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김태권은 만화가라기 보다는 역사에세이를 쓰는 이로 알고 있었다. 한겨레에 연재되는 세계사 에세이를 참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 그가 만화책을 내었다니 자못 궁금해졌다. 역시 책을 펼쳐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꼼꼼한 내용구성과 고급스러운 화면구도가 지성미 넘치는 만화책의 면모를 갖추었다.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진시황에 대한 이미지는 딱 이거였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그리고 불로장생을 위하여 삼천명의 소년소녀를 세상 여기저기로 보내었다는 좀은 무모해 보이는 생의 집착. 책을 태우고, 유학자들을 산채로 매장시켰다는 그 이미지는 폭군의 이미지로 고스란히 중학교 세계사 시간이후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1>을 보면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알았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첫째, 분서.(焚書)
분서, 즉 책을 태운 일에는 그 연유가 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새로운 체제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군현제도와 법치를 도입한다. 하지만 조정의 신하들은 새로운 제도를 반대하며, 옛성현의 말씀과 과거의 예를 들며 반대한다. 진시황은 결국 '옛일을 들어 오늘날을 비난하는 일'을 막으려고 문헌과 책을 태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세상의 모든 지식책을 태운 것이 아니다. 기술, 실용서적은 제외했다.
둘째. 갱유.(坑儒)
갱유. 즉 선비를 산채로 묻음. 그러나 사실은 진시황에게 아부하며 불로장생의 방장술을 부리던 방술사들이 진시황을 비난하자 이에 분노하여 벌을 내린 것이다. 갱유 당한 이들은 주로 방술사였으며, 유학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분서로 인해 진시황을 밉게 보게된 유학자들은 분서갱유라는 단어속에 진시황을 묶음으로써, 천하의 몹쓸 임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 참고로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 '갱유'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시황이라고 하면 왠지 뚱뚱한 외모의 폭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시황은 상당히 옷맵시도 좋은 얼짱이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그는 분명 춘추전국시대를 종식하고,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통일했다. 최초의 통일이다. 따라서 각지역마다 다른 말, 다른 문자, 다른 도량형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는 중국이라는 대륙이 거대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해 준다. 그가 아방궁에서 불로장생만을 추구한 폭군이었다면 이런 위대한 업적을 해낼 수가 없다. 이미지를 버리고 역사서의 논거에 따라 그를 추정해보자.

고우영 <삼국지 >, 이원복<먼나라이웃나라>, 그리고...

진시황은 일벌레였다. 천하의 모든 업무를 모두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결재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서류의 무게를 달아서 하루 일을 정했고(당시는 종이가 아니라 대나무 책편) 업무를 마치기 전에는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천하를 통일하고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등의 업적을 이룬 그를 일러 김태권은 서구사회의 알렉산더 대왕에 버금간다고 표현한다. 이런 진시황이 폭군, 아방궁, 분서갱유등 몇 개의 틀안에서 매도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료를 근거로 진시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태권의 역사만화 <한나라이야기>는 과거 고우영<삼국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한층 더나가가는 이야기다. 고우영의 <삼국지 >에서 인물 캐릭터가 생생히 살았지만, 대중취향을 많이 고려한 코믹, 러브스토리에서 방점이 많이 갔다. 사실 고우영의 만화는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좀 그런 면이 있다. 더러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인물 해석이 있어서 왜곡의 소지도 있다.
 <먼나라...>의 경우는 정보를 채우느라 만화의 재미가 뒤로 물러나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느라,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빼곡하다. 읽다가 보면 숨이 찬다고나할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중3정도의 아이들도 벅차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만화이지만 만화가 지닌 쟝르적 특성을 제대로 못살려낸 책이 아닌가 싶다. 즉 서사적 뼈대가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 만화에서 나아간 예술그림

김태권의 방식은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한 역사만화다. 학술적 고증이 탄탄하고, 그림은 미려하다. 만화이기 보다 예술그림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속의 인물과 적절히 어우러져 배경으로 화상석 그림에서 따온 그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화상석 그림이 지닌 우아함 고풍스러운 기품이 만화의 품격을 더 채우고 있다. 특히 43쪽의 그림자 연극에서 따온 그림과 52쪽의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은 압권이다. 진시황, 이사, 한비가 입었던 옷들은 모두 고대의 그림이나 출토물에서 이미지를 편집하여 쓰고 있다. 책이 내용도 내용이지만 화상석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매우 크다.

진시황의 신하 이사가 입은 옷의 문양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호북 초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비단옷의 자수를 본뜬 것이다. 용, 호랑이, 붕새의 모양을 식물이미지와 섞어서
     수놓은 무늬인데, 이처럼 초나라의 문화는 장식적이며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

중국 미술사에 관심있거나 문양에 관심있는 이들 역시 이 책을 보면 반가울 것이다. 화성석의 무늬가 이렇게까지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고분벽화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역사만화, 그러니까 이책은 역사적 사실 말고도 만화적인 재미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유머가 있다. 예를 들자면, 순자의 부모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효자인 순자의 장점을 시기하고 순자를 해치려고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순자의 속마음은?
왜, 날 뷁 '  이랜다.  ㅎ ㅎ ㅎ
젊은 저자의 발랄함이 옛이야기에 새로운 리듬을 채운다.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는 새로운 해석을 만나는 즐거움, 미려한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2권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