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평점 :
"이 여행은 세 가지 풍경을 거느리고 있다. 길의 풍경, 자전거의 풍경, 의식의 풍경이 그것이다. 길, 자전거, 의식은 그것들 나름대로 독자적이지만 서로 겹치는 풍경이다. 겹치는 정도를 넘어 끌어안거나 밀어내기도 하는,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풍경, 혹은 함몰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 <p.4, 서문 중에서 >
이 책은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50을 넘은 나이에 감행한 자전거 전국 일주의 기록으로 근 한달에 걸쳐 서울을 출발해 전국 방방곡곡을 자전거를 타고 순례한 내용을 적은 것이다.
김수영이 시 쓰는 것을 가리켜 '머리나 심정으로가 아니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일'이라고 설파한 것은 '자전거 타기'와 정확히 동일선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 역시 시를 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본문 중에서)
자전거 여행이라는것에 대해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 글이다.
이 책의 원고가 되었을 여행중 메모했던 저자의 육필 원고를 보며 느낀 점이다.
이창동감독의 영화 시(詩)를 보면 시인이 되고자 하는 주인공 미자할머니는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닌다. 그녀는 사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시심을 그때그때 그 수첩에 까만색 볼펜으로 힘주어 시심을 적어 나간다. 그녀가 수첩에 메모를 하는 동안은 저자의 말처럼 사물의 속살을 만난 순간인것이다.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그 영화속 주인공인 미자할머니가 떠오른다.
저자는 자동차와 보행자의 중간에 있는 길, 그 사이에 균형을 잡고 가는 길, 즉 자전거의 길을 간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만났던 풍경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것이다. 만났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서, 길가에버려져 있는 냉장고하나에서도 로드킬을 당해 말라 도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다람쥐 사체를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남달랐을 것이다. 어느덧 반백의 세월을 살아온 그가 느릿느릿 노을 속 고즈넉한 뒷골목을 지나며 마치 시인이 되고자 했던 미자할머니가 수첩에 떠오르는 시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어내려가던 한구절 한구절 같이, 저자는 그런 마음이 들때마다 자전거를 세웠을 것이다.
저자는 발걸음 대신 `땀으로 가는 자전거`를 통해 땀으로 적신 우리 땅만큼 내가 좀 더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늘려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눈으로 읽는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여유롭게 읽을수록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것이다. 한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되돌아 오는 길목에서 저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정의 반은 둘이 했지만 나머지 반은 저자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여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많은 기억들을 꺼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계획된 여행의 일정은 끝이 났을것이다. 모든 그리운 이들이 마지막으로 되돌아오는 곳은 어디인가? 이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그리움도 한 줄기 허무의 바람으로, 빛바랜 소리매김으로 떠도는 것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