북 어워드를 작가에게 안겨주었다. 한동안 절판이었던 작가의 책들은 2003년 New York Review Books Classic-약자로 NYRB로 알려진 이 출판사에서는 영미문학와 제 삼국의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수한 문학 작품들을 선별해서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에서 재발간되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3일에는 <스토너> 출간 50주년을 기념 판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Title: Augustus

Author: John Williams

It was first published in English in 1972 in the United States.

I read the book for the first time in the spring of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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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사랑 2016-09-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제가 아직 번역본은 못읽어 봤어요. 워낙 좋아하는 책이라 한국어 번역본도 구매할까 했는데 저기 위에 한 분이 번역이 별로라는 말씀을 하셔서 고민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도 호평을 받아서 남은 한 권도 번역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즈의 하나 남은 미번역본은 미국 서부시대 소설이라 한국에 번역될지 모르겠네요. 이쪽 장르에서는 많은 이들이 최고의 수작 중 하나로 꼽는 책인데 한국 정서에는 어떨지. 틀은 틀리지만 결국은 큰 서사를 말하는 면은 같은데 말이죠.
 
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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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지나오면서 공부와 일에 관련 없는 책들은 잘 보지 않게 되었다. 꼭 봐야 하는 책들만 보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중년으로 접어 들고, 두어 해 전부터 독서를 위한 독서를 시작했다. 한동안 닥치는 대로 읽었다. 장르나 작가를 가리지 않고 손에 걸리는 대로 읽었다.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다는 자유를 한껏 즐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꽤 많은 책을 읽지만 며칠만 지나면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해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 것이었다. 목적이 이렇다 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일정한 형식이 없고 그 내용도 두서 없었다. 그렇게 한 일이 년이 지나면서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이웃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아쉬운 부분이 생겼다. 읽은 내용을 좀더 잘 정리하고 좋았던 책은 더 잘 알릴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다. 그때 즈음해서 한 블로그 이웃분이 올린 이 책 <서평 글쓰기 특강>의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독서 경험과 독후 활동의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꽤 많았다.

 

생각이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상태입니다. 글이나 말로 구체화하기 전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도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답답해집니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도구가 절실해집니다. 바로 말과 글이지요. 잠재된 생각을 말과 글로 구체화할 때 우리는 보다 ‘분명’해졌다는 쾌감을 느낍니다. <말과활>의 발행인 홍세화 씨는 글쓰기를 가리켜 “주체적 자아 형성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라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쓰다 보면 주관이 뚜렷해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글쓰기로 열등감을 극복했다”는 서민 교수의 말도 이를 보여주는 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문)

 

이 책의 저자인 김민영 씨와 황선애 씨는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이끌고 글쓰기 입문 및 서평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 책은“서평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두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저자들의 이러한 의도에 충실하게 이 책은 혼자만의 독서를 넘어서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서평의 정의와 유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평을 쓰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책을 읽고 발췌하기부터 서평의 개요 짜기와 내용 요약하기, 초고 쓰기와 퇴고 하기까지 서평 쓰기의 전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런 실질적인 내용들이 강의식 구어체로 서술되어서 가독성이 높고 이해가 빠르다. 또한 마지막 장에는 여섯 명의 서평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어 서평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 서평의 가치 등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준다. 다만 서평의 예시가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서로 비교해서 제시해 놓은 같은 책의 독후감과 서평의 예들은 설명만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예시가 좀더 풍성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을 든다면, 이 책의 구성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독서 후 서평을 포함한 글쓰기의 중요성과 효능에 대해 알리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평 쓰기의 실질적 과정과 방법, 예 등을 보여주고 각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내용이 때로는 한 장 안에서 뒤섞여서 서술되어 있다. 차라리 이 두 가지 내용을 완전히 분리해서 다른 장에서 다뤘으면 어땠을까. 서평 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과정과 방법 등은 매뉴얼처럼 따로 정리했다면 책의 효능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처럼 단순히 읽은 책의 숫자를 늘려가는 것이 아닌 한 단계 향상된 독서 경험을 원하는 이들, 또는 글을 써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암담한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제는 혼자 경험하는 것을 넘어 함께 나누고 소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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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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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2013년 11월 23일
제목: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은이: 박웅현
펴낸곳: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1판 1쇄: 2013년 5월 20일
1판 9쇄: 2013년 6월 12일

