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킬 수 없는 도마뱀 청소년 2
빅토리아 잉 지음, 강나은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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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삼킬 수 없는"은 섭식장애를 중심으로 자신의 몸과 자아에 대한 혼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섭식장애라는 질병을 단순한 다이어트나 외모 관리의 문제로 보지 않고, 그것이 심리적 상처와 사회적 억압에서 비롯된 정신적 질환임을 이야기하며, 이 과정을 겪는 소녀 발레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특히 밸러리의 이야기는 섭식장애가 단순한 ‘몸매 관리’가 아닌, 더 깊은 심리적 고통의 발현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밸러리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과도한 기대에 맞추어 살아왔습니다. 어머니는 딸의 먹는 것을 철저하게 통제하며 "맛만 봐"라고 요구한다. 밸러리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음식을 절제했지만, 결국 자신의 몸에 대한 불안과 강박감으로 섭식장애를 겪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밸러리는 자신이 음식과 엄마의 기대,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신의 몸을 거부하는 단계에 이르고 맙니다.



밸러리의 섭식장애는 단순히 외모나 몸매에 대한 집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외부의 기대와 완벽해야 한다는 내면의 강박에서 비롯된 심리적 고통을 의미합니다. 밸러리가 엄마에게 늘 순종적이고 착한 딸로 남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성격도 착하고, 외모도 괜찮아야 한다’는 강요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부과되는 부담이며, 섭식장애는 그 부담의 한 표현일 뿐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섭식장애가 단순히 외모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억눌린 감정과 자아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밸러리가 겪는 섭식장애는 음식을 통한 자기 통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입니다. 음식을 거부하거나 먹은 후 토해내는 행위는 자기 몸을 향한 거부감이자,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삶에 대한 저항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에게는 외모에 대한 엄청난 기대와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입니다. 날씬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동시에 성격도 착해야 한다는 이중적 요구는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 몸에 대한 불안을 강화하고, 그로 인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밸러리가 끊임없이 자신이 먹는 것을 걱정하고, 남들 앞에서 완벽한 몸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현대 여성들이 겪는 몸에 대한 불안과 자아 상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작품은 여성의 자아 찾기와 성장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보여주면서도, 그 여정의 끝에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밸러리의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섭식장애는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SNS와 대중 매체에서 끊임없이 완벽한 외모와 이상적인 몸매를 강조하면서, 특히 젊은 여성들은 그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왜곡된 자아상을 형성하고는 합니다. 아이돌이나 모델과 같은 미디어 속 이미지는 일반인 여성들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주며, 그로 인해 자신을 비교하고, 불안감에 시달리게 만듭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이상적인 몸과 개인의 자아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이 책에서도 주인공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엄마의 기대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섭식장애를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밸러리는 끝까지 변하지 않는 엄마의 말과 태도에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발레리의 자아 발견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줍니다.


