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미술책을 전문으로 리뷰를 올리고 있다. 왜 미술책이냐고 묻는다면, '즐거우니까!' 시간이 날때면 삼
청동, 통의동, 인사동, 평창동의 화랑을 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지닌 그들 화가의내면을 바라보고, 존경
하고, 감동하고, 또 즐거워한다. 내 꿈의 하나는 '세상의 모든 그림을 보는 것'이다.   
그림 못지않게 음악은 나에게 위안과 안식이다. 낮잠을 좀처럼 자기 힘든 나는 밤샘을 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턴테이블에 걸어 두곤 했다. 3악장의 악센트에 엷은 잠을 깨곤했지만, 그 음
악을 들으면 편안해 지고, 그래서 잠을 청할수 있어 좋았다. 그림이 없는 세상,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였던 칸딘스키

내가 좋아하는 두 친구를 묶은 책이 나왔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이 책의 지은이 노엘라는 나만큼이나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분야에 박식하다. 책이 도착
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출판사는 <나무 수>다. 이미 <핀란드 디자인 산책>에서 이 출판사를
눈여겨 보았던 터다. <나무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예전에 봤는데,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평단 리뷰책
으로 온것이다. 서평단 하길 잘했지!

지은이는 바이올리니스트로, 2008년 연주앨범 <샤이닝 클라우드>를 내기도 했다. 그런 그는 미술에도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어 이렇게 멋진 책을 내게 되었다. 글의 구성은 나의 이야기- 화가이야기 - 음악가 이야기
-나의 생각마무리 이런 패턴으로 되어있다.  비슷한 이미지의 화가와 음악가가 함께 나란이 글 한편에 등장하고,
그 이미지에 맞는 나의 추억과 삶이 씨줄날줄로 연결된다. 

책의 <오감으로 느끼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에선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이는 칸딘스키, 색을 보면 음악이 들리는
스크랴빈을 소개하고 있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면 어떤 리듬감이랄까, 발랄한 음악이 들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
는데, 역시나.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색을 보는 공감각 (두가지 감각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느꼈다.   칸딘스키는 악기들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고 보았다. 트럼펫은 빨간색을 나타내며, 목표
지향적이고 열정적인 것을 의미하고, 플루트는 밝은 파랑, 첼로는 어두운 파랑, 오르간은 제일 어두운 파란색을 나타
내는 것이라 보았다. 칸딘스크의 이런 영감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도,레,미, 파에 색깔을 입힌다면?

스크랴빈은 관현악 <불의 시>를 작곡하면서 각각의 음정에 색깔을 지정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도'는 빨간색을
나타내고 인간의 의지와 격렬함을 표현한다고 했고, '레'는 노란색이며 환희를 '미'는 하늘색이자 꿈을, '파#'은 보라
색이며 창의력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은 저마다의 영혼에 어떤 색깔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무슨 색깔일까? 그리고 당신은?

이처럼 책에서는 모네의 그림과 드뷔시의 음악을 묶고, 뭉크와 쇤베르크를 묶는다. 발라동과 말러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고야와 베토벤에서 유사한 숨결을 읽는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저자는 음악을 통해 미술을 보고 미술을 통해 음악을 읽어
낸다.  그림과 그림으로 이어가도 좀은 어려운 듯한데, 현대음악가들의 계보가 들어서니 좀더 어렵다. 그렇지만 나의 지
식창고는 한결 두둑해진다. 흠... 모네와 드뷔시가 이렇듯 같은 느낌으로볼 수 있겠구나...이 책을 읽고나면 근현대 예술
사를 짧게 지나오는 듯 하다. 화가의 삶, 음악가의 삶이 씨줄 날줄로 엮이면서 한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의 변화가 어떻게 
그림과 음악에 반영되고 꽃피웠는지를 짐작케한다.


에세이란 '나'를 주어로 엮어가는 대화

이 책은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흥미롭다. 그리고 에세이라 부담없이 책을 열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면 기왕 에세이의 형식이라면 자신의 얘기가 구체적인 언어로 쓰여졌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모호
하다. 사랑하고, 해외생활에 지치기도 하고, 괴로운 일도 겪었다는 표현이 있지만 뭔가 생생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다 있는
보편적인 삶을 보든 듯하다. 나를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닌데, 안개속같다. 다 읽은 다음에도 지은이의 '컬러'가 느껴지지 않
는다. '나의 삶'을 깔고 시작하는 글이라면 나의 삶이 생생하게 드러나야 읽는 사람도 즐겁고 감동도 두배가 된다.

