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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ㅣ 데이비드 맥컬레이 건축 이야기 3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하유진 옮김 / 한길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피라미드를 직접 본적이 있다. 이집트 여행에서 누구나 그러듯 피라미드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사막에 어떻게
저토록 거대한 건축물이 자리할 수 있는지 신기해 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경이로운 건축물이자,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의 집
합체이기도 하다. 수많은 탐정 소설과 수많은 미스테리물에서 피라미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등장했었다. 막연한 환상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미스테리 과학, 혹은 황금보물과 보물도둑 이야기는 늘 사람들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런데 데이비드 멕컬레이의 <피라미드>에서는 피라미드의 진짜 모습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책의 장점은,
1. 현장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에 있다.
책은 건축 공정을 하나 하나 보여준다. 어떤 공정을 거쳐 벽돌을 쌓고, 무덤을 안치하고, 거대한 건축이 완성되었는지를
말해준다. 수평계가 없었던 당시, 어떻게 저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반듯하게 세울수 있었을까? 그 방법은 참으로 재미있다.
우선 바닥에 골을 내고 -> 물을 흘려 보낸 다음 ->그 일정한 높이를 잰다. 그렇게 되면 수평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렇게
최종 높이 만큼 다시 높낮이에 따라 돌을 채워 매우면 건물의 수평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지은이는 건축공정의 세세한 부분을 보여준다. 마치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옛날에 쓰였던 건축도구들
수평막대, 마름용돌, 다림줄 먹통등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2.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집트엔 위대한 건축물들이 있다. 대개 강력한 통치자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피라미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항상
피라미드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누렸던 왕, 죽어서 까지 황금마스크를 썼던 호사로운 삶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관점
은 아마 '돈 많고 권력있는' 이에게 보내는 자본주의적 관심이 결국 역사학에 조차 스며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심
의 촛점은 어쩐지 헐리우드 스타의 대저택에 혹하고 명품 소비에 관심을 갖는 지극히 얕은 사고일지도 모른다.
데이비디 멕컬레이의 <피라미드>는 지금까지 봤던 피라미드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생생한 건축현장을 보여주는
그의 책은 자연히 그 주체는 파라오가 아니라 건축현장의 일꾼들이다.그는 크게 한페이지를 할애해 어떤 사람들이 일했는지
를 말하려 한다. 그들은 바로 석공, 측량기사, 벽돌공, 현장감독, 회반죽공, 목수 들이다.
3. 세세한 자료의 채증
건축 과정은 세세하게 기록된다. 그 현장을 보자면, 피라미드의 건축현장에는 서기가 있었다. 서기가 하는 일은 각각의 장소에
필요한 벽돌의 양과 크기를 적는 것이다. 사람들은 옛날의 건축물은 그냥저냥 지었다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날과 같은 건축경영과
같은 세세한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수천명의 일꾼을 관리하는 것도 철저했다. 모든 벽돌에는 실어 나른 일꾼들의 이름을 표시하고, 벽돌이 부지에 도착하면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했다고 한다.
4. 건축물 자체의 시점
피라미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주로 촛점은 '보물'이거나 '탐험'이다. 이는 주로 서구의 관점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발굴
작업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참여했던 영국, 프랑스등은 피라미드는 '훔쳐갈만한' 보물 창고로 보였을 것이다. 탐험과 발굴, 도굴 그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서 피라미드는 왜곡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지어지기도 했고, 영화를
통해 그저 환타지만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거대한 건축물 = 노예착취라는 잘못된 정보도 전했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노동자
들은 각각 전문성이 있었고, 제대로 된 급료를 받았다고 한다.
피라미드에 관한 많은 허상과 왜곡 속에 건축과 건축을 향한 인간의 노력에 주목한 이 책은 그래서 소중하다. 저자는 기원전
2470년전 이집트 사람들이 왜 피라미드를 건축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속에 어떤 염원을 담았었는지를 말하려 하고 있다.
이 책 <피라미드>의 부제는 '인간의 숭고한 노동과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하였다. 이 부제만 보아도 지은이가 피라미드에 갖는 애정과 존경을 읽게 된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번쯤은 위대한 건축물 앞에서 건축가와 그 당시 사람들에대한 존경심으로 마음이 설레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피라미드>는 설레임과 애정, 열정이 모여 책 한장 한장을 이루고 있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들이 보아도 감동과 설레임을 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