"삼킬 수 없는"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회복하는 이야기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독보적인 추천 이유입니다. 현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기대와 외모 중심적 시선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밸러리의 섭식장애는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부여한 억압적 프레임과 강요된 완벽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작품은 섭식장애를 겪는 이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몸매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억압과 심리적 상처에서 비롯된 심각한 질병임을 인지하며, 사회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완벽함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밸러리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여정을 보며, 독자 역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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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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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영향력은 실로 놀라운 것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은 단순히 질병과 재앙을 넘어, 우리의 사회와 문명, 심지어 사고방식까지도 변화시켜왔습니다. 고관수 교수의"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역사 속 미생물의 강력한 역할을 중심으로, 그들이 인류와 어떻게 상호작용해 왔는지를 다루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책은 과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미생물이 인간의 진화와 문명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점은 마땅히 주목할 점이었습니다. 효모를 이용한 술과 빵, 결핵균과 산업혁명, 살모넬라와 고대 그리스의 몰락 등 다양한 사례는 미생물이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명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효모의 변이를 보면 인류의 맛 계통도가 보인다"는 책의 설명처럼, 효모가 만든 술과 음식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전쟁 속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인간을 괴롭혀 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주목할 점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발생한 한타바이러스의 유행을 예로 들며, 미생물이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작가는 "한타바이러스는 어느 것 하나 바꾸지 못한 존재 같지만, 실은 모든 것을 바꾼 미생물일 수도 있다"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미생물이 어떤 상황에서 인간 사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미생물이 주로 질병을 일으키는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을 한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도 다룹니다. 항생제의 발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등 미생물이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한 사례들은 독자들에게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줍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질병 치료와 인간의 건강, 심지어 성격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은 과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미생물이 역사적 사건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역병이 살모넬라균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고대 문명을 이해하는 방식에 새로운 시야를 넓혀줍니다. 살모넬라 엔테리카라는 세균이 단순한 전염병으로 그치지 않고, 아테네의 민주주의 몰락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미생물이 단순한 병원체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미생물은 그저 질병을 일으키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적 변화를 초래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페스트와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들이 유럽과 아메리카의 역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식시켜줍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천연두 창궐은 원주민들을 무력화시켜, 유럽 식민지 세력이 그 땅을 정복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콜럼버스의 교환'에서 미생물은 단순한 교역의 일부가 아니라, 신대륙의 운명을 결정지은 핵심적인 요소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미생물이 역사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가장 큰 매력은 미생물과 인간이 얽힌 공진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효모와 술의 관계를 설명하며 인류가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문명을 일구어냈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특히,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은 인류가 술과 발효 음식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흥미로운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가설은 단순히 미생물의 발효작용이 인간의 음주 문화를 낳았다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진화와 미생물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미생물이 인간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를 이해하는 데 깊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미생물의 유전체 연구가 인류 진화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미생물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 행동 사이의 연결성을 소개합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최신 과학이 인간의 성격, 행동, 심리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미생물의 역할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또 다른 매력은 과학적 지식과 역사적 사례를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 방식입니다. 효모를 통해 술과 빵이 만들어지며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 점을 다루거나, 결핵균이 산업혁명 시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흥미로운 관점이 빛을 발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잊혀졌거나 사소하게 여겨졌던 미생물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며,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미생물이 미래에 어떻게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포스트 항생제 시대'의 도래, 분변 미생물 이식술과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하는 가능성 등을 다루며, 인류는 미생물과 공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 관계는 더욱 밀접해질 것임을 경고합니다. 특히, "미생물은 단순히 함께해온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은 물론 정신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서는 인류의 미래와 미생물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깊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관수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어떻게 미생물과 공존해야 할지에 대해 모색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인류는 이제 다시금 미생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주며 저자는 미생물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 내성 문제는 현대 의학의 한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미생물의 진화를 가속화시킨 결과, 이제는 기존의 항생제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질병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나 세균을 이용한 면역항암요법 등을 제안하며, 과학이 미생물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또한, 볼바키아라는 세균이 모기와 같은 해충을 퇴치하는 데 사용된다는 사례는, 미생물이 단순한 적이 아니라 환경을 개선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미생물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책은 단순히 미생물의 과거와 현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어쩌면 인간은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 통해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미생물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그들은 우리의 생존, 질병, 그리고 사회적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미생물이라는 작은 존재가 어떻게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생물에 대한 경외와 함께,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는 지금의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미생물은 단순히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의 생존과 미래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을 이 책은 여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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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우리 집을 부탁해요! 스콜라 창작 그림책 87
조지 멘도자 지음, 도리스 수전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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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란 무엇일까?"