음악가나 화가에 대해선 간략한 백과사전식 소개를 하고 글을 여는 것이 좋았겠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도 더러 있었
고, 두 사람이 하나로 묶이는 것은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인데, 그에 대한 설명도 결들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가지 더 아쉬움을 지적하자면, 나의 이야기- 화가이야기- 음악가 이야기가 글 한편에 묶이다 보니, 주어가 산만해진 느낌
이다. '사랑했고 행복했다'는데, 나의 이야기인지, 화가가 그랬다는 건지, 음악가의 삶을 말하는 건지 좀처럼 긴장하지 않으
면 줄기가 금세 흐트러지고 만다. 


<그림이...>는 음악에는 지식이 일천한 나에게 그림과 더불어 음악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선물은 더 있다. 초판을 사면 책에 소개된 음악가들의 음악이 실린 씨디가 선물로 온다. 너무반갑다. 게다가  미술관 티켓이 3장 따라온다. 이 책을 사
려면 일단 서두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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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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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네 21>에 나오는 김소영의 글을 좋아한다. 영화와 대중문화를 현실정치에 버무려 쓴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통쾌해질 때가 많다. 그녀의 글은 씨네의 기자로, 글잘쓰기로 이름난 백은하 나 김혜리
와 버금가는 또다른 개성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학술적 평론과 대중적 리뷰의 혼재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이 배달되었을 때, 내심 좋아라 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나 내용은 학술적이
어서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반도의 봄>, <열녀문>, <귀로>등 낯선 이름들과 옛날 배우의 이름이 생
소하기만하다. <괴물>,<빈집>, <강원도의 힘>등 익숙한 영화들이 나왔을 때야 겨우, 편안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리뷰 모음집이거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영화를 대상으로 쓴 글일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사적으로
의미있는 감독의 작품들, 우리영화에 족적을 남긴 영화를 대상으로 한 글이 대부분이다. 학술적 영화
평론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혹시 김소영씨가 학위논문 통과를 위해 썼던 글이 아닐까? 대중에게 다가
가고 대중을 설득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보다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대한 정리에 더 힘
이 실려있는 것 같다. 그러니 영화학도가 아닌 사람에겐  지루한 선생님의 강의 같은 부분이 있다.

좋은 편집자를 만났더라면 혹은 작가가 유연했다면 

출판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좋은 재료를 갖고 잘 만들지못한 책 앞에선 '만약에'라는 단서
를 붙여 새로 만들고 싶어진다. 혹은 독자로서 더 좋은 책을 보고자하는 욕망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학술적으로 다룬 옛날 영화는 글의 서두마다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했더라면 어떨까.  

둘째, 10경이라고 했는데, 조금더 구체적인 의미를 달아보면 어떨까. 첫번째 '경'은  '경계의 경관'이라 이
름 했는데 좀더 쉬운 이름이었어도 됐다. '떠도는 이방인'에 대한 영화인데, 그에 맞는 이름이면 족하지 않
을까. 두번째 '경'은 '근대의 원초경'이라고 이름했는데, 역시나 어렵다.

세째, 학술적인 표현으로 이어지는 영화평론집이라면 차라리 시대연대기로 이어가면 좋지 않았을까. 그러면
읽는 사람이 덜 힘들었을텐데. 2006년 영화- 옛날영화- 다시 홍상수,김기덕 - 팜므파탈 도금봉 이렇게 이어지
는 책의 흐름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10경 자체가 그다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데, 시대순마저 이렇게 이어
지니 어렵기만하다.

네째, 가장 '으악'한 것은 표지다. 요즘 책의 표지 디자인은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책표지 디자인 자체가 예술
이다 싶은 책이 많다. 이 책은 영화를 논하는 책이다. 보다 미학적으로 만들어졌어야 하는 책인데, 그 무지개빛
현란함이라니!  김소영의 이름값과, 현실문화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무색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편집자라면, 책 제목과 중간 섹션제목은 꼭 다시 달고야 말겠다.  


