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웅진 세계그림책 1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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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us Leopold Egg <Past and Present, No.1 > 1858. Oil on canvas .  635 x 762 mm 

 
사실 아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매우 지루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 부터
엄마와 함께 미술관을 자주 가본다면, 그리고 그림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보는 과정을 익힌다면,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부터는 미술관이 좀은 즐거운 장소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도서관 만큼 신기하고 새로운 지식이 가득한 장
소라는 것을 알게 될 테지요.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 책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책. 저는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이렇게 이름붙이고 싶군요. 앤서니 브라운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 세상엔 미술관이라는 것이 있단다. 그곳엔 그림이 많이 있지. 많은 그림들을 하나씩 보자꾸나. 재미있는 그림도 있고, 무  
     서 운 그림도 있지. 어떤 그림은 그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놀고 싶어. 내가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림들이
     많아.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그림속의 사자가 놀자고 뛰쳐나오면 어떻게 하지?"

등등.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당기고 있습니다.

이책은 단순히 어린이용 그림책은 아닙니다. 제법 자세한 미술 설명서이자 가이드북이기도 합니다. 그림 <과거와 현재 >에
서는 그림의 의미를 살펴가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콜론들리가의 여자들>에서는 다른 그림찾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서 아이들은 그림을 찬찬히 살펴가는 훈련을 시작하는 거지요.
명화를 소재로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라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재미있습니다. <만남, 또는 좋은 하루 되세요, 호크니씨>라는
그림을 앤서니 브라운은 특유의 익살로 패러디 했는데요, 커다란 삼지창에 쏘시지는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무겁고 심각한 그림이 등장하는 까닭은

그런데 그림 중에는 어른이 봐도 심각한 그림들이 있지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퍼슨 소령의 죽음>, <배지를 단 자화상> <과거와 현재>같은 그림은 아이들이 별로 좋아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퍼스 소령의 죽음>은 군인들에게 쫓기는 귀족 일가를
보여주는데, 공포와 안개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현대의 것으로 패러디 됩니다. 군인들은 주인공네 가족 가까이
에서 총을 겨누고 있네요. 무서운 그림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같은 그림은 가정이 파탄나는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어머니는 바람을 피웠고 가정은 위태롭습니다.
색채는 음울하고, 누구도 웃고 있지 않군요. 굳이 아이들이 읽는 책에 이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그림을 끼워넣었을까?  밝고
발랄한 그림도 충분히 많은데. 왜 작가는 이런 무거운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요? 아마 앤서니 브라운 만이 갖은 독자적인 가치관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린이라고 해서 우리 삶의  가볍고 경쾌한 부분만을 늘 보여줄 순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미 <돼지책>에서도 우리 사회의 엄마에 대한 대접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연
결해 본다면 아주 이상할 것도 없다 싶습니다.

미술관, 누군가에게 인생의 이정표를 열어줄 수도

이 책은 첫 시작을 이렇게 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커서 뭐가 될지 몰랐습니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이었지요.
           그날 어머니는 색다른 곳으로 나들이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내가 뭐가 될지 결정된 것은 바로 그날이었어요.

 사람은 언제 어느때 어떻게 새롭게 자신을 발견할 지 모르는 무궁무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자전적인 이야기
라면 아마도 앤서니 브라운은 미술관에 갔다가 그림책 작가를 시작하게 된 것이네요. 나가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어느날
미술관에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또다른 결심을 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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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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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집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  왼쪽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 의자. 칼더의 작품. 호안미로의 블루2


우리아이가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꼭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그림 하나 쯤은 집에 걸고,
화가들에대해서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램들을 모두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련
책을 갖다주면 아이들은 그다지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썩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데 재미도 있고 품위도 있는 책이 있어 너무 기분이 좋네요. 바로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입니다.

이 책에는 스무가지 정도 예술품이 등장합니다. 집의 배경으로, 수수께끼의 바탕으로 말이죠. 스무가지 예술품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 예술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쟝르를 이름지어볼까요? 흥미요소, 의미요소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닌 미술책 만나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집,  그곳의 비밀은?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아주 멋진 집입니다. 그리고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어요. 집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고요,
몬드리안의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고, 식탁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며, 부엌에는 앤디워홀의 <캠벨수프>가 걸려있
지요.뱅엔올슨의 오디오, 의자들은 죄다 에로 아르니오,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죠.

