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별빛 창창"은 실패와 상실 속에서도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려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우리는 규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가?' 묻고 있습니다.
꼬질꼬질한 현실 속에서 창창한 별빛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 소설은 말합니다.
✔️"괜찮다고. 지금의 너도 충분히 빛난다고."
설재인은 삶의 세밀한 단면과 감정을 날카롭고 따뜻하게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별빛 창창"은 그의 신작 장편소설로, 삶에 대한 고민과 청춘의 내면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특히 청년들의 삶 속에 담긴 고군분투와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성을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민속 신앙인 태몽은 태아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예견한다고 여겨지며, 이 작품은 이를 사회적 규정성의 메타포로 사용합니다. 사회적 효용가치에 얽매여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는 부담감, 패배감, 자아 탐구는 이 책의 주요 주제입니다.
작가는 태몽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하여, 삶에 대한 사회적 규정과 그로 인한 억압을 조명합니다. 그는 청년들이 겪는 실패와 좌절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동시에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는 동행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인생은 어떤 환경에서도 재정의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곽용호라는 이름은 호랑이와 용이 등장하는 태몽에서 비롯되었지만, 주인공의 삶은 이름의 웅장함과는 정반대로 흘러간갑니다. 주인공은 엄마인 곽문영이라는 스타 작가의 그늘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삼수생, 취준생입니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와 더불어, 그는 자신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짓눌려 살아갑니다. “나의 정체성이 태어나기도 전에 부정당했다.”는 주인공의 고백은, 사회와 가족에 의해 정해진 이름과 역할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는 이러한 용호의 내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성공과 효율이라는 기준에 짓눌리는 청년들의 삶을 비춥니다. 용호가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부족함 사이에서 느끼는 패배감은 모든 2030 세대가 겪는 불안을 투영합니다. "낯선 성공의 경험을 온전히 누려 보자"는 그의 다짐은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힙니다.
📌"나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사랑해 안달하는 서사들만 보면 그렇게 환멸이 났다."
작품 속에서 용호와 엄마 곽문영의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깊게 드러냅니다. 곽문영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용호를 방치하며, 딸이 느낀 결핍과 고립감은 곧 증오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서사를 따라가며 드러나는 엄마의 과거는 이 관계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엄마 곽문영은 미혼모로서 사회적 낙인을 견디며 일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딸에게는 충분한 애정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가족 관계에서 서로의 상처와 화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용호가 엄마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면서 “아픔도 유전된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닮아 있었습니다.
📌"엄마는 진짜로 사라졌다. 한여름 아스팔트 도로에 내린 가랑비처럼 깨끗하게 증발해버렸다."
이들의 관계는 흔히 "모녀의 사랑"으로 치부되는 서사를 배반하며,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거리감을 생생히 묘사합니다. 곽문영이라는 인간의 상처와 삶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용호는 결국 엄마와 자신 모두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낯선 성공의 경험을 온전히 누려 보자, 우리.”
용호는 곽문영이라는 이름의 대타로 드라마 대본을 쓰게 되며, 자신의 꿈과 직면합니다. 친구 함장현과 함께 한 대본 작업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만, 예상치 못한 성공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작가는 실패로 점철된 삶에서 성공을 받아들이는 법조차 모르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불안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우리는 불안해야만 하게끔 키워진 것은 아닐까.”
이들이 사회에 의해 길들여진 자아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안을 극명히 드러냅니다. 낯선 성공에 불안을 느끼고,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의심하며 끝없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모습은 현실적이었습니다. 이는 꿈이 항상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그것이 때로는 고통과 갈등을 동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무기력한 청춘을 절망으로만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나아가는 등장인물들은 독자에게 작지만 확실한 희망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인간은 사회가 정한 효용가치를 가질 때만 존중받는다"는 메시지를 소설 전반에 걸쳐 드러냅니다. 용호가 엄마의 성공에 기생하며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 현실은 사회가 부여하는 효율과 성공의 척도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줍니다.
📌"아무리 낡아도 절대로 기능이 없어지지 않는 게 바로 수건이거든요."
낡은 수건에 빗댄 인간의 존재는 사회적 효용이 다했다고 여겨질 때조차 가치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작가는 이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해도 충분히 존재할 이유가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는 불안해야만 하게끔 키워진 것은 아닐까.”
곽용호와 친구 함장현, 그리고 곽문영의 드라마 제작을 관리하는 오혜진은 모두 삶의 실패와 좌절 속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고, 꿈을 재정립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특히 ‘돈’과 ‘재능’이라는 현실적 가치 속에서 고민하는 곽용호의 내면은 현대 청년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작가는 이러한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라는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혼자였다면 이겨내기 어려웠을 실패와 상처를 동료들과 함께 극복해가는 과정은 큰 위안을 줍니다.
세상의 규정에 굴복하지 않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며, 나아갈 용기를 선사합니다. 이 소설은 실패의 연속으로 여겨지는 청년기와, 가족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며, 그것을 수용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이 세계를 다정하게 감싸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삶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좌절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여전히 별빛처럼 희망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광혜암과 같은 상징적 공간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나며, 세상에 억눌린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합니다. 무채색 같던 곽용호가 총천연색으로 자신을 찾아가듯, 소설은 독자에게도 각자의 삶의 색을 되찾을 힘을 줍니다.
청년들의 좌절과 갈등을 그리면서도, 인간과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끝까지 잃지 않는 이 소설은 꿈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별빛이 스며든 무채색의 삶이 총천연색으로 물들어가는 찬란한 여정'을 선사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