책을 낸다는 것은 논문을 쓴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다. 논문은 학교 안에서 보는 것이고, 연구자들이 보는
것이니까. 책을 이세상에 내놓다는 것은 대중과 호흡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대중의 눈높이를 생각하자. 

아쉽다. 분명히 좀더 잘할 수 있었다. 글쓴이도, 출판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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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웅진 세계그림책 1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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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us Leopold Egg <Past and Present, No.1 > 1858. Oil on canvas .  635 x 762 mm 

 
사실 아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매우 지루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 부터
엄마와 함께 미술관을 자주 가본다면, 그리고 그림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보는 과정을 익힌다면,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부터는 미술관이 좀은 즐거운 장소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도서관 만큼 신기하고 새로운 지식이 가득한 장
소라는 것을 알게 될 테지요.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 책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책. 저는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이렇게 이름붙이고 싶군요. 앤서니 브라운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 세상엔 미술관이라는 것이 있단다. 그곳엔 그림이 많이 있지. 많은 그림들을 하나씩 보자꾸나. 재미있는 그림도 있고, 무  
     서 운 그림도 있지. 어떤 그림은 그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놀고 싶어. 내가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림들이
     많아.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그림속의 사자가 놀자고 뛰쳐나오면 어떻게 하지?"

등등.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당기고 있습니다.

이책은 단순히 어린이용 그림책은 아닙니다. 제법 자세한 미술 설명서이자 가이드북이기도 합니다. 그림 <과거와 현재 >에
서는 그림의 의미를 살펴가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콜론들리가의 여자들>에서는 다른 그림찾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서 아이들은 그림을 찬찬히 살펴가는 훈련을 시작하는 거지요.
명화를 소재로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라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재미있습니다. <만남, 또는 좋은 하루 되세요, 호크니씨>라는
그림을 앤서니 브라운은 특유의 익살로 패러디 했는데요, 커다란 삼지창에 쏘시지는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무겁고 심각한 그림이 등장하는 까닭은

그런데 그림 중에는 어른이 봐도 심각한 그림들이 있지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퍼슨 소령의 죽음>, <배지를 단 자화상> <과거와 현재>같은 그림은 아이들이 별로 좋아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퍼스 소령의 죽음>은 군인들에게 쫓기는 귀족 일가를
보여주는데, 공포와 안개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현대의 것으로 패러디 됩니다. 군인들은 주인공네 가족 가까이
에서 총을 겨누고 있네요. 무서운 그림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같은 그림은 가정이 파탄나는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어머니는 바람을 피웠고 가정은 위태롭습니다.
색채는 음울하고, 누구도 웃고 있지 않군요. 굳이 아이들이 읽는 책에 이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그림을 끼워넣었을까?  밝고
발랄한 그림도 충분히 많은데. 왜 작가는 이런 무거운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요? 아마 앤서니 브라운 만이 갖은 독자적인 가치관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린이라고 해서 우리 삶의  가볍고 경쾌한 부분만을 늘 보여줄 순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미 <돼지책>에서도 우리 사회의 엄마에 대한 대접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연
결해 본다면 아주 이상할 것도 없다 싶습니다.

미술관, 누군가에게 인생의 이정표를 열어줄 수도

이 책은 첫 시작을 이렇게 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커서 뭐가 될지 몰랐습니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이었지요.
           그날 어머니는 색다른 곳으로 나들이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내가 뭐가 될지 결정된 것은 바로 그날이었어요.

 사람은 언제 어느때 어떻게 새롭게 자신을 발견할 지 모르는 무궁무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자전적인 이야기
라면 아마도 앤서니 브라운은 미술관에 갔다가 그림책 작가를 시작하게 된 것이네요. 나가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어느날
미술관에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또다른 결심을 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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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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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집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  왼쪽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 의자. 칼더의 작품. 호안미로의 블루2


우리아이가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꼭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그림 하나 쯤은 집에 걸고,
화가들에대해서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램들을 모두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련
책을 갖다주면 아이들은 그다지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썩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데 재미도 있고 품위도 있는 책이 있어 너무 기분이 좋네요. 바로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입니다.