책속에는 아주 호기심 많은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녀는 시를 쓰기를 좋아하죠. 저는 이렇게 멋진 집에 사는 소녀가 너
무나 부럽습니다. 시를 쓰다 지쳐 버린 어느 날, 소녀는 집안에서 비밀열쇠를 발견합니다. 우연히 열어본 서랍에서 발
견한 비밀열쇠. 그 열쇠는 볼뤼빌리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개의 실마리로 볼뤼빌리스를 찾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열쇠를 들고 현관-> 수영장->욕실->부엌- 거실 등으로 이동합니다. 하나를 풀면 다음
실마리가 제공되고 다시 답을 찾고 하면서 드디어 열쇠가 던진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들은 마치 수수께끼 처럼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공은 마치 당구공 같았다. 좀 전에 찾아낸 물방울 장식처럼 그 공에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가지
                            계단에서 나를 시험해 봐

소녀가 계단에서 공을 굴리면, 공 속에는 종이가 나옵니다. 그 종이는 <꽃의 노래>라는 책의 첫장이고, 이를 실마리로 집에 있
는 음악실로 가서 또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됩니다. ( 집도 참 넓고 크지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미술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보기드물게 아이들도 열광하는 미술책입니다. 대개 예술분야의 책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선 좋아하
는데, 정작 아이들에게 갖다주면 썩 좋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술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늘 이점이 의문이자, 안타
까운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미술 책을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대표적인 것이 <아재랑 공재랑 동네한바퀴>(김홍도의 그림으로 이야기 재구성한 것)과 재미마주에서 펴낸 <나비야...>어쩌고 하는 책(제목이 안떠오름)
입니다. 그림은 아름다운데 아이들은 전혀 호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관심있어서 샀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였더니, 대뜸 "이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오더군요. 2학년도, 4학년도 모두 관심있어했습니다. 명품(사실 이말 참 싫습니다만...)은 아이들도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실마리를 하나씩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과정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4학년의 경우 한번에 다 읽어주지 않고 두번 나
눠읽었는데, 오자마자 그 책 읽어달라고 조르더군요. 그리고는 빌려달라고 졸라서 한명씩 돌아가며 빌려주었습니다. 4학년
여자아이는 "나라면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완전몰입!  아이들도 조금은 예술품에 대해 입맛을 보았을
거라는 만족감에 마음이 기뻤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기호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이 책이 정말 멋진 책이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입니다만, 어른들도 충분히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요. 즐겁고 유쾌하고, 안구가 정화되는 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꼭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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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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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태권은 만화가라기 보다는 역사에세이를 쓰는 이로 알고 있었다. 한겨레에 연재되는 세계사 에세이를 참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 그가 만화책을 내었다니 자못 궁금해졌다. 역시 책을 펼쳐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꼼꼼한 내용구성과 고급스러운 화면구도가 지성미 넘치는 만화책의 면모를 갖추었다.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진시황에 대한 이미지는 딱 이거였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그리고 불로장생을 위하여 삼천명의 소년소녀를 세상 여기저기로 보내었다는 좀은 무모해 보이는 생의 집착. 책을 태우고, 유학자들을 산채로 매장시켰다는 그 이미지는 폭군의 이미지로 고스란히 중학교 세계사 시간이후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1>을 보면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알았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첫째, 분서.(焚書)
분서, 즉 책을 태운 일에는 그 연유가 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새로운 체제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군현제도와 법치를 도입한다. 하지만 조정의 신하들은 새로운 제도를 반대하며, 옛성현의 말씀과 과거의 예를 들며 반대한다. 진시황은 결국 '옛일을 들어 오늘날을 비난하는 일'을 막으려고 문헌과 책을 태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세상의 모든 지식책을 태운 것이 아니다. 기술, 실용서적은 제외했다.
둘째. 갱유.(坑儒)
갱유. 즉 선비를 산채로 묻음. 그러나 사실은 진시황에게 아부하며 불로장생의 방장술을 부리던 방술사들이 진시황을 비난하자 이에 분노하여 벌을 내린 것이다. 갱유 당한 이들은 주로 방술사였으며, 유학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분서로 인해 진시황을 밉게 보게된 유학자들은 분서갱유라는 단어속에 진시황을 묶음으로써, 천하의 몹쓸 임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 참고로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 '갱유'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진시황이라고 하면 왠지 뚱뚱한 외모의 폭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시황은 상당히 옷맵시도 좋은 얼짱이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그는 분명 춘추전국시대를 종식하고,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통일했다. 최초의 통일이다. 따라서 각지역마다 다른 말, 다른 문자, 다른 도량형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는 중국이라는 대륙이 거대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해 준다. 그가 아방궁에서 불로장생만을 추구한 폭군이었다면 이런 위대한 업적을 해낼 수가 없다. 이미지를 버리고 역사서의 논거에 따라 그를 추정해보자.