"헨리에타, 우리 집을 부탁해요!"는 1981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로 40년이 넘도록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그림책이라는 점이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책으로 한정 짓지 않고, 모든 세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와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건축가인 생쥐 헨리에타가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건축가인 생쥐 헨리에타가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위해 맞춤형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헨리에타는 각 동물의 생활 방식, 생태적 습성, 개성을 고려해 물속, 땅속, 나무 위, 그리고 절벽 같은 독특한 장소에 집을 짓습니다. "청설모가 겹겹이 뻗은 나뭇가지 위에 우주선에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집을 지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송어는 아틀란티스 같은 물속 낙원을 원합니다. 게으른 고양이는 침대가 많고 테라스가 있는 집을 요구하고, 도마뱀은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빌라를 요청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청을 받은 헨리에타는 동물 친구들의 소망을 하나씩 실현해 줍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각 동물이 필요로 하는 집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집이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동물들의 삶과 꿈을 담는 공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에 헨리에타는 자신만의 집을 선택하는데, 화려한 집이 아닌 매우 소박한 집을 택해 그녀의 겸손한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헨리에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외적인 화려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에서 진정한 안식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주인공인 헨리에타는 건축가로서 자신의 창의력과 재능을 활용해 동물 친구들의 개별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며,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는 현대 건축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꿈과 필요를 반영하고,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입니다. 헨리에타는 바로 그 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축가이며, 그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정체성과 꿈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헨리에타가 다양한 동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활 방식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장면들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위해 지은 테라스가 있는 집은 고양이의 게으른 성격을 반영한 것이며, 부엉이를 위해 지은 천문대는 부엉이가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별을 관찰하는 습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러한 맞춤형 설계는 헨리에타가 동물들의 삶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또한 1981년에 출간된 이 책은 당시에는 드물었던 여성 직업인인 건축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다루며, 특히 여자 어린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헨리에타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생쥐이지만, 그 누구보다 능력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해냅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성별이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또한, 단순히 '건축'이라는 주제를 넘어,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헨리에타는 동물들의 집을 설계할 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짓습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지속 가능한 건축과 환경 보호의 개념이 이 책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헨리에타였다면 어떤 집을 설계했을지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킨 헨리에타의 방식은 독자들에게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헨리에타의 모습은 우리에게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도 일깨워줍니다. 모든 나이대의 독자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답고 깊이 있는 그림책으로 각기 다른 동물 친구들의 집을 구경하면서 그들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헨리에타라는 뛰어난 건축가의 창의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헨리에타가 자신의 집으로 소박한 집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행복은 화려한 외형에 있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는 것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삶과 공간을 어떻게 꾸려 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도 세대를 넘어 사랑받을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며,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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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새처럼
바루 지음, 김여진 옮김 / 올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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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 작가의 "자유롭게 새처럼"은 전쟁, 평화, 자유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바루 작가는 이 책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자연, 인권, 그리고 사랑의 중요성을 따뜻하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한 마리의 새가 주인공이지만, 이 새의 여정은 전쟁으로 파괴된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생명체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책의 주인공은 지쳐버린 새입니다. '새'는 일반적으로 자유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로, 인간이 꿈꾸는 자유로운 삶의 상징이죠. 그러나 이 책 속의 새는 굶주리고 지친 상태로, 하늘을 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평화로운 삶이 무너진 새는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으며, 날개짓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전쟁이 얼마나 삶을 파괴하는지, 그 결과로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던 곳은 꽃향기가 따스한 공기를 채우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나무가 고개를 늘어뜨리는 아름다운 나라였어. 예전에는 그랬어.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모조리 집어삼키기 전까진 말이야."

평화로웠던 일상이 전쟁이라는 재앙에 의해 산산조각 나버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는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이 새의 여정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독자들에게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가 지쳐 물속으로 곤두박질할 때, 고래 파랑이와 등대지기 조나스가 새를 구하고 돌봐주는 이야기는 연대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혼자서는 회복할 수 없었던 새는 타인의 도움과 보살핌을 통해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되고, 결국 자유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를 돌보며 연대할 때,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의 피해자들, 혹은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에게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상기하게 합니다.



"우린 새가 기운을 차리는 걸 지켜보았어. 보기에도 흐뭇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더 좋았지. 새는 해 뜰 때부터 어둑해질 때까지 노래했어."

