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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비행기 -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단편집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08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미국 팝아트 소설가인 죠 메노의 단편집으로 등으로 원제는 Demons in the Spring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 각 장마다 다섯 편씩 모두 2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여명의 컨템포러리 화가, 순수미술, 그래픽아트, 만화아티스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컨템포러리 화가들이 주제에 맞게 그린 60여 편의 화려한 원작그림들이 영감을 받아 그린 일러스트 작품이 각 편마다 포함되어 있다. (수록 미술작가 명단은 토드 박스터, 켈시 브룩스, 이반 브루네티, 찰스 번즈, 닉 부처, 스테프 데이빗슨, 에반 히콕스, 심 키요르토이, 폴 혼슈마이어, 코디 허드슨, 캐롤라인 황, 코진단, 죠프 맥피트리지, 앤더스 닐슨, 로라 오웬스, 아처 프레위트, 존 레시, 제이 라이언, 수더 살라자, 레이첼 섬터, 크리스 업휴즈 등이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현대 미국의 두려움과 공포를 엿볼 수 있는, 익숙한 곳에서의 유령같은 사건들, 폭죽 같은 귀신 쫓기로 일관한다. 소설에는 크고 작은 재앙이 등장한다. 작게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여자아이로부터 크게는 빛을 잃은 달이나 지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저자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거대비극에 맞서는 인류의 모습이 아니라 일상적 비극을 겪는 개인의 모습이다.
‘귀신’은 현대적 일상에서 발생하는 재앙을 지칭한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가 다루고자한것은 전 세계적이며 전 인류적인 재앙이 아니라, 일상적이며 개별적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극히 인간적인 비극이다. 인간에게 당면하는 비극이란 상실에서 비롯된 좌절과 분노, 자만심과 완벽주의, 박탈감 열등감 죄책감 등 현대인의 재앙과 비극이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소설 자체의 ‘도시적’ 요소로서 ‘체험’의 문제와 협의의 대도시 소설에서 '재앙'과 ‘체험’과 ‘회피’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는 특이한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유령프랜시스>에서의 유령 복장을 하지 않으면 아무 곳에도 가지 않으려는 소녀, <동물원의 동물>에서는 맹수들을 탈출시키고는 자살해 버리는사육사, <그것은 로맨스다>의 주인공인 30대 후반의 외로운 동성애자,<유령비행기>의 극도로 신경쇠약증을 앓고있는 지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여자 주인공 '니콜'과 일생 내내 제대로 된 판단을 한적이 없는 한심한 캐릭터의 남자친구 '빌리'를 통해 신화적 인물이 아닌 평범한 중류층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서고, 다루는 소재도 역사가 바뀌는 위대한 서사적 사건이 아니라 돈 벌고 연애하는 범속한 일상사이며 등장인물들은 현대인으로서 후기 자본주의의 소비 방식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파편화의 삶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소설에서 폭죽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의 폭죽은 원래 재앙을 불러온다는 귀신들을 놀라게 하여 쫓아버리려는 목적으로 발명되었다고 한다(p9)
새 해 아침이 되면 사람들은 문을 열자마자 폭죽을 터뜨리는데 이를 "개문폭죽( 開門爆竹)"이라고도 부른다. 고대 사람들은 화약과 종이로 폭죽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참대에 불을 지펴 나는 소리로 귀신을 쫓아 액운을 면함을 상징했다. 고대 사람들은 화약과 종이로 폭죽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참대에 불을 지펴 나는 소리로 폭음 소리로 귀신을 쫓아버리고 가족의 평안과 하는 사업, 일에 행운이 오기를 비는 마음과 액운을 면함을 상징했다. 폭죽(爆竹)이란 두 글자도 바로 여기에서 출현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폭죽 터뜨리기는 축제나 오락활동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명절 혹은 결혼식, 중요한 축제, 개업 등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모두 폭죽 터뜨리기로 기쁨과 경사를 표시한다. 이런 폭죽의 효과있는 사용을 통해 인간에게 눌러 붙어 있는 자그마한 개인의 재앙 등을 마치 재수굿을 통해 털어내는 것과 같은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표제작인 <유령비행기>에서는 여행지에 도착한 니콜은 자기가 먹는 항불안제 약을 잊고 안가져온것을 발견한다. 신경쇠약증환자에게 약이 없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역시 재앙이다. 정상인의 입장에서 쉽게 생각하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니콜에게 약을 빠뜨린 것이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거라는 식의 어설픈 위학적 충고를 내리는 빌리는 정작 니콜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정신질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빌리는 일생 내내 제대로 된 판단을 한적이 없는 한심한 자로 등장하는 빌리와 니콜의 벨리즈 여행은 엉망진창이 되고, 극도로 신경질적이 된 두 사람은 파국에 이른다. 하지만 혼자서 폭죽으로 장난치던 주인공은 문득 잘못은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폭죽으로 니콜의 마음을 풀어주려 한다. 이 소설에서도 폭죽이 등장한다. 두사람간의 갈등구조에서 해결사처럼 언눈 녹듯이 긴장구조를 풀어버리는 작가의 의도는 마치 우리나라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마음상태를 암시하는 듯한 극적인 장면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한때 지저귀는 꾀꼬리 였던 소년>에서의 폭죽은 참으로 난해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형식을 취한 작품들은 모두 이런것인가 ? 상세한 폭죽 설명서로 대채해버리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독저들은 무슨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조금은 난해한 작품이다.
폭죽은 괜챦습니다. 폭죽제품은 일반적으로 안전 합니다.(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