고우영 <삼국지 >, 이원복<먼나라이웃나라>, 그리고...

진시황은 일벌레였다. 천하의 모든 업무를 모두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결재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서류의 무게를 달아서 하루 일을 정했고(당시는 종이가 아니라 대나무 책편) 업무를 마치기 전에는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천하를 통일하고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등의 업적을 이룬 그를 일러 김태권은 서구사회의 알렉산더 대왕에 버금간다고 표현한다. 이런 진시황이 폭군, 아방궁, 분서갱유등 몇 개의 틀안에서 매도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료를 근거로 진시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태권의 역사만화 <한나라이야기>는 과거 고우영<삼국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한층 더나가가는 이야기다. 고우영의 <삼국지 >에서 인물 캐릭터가 생생히 살았지만, 대중취향을 많이 고려한 코믹, 러브스토리에서 방점이 많이 갔다. 사실 고우영의 만화는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좀 그런 면이 있다. 더러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인물 해석이 있어서 왜곡의 소지도 있다.
 <먼나라...>의 경우는 정보를 채우느라 만화의 재미가 뒤로 물러나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느라,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빼곡하다. 읽다가 보면 숨이 찬다고나할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중3정도의 아이들도 벅차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만화이지만 만화가 지닌 쟝르적 특성을 제대로 못살려낸 책이 아닌가 싶다. 즉 서사적 뼈대가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 만화에서 나아간 예술그림

김태권의 방식은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한 역사만화다. 학술적 고증이 탄탄하고, 그림은 미려하다. 만화이기 보다 예술그림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속의 인물과 적절히 어우러져 배경으로 화상석 그림에서 따온 그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화상석 그림이 지닌 우아함 고풍스러운 기품이 만화의 품격을 더 채우고 있다. 특히 43쪽의 그림자 연극에서 따온 그림과 52쪽의 화상석에서 따온 그림은 압권이다. 진시황, 이사, 한비가 입었던 옷들은 모두 고대의 그림이나 출토물에서 이미지를 편집하여 쓰고 있다. 책이 내용도 내용이지만 화상석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매우 크다.

진시황의 신하 이사가 입은 옷의 문양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호북 초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비단옷의 자수를 본뜬 것이다. 용, 호랑이, 붕새의 모양을 식물이미지와 섞어서
     수놓은 무늬인데, 이처럼 초나라의 문화는 장식적이며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

중국 미술사에 관심있거나 문양에 관심있는 이들 역시 이 책을 보면 반가울 것이다. 화성석의 무늬가 이렇게까지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고분벽화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역사만화, 그러니까 이책은 역사적 사실 말고도 만화적인 재미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유머가 있다. 예를 들자면, 순자의 부모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효자인 순자의 장점을 시기하고 순자를 해치려고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순자의 속마음은?
왜, 날 뷁 '  이랜다.  ㅎ ㅎ ㅎ
젊은 저자의 발랄함이 옛이야기에 새로운 리듬을 채운다.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는 새로운 해석을 만나는 즐거움, 미려한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2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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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와의 즐거운 식사시간
마법의 저녁 식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3
마이클 갈랜드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보림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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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마그리트,  <사람의 아들>  


