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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평점 :

비밀의 집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 왼쪽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 의자. 칼더의 작품. 호안미로의 블루2
우리아이가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꼭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그림 하나 쯤은 집에 걸고,
화가들에대해서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램들을 모두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련
책을 갖다주면 아이들은 그다지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썩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데 재미도 있고 품위도 있는 책이 있어 너무 기분이 좋네요. 바로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입니다.
이 책에는 스무가지 정도 예술품이 등장합니다. 집의 배경으로, 수수께끼의 바탕으로 말이죠. 스무가지 예술품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 예술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쟝르를 이름지어볼까요? 흥미요소, 의미요소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닌 미술책 만나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집, 그곳의 비밀은?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아주 멋진 집입니다. 그리고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어요. 집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고요,
몬드리안의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고, 식탁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며, 부엌에는 앤디워홀의 <캠벨수프>가 걸려있
지요.뱅엔올슨의 오디오, 의자들은 죄다 에로 아르니오,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죠.
책속에는 아주 호기심 많은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녀는 시를 쓰기를 좋아하죠. 저는 이렇게 멋진 집에 사는 소녀가 너
무나 부럽습니다. 시를 쓰다 지쳐 버린 어느 날, 소녀는 집안에서 비밀열쇠를 발견합니다. 우연히 열어본 서랍에서 발
견한 비밀열쇠. 그 열쇠는 볼뤼빌리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개의 실마리로 볼뤼빌리스를 찾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열쇠를 들고 현관-> 수영장->욕실->부엌- 거실 등으로 이동합니다. 하나를 풀면 다음
실마리가 제공되고 다시 답을 찾고 하면서 드디어 열쇠가 던진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들은 마치 수수께끼 처럼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공은 마치 당구공 같았다. 좀 전에 찾아낸 물방울 장식처럼 그 공에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가지
계단에서 나를 시험해 봐
소녀가 계단에서 공을 굴리면, 공 속에는 종이가 나옵니다. 그 종이는 <꽃의 노래>라는 책의 첫장이고, 이를 실마리로 집에 있
는 음악실로 가서 또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됩니다. ( 집도 참 넓고 크지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미술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보기드물게 아이들도 열광하는 미술책입니다. 대개 예술분야의 책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선 좋아하
는데, 정작 아이들에게 갖다주면 썩 좋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술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늘 이점이 의문이자, 안타
까운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미술 책을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대표적인 것이 <아재랑 공재랑 동네한바퀴>(김홍도의 그림으로 이야기 재구성한 것)과 재미마주에서 펴낸 <나비야...>어쩌고 하는 책(제목이 안떠오름)
입니다. 그림은 아름다운데 아이들은 전혀 호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관심있어서 샀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였더니, 대뜸 "이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오더군요. 2학년도, 4학년도 모두 관심있어했습니다. 명품(사실 이말 참 싫습니다만...)은 아이들도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실마리를 하나씩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과정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4학년의 경우 한번에 다 읽어주지 않고 두번 나
눠읽었는데, 오자마자 그 책 읽어달라고 조르더군요. 그리고는 빌려달라고 졸라서 한명씩 돌아가며 빌려주었습니다. 4학년
여자아이는 "나라면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완전몰입! 아이들도 조금은 예술품에 대해 입맛을 보았을
거라는 만족감에 마음이 기뻤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기호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이 책이 정말 멋진 책이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입니다만, 어른들도 충분히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요. 즐겁고 유쾌하고, 안구가 정화되는 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꼭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