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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8월. 너무 더워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8월이지만 그래도 무더웠던 날씨 만큼 잊지 못할 즐거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독특한 제목으로 눈낄을 사로잡는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보면 할머니와 젊은 처자가 정면을
응시하는 그림이 있다. 이 표지 그림은 그리 특색 있는 건 아니라 할 수 있지만, 표지 절반을 둘러싼 겉표지를 벗겨내면 두 인물이 있는 곳이
절벽 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서 있는 절벽과 절벽 속 4명의 발바닥이 겉표지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제목으로 유추해보면
이 발바닥의 주인공들은 바로 시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 표지는 책에 대한 기대감을 확 끌어올린다. 뒷표지를 보면 '정신 놓고
웃다보면'이라는 글처럼 책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키득 키득 거리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책속에 빠져들게 만들며 읽는 즐거움으로
무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이 책은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을 표방하고 있다만, 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미스터리면 미스터리지 코지가 붙는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인가 했는데, 이 책을 만나고 보니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특히 요즘 나오는 미스터리는 대부분 필요이상으로 잔인함이 있기에 읽으면서도 눈쌀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미스터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재미는 기본이고, 잔임함이 없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읽고 난 후에도 뒷맛가지 개운함으로 만족감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마주한 미스터리는 바로 15년전 마을 잔칫날 한날 한시에 사라진 4명의 소녀들이다. 이 사건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지만 결국 사라진 소녀들을 찾지 못하고 잊혀져가던 사건이 시골 할머니 집에 유배된, 바쁠거 하나 없는 삼수생 강무순 앞에 고개를 내민다.
안그래도 인적드문 산골짜기에서 짜증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던 강무순은 사랑으로 보듬어줘도 모자랄 손녀에게 막말 퍼레이드를 퍼붓는 할머니와, 종가집
17대 손인 정신이 살짝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꽃돌이가 손을 잡고 무료함에 치를 떨던 무순이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여름을 잊고 싶은 나를 즐거움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즐거운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