새가 다시 노래를 부르고 친구들을 불러오는 장면은 평화를 상징하며, 그 속에서 자유의 의미를 다시 찾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연대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새는 자신을 도와준 이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고, 그 과정은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이 동화는 전쟁의 참혹함을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한 환경 파괴와 생명 존중의 메시지까지 담아냅니다. 전쟁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인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바루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결과로 고통받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바루 작가는 전작인 "고래야 사랑해"에서 해양 오염 문제를 다루었듯이, 이번 책에서도 전쟁이 불러오는 환경 파괴와 인권 문제를 언급합니다. 특히, 전쟁은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가장 큰 원인임을 보여줍니다. 새가 전쟁으로 인해 도망쳐야 했던 이유는 단순히 전투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가져온 환경 파괴와 삶의 터전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경 보호와 인권의 문제를 조화롭게 다루며, 전쟁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영향을 자연과 인간의 관점에서 성찰하게 만듭니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표현 방식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작가는 직접적인 전쟁 묘사를 피하면서도, 그림자처럼 전쟁이 가져오는 공포와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동시에 사랑과 연대의 힘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들이 평화, 연대, 자유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많은 새들이 기운을 되찾고 다시 길을 떠났지. 행복해서 떠날 수가 없다지 뭐야."

주인공 새가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때, 그가 다시 길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독자들에게 사랑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며, 연대와 사랑이 곧 자유의 원천임을 강조합니다. 사랑의 힘이 자유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일깨워줍니다.



특히 자유의 상징인 새가 지치고 상처받은 모습은 전쟁이 가져오는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전쟁, 환경, 인권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풀어내면서,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있으면, 비록 전쟁과 갈등으로 상처받은 현실 속에서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어린이 독자들과 어른 독자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전쟁, 난민, 환경 문제 등 우리 시대의 도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서로의 아픔을 돌보는 연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모두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돕고 함께하는 연대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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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 숨겨진 초능력 국민서관 그림동화 285
슬라바 스비토바 지음, 올렉산드르 샤토힌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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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 숨겨진 초능력"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번쯤 꿈꿔본 슈퍼히어로의 세계를 독특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슈퍼히어로에 대한 꿈을 꾸는 평범한 아이 니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초능력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히어로가 되는 여정을 그립니다. 책을 통해 슈퍼히어로란 단순히 초능력에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니나는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고,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들을 동경하며, 자신도 그런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니나는 자신에게 초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망합니다. 초능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나한테는 초능력이 없잖아!" ( _본문 중에서 )

니나는 초능력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봅니다. 할머니의 빗자루를 타고 날아보려고 하고, 시간 지배자가 되어 모든 시계를 없애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합다. 니나의 모습은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니나는 초능력을 얻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자 낙담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행동이 진정한 초능력임을 깨닫게 됩니다. 동네의 꼬마인 스몰스가 고양이 마지팬이 없어졌다고 울고 있을 때, 니나는 스몰스를 위로하고, 함께 놀아줍니다. 비록 슈퍼히어로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거나 괴물을 물리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의 능력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니나는 스몰스를 꼭, 꼭 안아 주었어요." ( _ 본문 중에서 )


스몰스를 도와주고,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니나는 자신이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슈퍼히어로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니나는 자신이 이미 슈퍼히어로가 되었음을 알아차립니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초능력이라는 것입니다.


"거울 속에 슈퍼히어로가 서 있었어요!" ( _ 본문 중에서 )

초능력이나 멋진 기술을 가져야만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니나는 마지막에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변신했음을 깨닫습니다. 그 변화는 겉모습의 변화가 아닌 마음속의 변화였습니다. 이러한 결말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며, 작은 친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니나의 숨겨진 초능력"은 밝고 경쾌한 일러스트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며,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특히 니나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슈퍼히어로가 되려고 애쓰는 장면들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니나가 할아버지를 놀래키거나, 시간이 없어진 집안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슈퍼히어로가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지니고 있는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슈퍼히어로가 꼭 초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을 위로하고 도울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자신만의 초능력을 발견하고,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따뜻하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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