 

얼마 전 책을 다루는 유일한 공중파 방송인 ‘TV 책을 말하다’가 지난 가을 개편 때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요일 밤 12시 3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대에 프로를 배정해 놓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를 하다니……. 아무리 예능 전성시대에 시청률이 신이라는 TV 방송이지만 공영방송에서 교양프로에까지 꼭 시청률의 잣대를 대야 하는 것인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KBS1에서 ‘TV, 책을 보다’를 시작한 것이다.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 도서 교양프로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름 황금시간대인-이건 이전과 비교해서-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그 첫 회 강연자로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광고인 박웅현 씨가 나왔다. 이 분, 글도 잘 쓰시지만 말씀도 잘 하신다. 본인이 쓴 인문교양서인 <책은 도끼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뒤이어 작은 질의문답, 토론이 이어졌다.

방송을 본 후 그 기분을 이어가서 몇 달 전에 사둔 채 아직 읽지 못한 저자의 신작 <여덟 단어>를 빼들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가 붙은 <여덟 단어>는 저자 박웅현이 2012년 10월부터 두 달여 간 20, 30대 청중들에게 강연한 내용들을 모은 것이다. 젊음에,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는 여덟 개의 키워드를 가져왔고, 그 하나하나가 강연의 주제가 되었다.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어렵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조근조근한 말투로 풀어냈다. 글 속에 구어체 어투가 그대로 살아있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자의 강연을 직접 듣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생에서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후배에게 이야기 하듯이, 또 때로는 삼촌이나 아빠가 나이 어린 조카와 아들, 딸에게 찬찬히 이야기를 하듯 저자는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씩 짚어 간다.

 

 

1강. 자존(自尊)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pg. 33)

 

2강. 본질(本質)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존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pg. 60)

 

3강. 고전(古典)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에 굴복합니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 3백 년, 5백 년을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살아남을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정말 궁금했어요. 모든 것이 시간 앞에 다 풍화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고전 작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 풍화되기보다 마치 시간에 엄호를 받고 있는 듯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고전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본질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pg. 79)

 

4강. 견(見)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던지는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먹고 사는 나의 생업을 위해 필요한 창의력,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오직 ‘見’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g. 112-123)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 (pg. 125)

 

5강. 현재(現在)
그러니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책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pg. 141)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pg. 149)

 

6강. 권위(權威)

 

7강. 소통(疏通)
‘7 Words Rule’ (중략)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pg. 207)
그러면 계속해서 딱 한 마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지점까지 좁혀나가죠. 이걸 생각의 증류라고 해요. 현상은 복잡하고 본질은 단순한 이 세상에서 단순한 본질을 뽑아내기 위한 증류 과정은 제가 일하고 있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pg. 208)

 

8강. 인생(人生)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유머 감각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뇌관이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고, 뇌관은 바깥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걸 믿으세요. 모든 사람은 때가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터질 만큼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pg.227)

더 달리다 보면 네가 앞서가는 레이스가 올지도 모르고, 다시 뒤처질 수도 있고 그러다 앞서 달릴 수도 있어. 그게 마라톤이야. 한 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 번 졌다고 기죽지 마. 마라톤은 완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어. (pg. 231)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뒤표지에 적힌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라는 말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헉헉거리며 살아가는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참 좋다.

이제 또 한 해가 꽁지 빠지게 사라지고 있다. 한숨 돌리고 새로 닥쳐오는 새 해를 향해 주먹 불끈 쥐고 다시 부딪혀갈 때다. 심기일전하는 의미에서 이맘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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