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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에서 부터 옛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경성 사진에 찍히다가 아닌 경성 사진에 박히다가 훨씬 정감을 느끼게 한다. 나이드신 어른들은 아직도 사진을 박는다고 표현한다. '사진을 박다' 할 때 '박다'는 사진의 속성에 들어맞는 표현이란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의 근대 우리나라의 사진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역사다큐먼터리처럼 소개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당시의 사회상이 어떤 식으로 녹아 있는지, 개개인의 일상에서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소상하게 설명하며 당시의 사진문?shy;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구보씨’ 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민씨다. 한국 사진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온 저자는 현재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면?shy;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당시의 옛사진을 좀더 보고 싶어 저자가 운영하는 카페를 방문해 보았으나 회원가입이 되지 않으면 볼 수 없도록 문을 닫아 둔점이 좀 아쉬웠다.
책은 먼저 근대 신문 기사 속에 발견되는 사진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각종의 사진 관련 이슈가 관심을 끌었다. 1926년, 일본 총독 살해를 기도했던 청년 안중근 의사 사진이 처음엔 일본이 '범죄자 사진'으로 배포되었다가 그 뒤 숭배의 대상으로 일본인 업자들까지 마구 복제해 파는 바람에 부랴부랴 판매를 금지한 일이나 1927년 격리돼 수감 중이던 아나키스트 박?shy; 부부가 포옹하고 찍은 그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진이 일본 내각을 뒤집어놓은 일 등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당시의 경성이 사진에 어떻게 활용됐는가를 설명하면서 당시 시대의 면면들을 소개한다. 당시 사진관들에 엄청난수익을 안겨준 신분증명사진 붐은 일제가 조선인들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사용한 술책이었으며 조선인 비행사로서는 처음으로 안창남이 경성을 비행하며 찍은 사진들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독립의 꿈을 심어주었다는 사실,경성 최초로 ‘부인사진관’을 내고 남성 사진사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사진관을 꾸려나간 프로 사진사이자 이후 근대 여학교 사진과 교수가 된 신여성 이홍경의 이야기, 1930년 사진사 수가 1800여 명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대중화된 사진관의 번창기 등 사진과 얽혀있는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 그 당시의 우리나라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다수 등장한다. 1920~30년대에는 사진엽서가 많이 팔렸다. 꽃 대신 책을 들고 모델 뺨치게 당당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기생의 사진은 당시 기생들은 화려하게 성장하고 찍은 사진을 널리 뿌리며 스스로를 광고했다. 당시 경성의 한량들은 밤마다 요릿집에 모여 흥청거렸으며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펴낸 '조선의 인상'이라는 소책자의 관광 사진엽서 사진. 하와이 이민자와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사진 결혼의 풍속 등 흥미로운 근대 사진들이 가득하다.
피식민 조선인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의 수단으로, 신분증명의 도구로, 정보 독점의 기술로 사진이 행사되기도 하고, 사진관을 통한 초상 이미지의 대중화가 진전되면서 전통적 재현 방식에서 근대적 재현 방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프롤로그」에서
"세월은가도 사진은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남겨진 사진에서는 그 지난 세기 초반 이 땅에 살다 간 당시의 사람들의 소상한 설명과 생생한 옛 사진이 잘 어우러져 있어,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것만 같은 책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생각하던 사진에 대한 부분과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이미지가 근대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