이 책에는 스무가지 정도 예술품이 등장합니다. 집의 배경으로, 수수께끼의 바탕으로 말이죠. 스무가지 예술품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 예술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쟝르를 이름지어볼까요? 흥미요소, 의미요소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닌 미술책 만나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집,  그곳의 비밀은?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아주 멋진 집입니다. 그리고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어요. 집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고요,
몬드리안의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고, 식탁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며, 부엌에는 앤디워홀의 <캠벨수프>가 걸려있
지요.뱅엔올슨의 오디오, 의자들은 죄다 에로 아르니오,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죠.

책속에는 아주 호기심 많은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녀는 시를 쓰기를 좋아하죠. 저는 이렇게 멋진 집에 사는 소녀가 너
무나 부럽습니다. 시를 쓰다 지쳐 버린 어느 날, 소녀는 집안에서 비밀열쇠를 발견합니다. 우연히 열어본 서랍에서 발
견한 비밀열쇠. 그 열쇠는 볼뤼빌리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개의 실마리로 볼뤼빌리스를 찾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열쇠를 들고 현관-> 수영장->욕실->부엌- 거실 등으로 이동합니다. 하나를 풀면 다음
실마리가 제공되고 다시 답을 찾고 하면서 드디어 열쇠가 던진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들은 마치 수수께끼 처럼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공은 마치 당구공 같았다. 좀 전에 찾아낸 물방울 장식처럼 그 공에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가지
                            계단에서 나를 시험해 봐

소녀가 계단에서 공을 굴리면, 공 속에는 종이가 나옵니다. 그 종이는 <꽃의 노래>라는 책의 첫장이고, 이를 실마리로 집에 있
는 음악실로 가서 또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됩니다. ( 집도 참 넓고 크지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미술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보기드물게 아이들도 열광하는 미술책입니다. 대개 예술분야의 책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선 좋아하
는데, 정작 아이들에게 갖다주면 썩 좋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술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늘 이점이 의문이자, 안타
까운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미술 책을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대표적인 것이 <아재랑 공재랑 동네한바퀴>(김홍도의 그림으로 이야기 재구성한 것)과 재미마주에서 펴낸 <나비야...>어쩌고 하는 책(제목이 안떠오름)
입니다. 그림은 아름다운데 아이들은 전혀 호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관심있어서 샀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였더니, 대뜸 "이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오더군요. 2학년도, 4학년도 모두 관심있어했습니다. 명품(사실 이말 참 싫습니다만...)은 아이들도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실마리를 하나씩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과정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4학년의 경우 한번에 다 읽어주지 않고 두번 나
눠읽었는데, 오자마자 그 책 읽어달라고 조르더군요. 그리고는 빌려달라고 졸라서 한명씩 돌아가며 빌려주었습니다. 4학년
여자아이는 "나라면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완전몰입!  아이들도 조금은 예술품에 대해 입맛을 보았을
거라는 만족감에 마음이 기뻤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기호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이 책이 정말 멋진 책이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입니다만, 어른들도 충분히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요. 즐겁고 유쾌하고, 안구가 정화되는 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꼭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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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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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태권은 만화가라기 보다는 역사에세이를 쓰는 이로 알고 있었다. 한겨레에 연재되는 세계사 에세이를 참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 그가 만화책을 내었다니 자못 궁금해졌다. 역시 책을 펼쳐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꼼꼼한 내용구성과 고급스러운 화면구도가 지성미 넘치는 만화책의 면모를 갖추었다.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진시황에 대한 이미지는 딱 이거였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그리고 불로장생을 위하여 삼천명의 소년소녀를 세상 여기저기로 보내었다는 좀은 무모해 보이는 생의 집착. 책을 태우고, 유학자들을 산채로 매장시켰다는 그 이미지는 폭군의 이미지로 고스란히 중학교 세계사 시간이후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1>을 보면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알았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첫째, 분서.(焚書)
분서, 즉 책을 태운 일에는 그 연유가 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새로운 체제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군현제도와 법치를 도입한다. 하지만 조정의 신하들은 새로운 제도를 반대하며, 옛성현의 말씀과 과거의 예를 들며 반대한다. 진시황은 결국 '옛일을 들어 오늘날을 비난하는 일'을 막으려고 문헌과 책을 태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세상의 모든 지식책을 태운 것이 아니다. 기술, 실용서적은 제외했다.
둘째. 갱유.(坑儒)
갱유. 즉 선비를 산채로 묻음. 그러나 사실은 진시황에게 아부하며 불로장생의 방장술을 부리던 방술사들이 진시황을 비난하자 이에 분노하여 벌을 내린 것이다. 갱유 당한 이들은 주로 방술사였으며, 유학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분서로 인해 진시황을 밉게 보게된 유학자들은 분서갱유라는 단어속에 진시황을 묶음으로써, 천하의 몹쓸 임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 참고로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 '갱유'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시황이라고 하면 왠지 뚱뚱한 외모의 폭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시황은 상당히 옷맵시도 좋은 얼짱이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그는 분명 춘추전국시대를 종식하고,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통일했다. 최초의 통일이다. 따라서 각지역마다 다른 말, 다른 문자, 다른 도량형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는 중국이라는 대륙이 거대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해 준다. 그가 아방궁에서 불로장생만을 추구한 폭군이었다면 이런 위대한 업적을 해낼 수가 없다. 이미지를 버리고 역사서의 논거에 따라 그를 추정해보자.