사람들은 좀은 엉뚱한 이를 두고 '4차원'이라고 부릅니다. 요즘 '4차원 연예인'이 예능에서 꽤 대우 받고 있지요.
팍팍한, 자로 잰듯 반듯하게 걸어야하는 현대사회에서 좀은 다른 생각을 하는 그들은 주변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고
웃음을 선물하지요.
르네 마그리트 역시 '4차원'류의 인간인 것 같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을 그림 속에 담고 있지요. 그의 그림
을 처음 본 이들은 '도데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얼굴에 사과가 들어오고, 칵테일 컵에 뭉게구
름이 담기고, 그림 속에 밤과 낮이 동시에 있는 그림들은 기묘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아직 고정관념, '무엇은 이러해야해'라고 고집하지 않는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와우' '으와 신기해' 소리를
연발하며 무척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그림속의 의미는 뭘까 하며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그저 누군가가 그려낸 신
기한 그림 앞에 즐거워합니다. 정말 멋진 감상법이죠.

마이클 갈런드는 4차원 아저씨  르네 마그리트를 이야기 주인공으로 데려왔습니다. 피에르라는 아이는 여름휴가로 시골
에 왔지만 심심합니다. 그런데 옆집을 보니 마그리트 아저씨가 살고 있었지요. 아빠는 이 아저씨를 '좀 이상한 사람'이라
고 말하지요. 피에르는 마그리트 아저씨네로 가서 아저씨가 그림 그리는 것도 보고 숲속을 산책하고,저녁식사를 합니다.
흠.. 저녁식사의 메뉴는 5차원이에요. 날치 수프와 자고새파이. 파이를 자르면, 자고새가 '푸드득' 튀어나오죠. 피에르는
좀 놀라긴 했지만, 너무 너무 신났답니다. 피에르의 하루는 마그리트 아저씨와 보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어메이징'합
니다. 거기에 살바도르 달리 아저씨 까지 초대되어 멋진 카메오로 출연합니다.(초현실의 절정!!!)  
 
<마법의 저녁식사>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적절히 변용하여 어린이의 환타지와 잘 버무린 수작입니다. 어린이와 마그
리트참 잘어울립니다. 화가의 상상력도 놀랍지만, 마이클 갈런드의 재능 또한 매우 부럽습니다.   <마법의 저녁식사>는 아
이들이 기꺼이 환상의 나라로 여행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린이가 부러운 건 이럴 때 입니다.
르네 마그리트를 미술사적으로 파고 들면 어렵지요. 어쩌면 10대까지는 그림 자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게 좋다는 생각
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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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4-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책에 나온 그림들 한 번 정리해 보아야지, 하고 있었는데, 표지의 <사람의 아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네요. 이 그림책은 르네 마그리트의 여느 화집만큼이나 유용하고 재미났습니다. ^^
 
처음 만나는 그림 - 그림 읽어주는 남자 레스까페의 다정다감한 그림이야기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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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alter Langley < The orphan>


세상에 그림이 이렇게 많았구나
  
세상엔 정말 그림이 많습니다. 보고 또 보고, 마침내 갖고 싶다는 그림들은 책과 인터넷을 파고 들면 들수록 그 가지수는
많아집니다. <처음만나는 그림>을 읽은 뒤 내가 갖고 싶은, 직접 만나보고 싶은 그림의 가지수는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르노와르, 피카소, 고호의 유명세에 가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들을 저자는 용케 찾아내어 우리앞에 보여주고 있네요. 개
인적으로 월터 랭그리 (1852~1922)의 그림에 눈길이 갑니다. '그림에 눈물과 한숨을 담은'화가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습
니다. 그는 주로 노동자들의 고된 일과나 서민들의 삶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 중에서도 <고아>는 가슴쓰린 연민을
자아내는 그림입니다.

