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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
제이슨 히켈 지음, 김승진 옮김, 홍기빈 해제 / 아를 / 2024년 7월
평점 :
제이슨 히켈의 "격차"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현대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현상적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맥락과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불평등과 빈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왔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제이슨 히켈은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인류학자로, 유엔 ‘인간개발보고서’ 통계자문위원과 유럽 그린뉴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빈곤과 불평등의 역사적 뿌리를 탐구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적 해법을 제시하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히켈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 경제 모델을 제안하는 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15세기 서유럽에서 시작된 이후 세계 경제의 주류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가난한 나라들과 부유한 나라들 사이에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냈습니다. 히켈은 이러한 격차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왜 지속적인 빈곤을 초래하는지를 고발합니다.
히켈은 "격차"를 통해 자본주의가 빈곤과 불평등의 주요 원인임을 밝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선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만들어낸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탈성장’이라는 대담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재고하고,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서구의 제국주의적 수탈과, 이를 통해 형성된 글로벌 불평등의 역사를 탐구합니다. 히켈은 서구 국가들이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나라들을 체계적으로 착취해왔음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빈곤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다룹니다. 히켈은 서구 국가들이 발전주의적 경제 정책을 무력화하고, 신자유주의적 개입을 통해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를 통제하고 약탈해온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어떻게 글로벌 남부 국가들을 경제적 종속 상태로 몰아넣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합니다. 히켈은 부채, 구조조정, 자유무역 등의 정책이 어떻게 가난한 나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그는 이러한 정책들이 결국 서구의 부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히켈이 제안하는 대안적 해법들이 소개됩니다. 그는 탈성장을 통한 경제 정의, 글로벌 최저임금제, 부채 탕감, 보편적 기본소득 등의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히켈은 불평등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특정 경제 체제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50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본질이 이윤 극대화와 무한한 축적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곧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이어졌고, 주변부 국가들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서구의 부유한 국가들이 번영을 이루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히켈은 오늘날의 글로벌 불평등이 단순한 경제적 차이가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구조적 불의의 결과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히켈이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그는 특히 신자유주의와 구조조정 정책이 어떻게 글로벌 남부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억압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부채 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주권을 앗아갔고, 그 결과 그들은 더욱 빈곤해졌습니다. 히켈은 이러한 현상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악화시켰는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히켈은 또한 이 책에서 기존의 성장 중심 경제 모델을 탈피하고, 보다 공정한 경제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대담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는 부채 탕감, 보편적 기본소득, 글로벌 최저임금 제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의 해결책을 제안하며, 경제적 정의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합니다. 이러한 제안은 현재의 경제 질서가 얼마나 부조리한지,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이 책을 경제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평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빈곤과 불평등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며,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며,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