고우영 <삼국지 >, 이원복<먼나라이웃나라>, 그리고...

진시황은 일벌레였다. 천하의 모든 업무를 모두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결재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서류의 무게를 달아서 하루 일을 정했고(당시는 종이가 아니라 대나무 책편) 업무를 마치기 전에는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천하를 통일하고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등의 업적을 이룬 그를 일러 김태권은 서구사회의 알렉산더 대왕에 버금간다고 표현한다. 이런 진시황이 폭군, 아방궁, 분서갱유등 몇 개의 틀안에서 매도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료를 근거로 진시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태권의 역사만화 <한나라이야기>는 과거 고우영<삼국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한층 더나가가는 이야기다. 고우영의 <삼국지 >에서 인물 캐릭터가 생생히 살았지만, 대중취향을 많이 고려한 코믹, 러브스토리에서 방점이 많이 갔다. 사실 고우영의 만화는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좀 그런 면이 있다. 더러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인물 해석이 있어서 왜곡의 소지도 있다.
 <먼나라...>의 경우는 정보를 채우느라 만화의 재미가 뒤로 물러나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느라,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빼곡하다. 읽다가 보면 숨이 찬다고나할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중3정도의 아이들도 벅차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만화이지만 만화가 지닌 쟝르적 특성을 제대로 못살려낸 책이 아닌가 싶다. 즉 서사적 뼈대가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 만화에서 나아간 예술그림

김태권의 방식은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한 역사만화다. 학술적 고증이 탄탄하고, 그림은 미려하다. 만화이기 보다 예술그림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속의 인물과 적절히 어우러져 배경으로 화상석 그림에서 따온 그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화상석 그림이 지닌 우아함 고풍스러운 기품이 만화의 품격을 더 채우고 있다. 특히 43쪽의 그림자 연극에서 따온 그림과 52쪽의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은 압권이다. 진시황, 이사, 한비가 입었던 옷들은 모두 고대의 그림이나 출토물에서 이미지를 편집하여 쓰고 있다. 책이 내용도 내용이지만 화상석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매우 크다.

진시황의 신하 이사가 입은 옷의 문양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호북 초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비단옷의 자수를 본뜬 것이다. 용, 호랑이, 붕새의 모양을 식물이미지와 섞어서
     수놓은 무늬인데, 이처럼 초나라의 문화는 장식적이며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

중국 미술사에 관심있거나 문양에 관심있는 이들 역시 이 책을 보면 반가울 것이다. 화성석의 무늬가 이렇게까지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고분벽화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역사만화, 그러니까 이책은 역사적 사실 말고도 만화적인 재미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유머가 있다. 예를 들자면, 순자의 부모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효자인 순자의 장점을 시기하고 순자를 해치려고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순자의 속마음은?
왜, 날 뷁 '  이랜다.  ㅎ ㅎ ㅎ
젊은 저자의 발랄함이 옛이야기에 새로운 리듬을 채운다.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는 새로운 해석을 만나는 즐거움, 미려한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2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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