435쪽의 책속엔 빼곡히 새로운 그림들입니다. 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그림들로, 누구나 보면 이해가
가능한 그림들입니다. 게다가 이 그림들의 제목 또한 담백하네요. <해변에서> <발이 차가워> <부자의 출근길 > <대
답해줘> <너무 일찍 왔네>등 그림 속 이야기를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들입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잘 모르는 형태와 제
목 또한 <무제1,2> <상념> 등 모호한 이름이 붙어다니는 현대미술의 불친절함을 생각한다면, 이들 그림의 소박함이 마음에
듭니다.
처음 보는 그림, 쉽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들에 더불어 글은 다정다감한 감성의 언어로 그려갑니다. 오랫동안 인기 블로그
로 매김했던 지라  (http://blog.naver.com/dkseon00) 더욱 친근합니다.

편집의 형태 -상업적으로 성공한, 그러나 10% 아쉬운  

이책은 참 예쁘게 만들어졌습니다. 표지도, 책의 형태도. 책의 형태는 일반 미술에세이가 되도록 큰 형태를 취하는 데 비해
아담사이즈를 택했습니다.  책은 팬시처럼 예쁘지만 그래서 잃는 것이 있습니다. 도판이 깨어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63쪽
그림처럼 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고, 101쪽의 그림에서 처럼 인물이 두동강이 나버려그림을 보는 감흥이 깨어
집니다. 멋진 스타일을 위해 내용물이 희생한 셈이죠. 어쩔 수 없는 결과이겠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선 매우 아쉽습
니다.  하지만 이런 '예쁜 디자인 '에 대한 선택은 마케팅으로선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네요. 리뷰를 돌아보니 '예뻐서 샀다' '선물하고 싶다'고 하는 반응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아쉬운건 아쉬운 겁니다. 게다가 '작고 콤펙트하게' 만들다 보니, 활자
체가 작아졌네요. 좀 답답해요.

이 책의 구성은 좀 특이하군요. 화가에 대한 소개 - 5편의 그림에세이로 되어있습니다. 대개는 화가의 인생과 그림이 한편
의 글 속에 버무려지는 글들이 많은데 비해, 이 책에선 화가설명- 그림설명이 딱 구분되었습니다. 학구적인 설명글과  감성에세이가  매끄럽게 느낌이 이어지지 않네요. 덜컥 덜컥 멈추는 느낌이 들지요. 게다가 소개되는 작가는 서른명이 넘습니다. 
읽다보면 순간 순간 멈추게 되요. 국수가락이 넘어가듯 술술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화가설명 부
분이 조금 줄었으면, 그림에세이의 양이 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술에세이의 새로운 이정표 

< 처음 만나는 그림 >은 2009년에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미술관련 서적의 흐름을 생각해 볼 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아마츄어 작가가 쓴 프로페셔널
지금까지 미술관련책은 전공자나 아니면  최영미, 황경신등 시인이나 글쓰기로 이름난 이들이 많이 썼습니다. 기자출신의 작
가도 많고요. 하지만 레스카페 신동기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며 미술애호가 이지요. 그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그림을 열심히 소개했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그의 새로운 그림 소개는 전문가들도 생각하지 일입니다. 이제 지식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열정으로 파고드는 이의 것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어느 정치인은 말했지만, 이제 지식의 생산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이책은 선언
하고 있네요.

둘째, 미술에세이의 새로운 관건 -새로운 그림
미술책을 보면 아직도 고호나 피카소가 많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들은 스테디셀러이지요. 하지만 최근 출판된 책들을 보면 그림들이 확~~ 바뀌었어요. 예전의 책들은 조금씩 아는 그림들이 많은데, 요즘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에세이는 저도 그렇지만 새로운 독자층이 생긴다기 보다는 일정한 마니아층의 중심으로 꾸준히 구입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의 미술에세이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세째,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
책이 팬시같다고 좀 비판했지만, 객관적으로 출판시장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지요. 요셉 브로스키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세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 위주로 선별하고, 어렵지
않게 말을 건네는 그림들은 미술인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저자는 블로그를 통해 오래동안 그림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매일 매일 문턱없이 드나들 수 있는 갤러리를 열고 그것으로 책이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지식의 생산과 전파가 열린 형태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미술이 지적인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것이길 바랍니다. 그런면에서 평범한 눈높이의 저자의 활약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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