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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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ㅣ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미술책을 전문으로 리뷰를 올리고 있다. 왜 미술책이냐고 묻는다면, '즐거우니까!' 시간이 날때면 삼
청동, 통의동, 인사동, 평창동의 화랑을 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지닌 그들 화가의내면을 바라보고, 존경
하고, 감동하고, 또 즐거워한다. 내 꿈의 하나는 '세상의 모든 그림을 보는 것'이다.
그림 못지않게 음악은 나에게 위안과 안식이다. 낮잠을 좀처럼 자기 힘든 나는 밤샘을 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턴테이블에 걸어 두곤 했다. 3악장의 악센트에 엷은 잠을 깨곤했지만, 그 음
악을 들으면 편안해 지고, 그래서 잠을 청할수 있어 좋았다. 그림이 없는 세상,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였던 칸딘스키
내가 좋아하는 두 친구를 묶은 책이 나왔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이 책의 지은이 노엘라는 나만큼이나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두분야에 박식하다. 책이 도착
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출판사는 <나무 수>다. 이미 <핀란드 디자인 산책>에서 이 출판사를
눈여겨 보았던 터다. <나무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예전에 봤는데,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평단 리뷰책
으로 온것이다. 서평단 하길 잘했지!
지은이는 바이올리니스트로, 2008년 연주앨범 <샤이닝 클라우드>를 내기도 했다. 그런 그는 미술에도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어 이렇게 멋진 책을 내게 되었다. 글의 구성은 나의 이야기- 화가이야기 - 음악가 이야기
-나의 생각마무리 이런 패턴으로 되어있다. 비슷한 이미지의 화가와 음악가가 함께 나란이 글 한편에 등장하고,
그 이미지에 맞는 나의 추억과 삶이 씨줄날줄로 연결된다.
책의 <오감으로 느끼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에선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이는 칸딘스키, 색을 보면 음악이 들리는
스크랴빈을 소개하고 있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면 어떤 리듬감이랄까, 발랄한 음악이 들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
는데, 역시나.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색을 보는 공감각 (두가지 감각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느꼈다. 칸딘스키는 악기들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고 보았다. 트럼펫은 빨간색을 나타내며, 목표
지향적이고 열정적인 것을 의미하고, 플루트는 밝은 파랑, 첼로는 어두운 파랑, 오르간은 제일 어두운 파란색을 나타
내는 것이라 보았다. 칸딘스크의 이런 영감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도,레,미, 파에 색깔을 입힌다면?
스크랴빈은 관현악 <불의 시>를 작곡하면서 각각의 음정에 색깔을 지정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도'는 빨간색을
나타내고 인간의 의지와 격렬함을 표현한다고 했고, '레'는 노란색이며 환희를 '미'는 하늘색이자 꿈을, '파#'은 보라
색이며 창의력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은 저마다의 영혼에 어떤 색깔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무슨 색깔일까? 그리고 당신은?
이처럼 책에서는 모네의 그림과 드뷔시의 음악을 묶고, 뭉크와 쇤베르크를 묶는다. 발라동과 말러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고야와 베토벤에서 유사한 숨결을 읽는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저자는 음악을 통해 미술을 보고 미술을 통해 음악을 읽어
낸다. 그림과 그림으로 이어가도 좀은 어려운 듯한데, 현대음악가들의 계보가 들어서니 좀더 어렵다. 그렇지만 나의 지
식창고는 한결 두둑해진다. 흠... 모네와 드뷔시가 이렇듯 같은 느낌으로볼 수 있겠구나...이 책을 읽고나면 근현대 예술
사를 짧게 지나오는 듯 하다. 화가의 삶, 음악가의 삶이 씨줄 날줄로 엮이면서 한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의 변화가 어떻게
그림과 음악에 반영되고 꽃피웠는지를 짐작케한다.
에세이란 '나'를 주어로 엮어가는 대화
이 책은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흥미롭다. 그리고 에세이라 부담없이 책을 열게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면 기왕 에세이의 형식이라면 자신의 얘기가 구체적인 언어로 쓰여졌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모호
하다. 사랑하고, 해외생활에 지치기도 하고, 괴로운 일도 겪었다는 표현이 있지만 뭔가 생생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다 있는
보편적인 삶을 보든 듯하다. 나를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닌데, 안개속같다. 다 읽은 다음에도 지은이의 '컬러'가 느껴지지 않
는다. '나의 삶'을 깔고 시작하는 글이라면 나의 삶이 생생하게 드러나야 읽는 사람도 즐겁고 감동도 두배가 된다.
음악가나 화가에 대해선 간략한 백과사전식 소개를 하고 글을 여는 것이 좋았겠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도 더러 있었
고, 두 사람이 하나로 묶이는 것은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인데, 그에 대한 설명도 결들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가지 더 아쉬움을 지적하자면, 나의 이야기- 화가이야기- 음악가 이야기가 글 한편에 묶이다 보니, 주어가 산만해진 느낌
이다. '사랑했고 행복했다'는데, 나의 이야기인지, 화가가 그랬다는 건지, 음악가의 삶을 말하는 건지 좀처럼 긴장하지 않으
면 줄기가 금세 흐트러지고 만다.
<그림이...>는 음악에는 지식이 일천한 나에게 그림과 더불어 음악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선물은 더 있다. 초판을 사면 책에 소개된 음악가들의 음악이 실린 씨디가 선물로 온다. 너무반갑다. 게다가 미술관 티켓이 3장 따라온다. 이 책을 사
려면 일단 서두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