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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와 일본은 비슷한 게 많은듯 하다. 사실 우리도 책 제목처럼 아니라고 말하는 문화가 아녔다. 특히 작가가 이 책 속 글을 쓴 80년대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집에서는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그러한 말을 하지 못했고, 아버지에게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에게는 그런 말을 하다간 등짝 스메싱으로 한동안 등짝이 얼얼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집에서보다 더 하기 힘든게 바로 사회생활에서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군대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아니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던 그런 시대. 하라면 해야 했던 그런 시대를 지나왔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저자처럼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한 행동을 했다가는 튀는 아이, 튀는 녀석, 군대에서는 관심사병, 직장에서는 튀는 직원으로 찍혀 단체생활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야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창의력의 시대라고 하는 지금에야 남들과 같은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다른 사람, 특히 상사의 말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은 무르익지는 않은듯 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가능해지겠지만.
그리고 살 만큼 살았지만 어떤 순간도 '내 인생은 완벽했다' 고 느낄 만한 것은 없었다는 작가. 물론 지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을때, 주사를 맞으며 잠깐 내 인생은 완벽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약기운 때문이였다는 글을 보면서 내 인생은 완벽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겠다고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물론 그렇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작가가 그 일로 인해 알게된 것은 본받을만 하다.
이처럼 공감가는 에세이를 만난지 꽤 오랫만이다. 그것도 세대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조금이 아닌 엄청난 세대차이가 나는데도 공감이 가다니 놀랍다. 처음 작가의 이력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작가가 40대였던 1980년대에 쓴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무려 3번이나 지난 80년대의 글들이 뭐 공감이 얼마나 가겠어 했는데 이런, 머리말을 대신하는 자문자답부터 다른 작가와는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감추고 싶을 법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해대는 작가의 말들은 꽤 공감이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들 역시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간다. 거기에 더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지난날의 시절을 떠올려보게도 만들기도 하는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