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그림 - 그림 읽어주는 남자 레스까페의 다정다감한 그림이야기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Walter Langley < The orphan>


세상에 그림이 이렇게 많았구나
  
세상엔 정말 그림이 많습니다. 보고 또 보고, 마침내 갖고 싶다는 그림들은 책과 인터넷을 파고 들면 들수록 그 가지수는
많아집니다. <처음만나는 그림>을 읽은 뒤 내가 갖고 싶은, 직접 만나보고 싶은 그림의 가지수는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르노와르, 피카소, 고호의 유명세에 가려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들을 저자는 용케 찾아내어 우리앞에 보여주고 있네요. 개
인적으로 월터 랭그리 (1852~1922)의 그림에 눈길이 갑니다. '그림에 눈물과 한숨을 담은'화가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습
니다. 그는 주로 노동자들의 고된 일과나 서민들의 삶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 중에서도 <고아>는 가슴쓰린 연민을
자아내는 그림입니다.

435쪽의 책속엔 빼곡히 새로운 그림들입니다. 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그림들로, 누구나 보면 이해가
가능한 그림들입니다. 게다가 이 그림들의 제목 또한 담백하네요. <해변에서> <발이 차가워> <부자의 출근길 > <대
답해줘> <너무 일찍 왔네>등 그림 속 이야기를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들입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잘 모르는 형태와 제
목 또한 <무제1,2> <상념> 등 모호한 이름이 붙어다니는 현대미술의 불친절함을 생각한다면, 이들 그림의 소박함이 마음에
듭니다.
처음 보는 그림, 쉽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들에 더불어 글은 다정다감한 감성의 언어로 그려갑니다. 오랫동안 인기 블로그
로 매김했던 지라  (http://blog.naver.com/dkseon00) 더욱 친근합니다.

편집의 형태 -상업적으로 성공한, 그러나 10% 아쉬운  

이책은 참 예쁘게 만들어졌습니다. 표지도, 책의 형태도. 책의 형태는 일반 미술에세이가 되도록 큰 형태를 취하는 데 비해
아담사이즈를 택했습니다.  책은 팬시처럼 예쁘지만 그래서 잃는 것이 있습니다. 도판이 깨어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63쪽
그림처럼 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고, 101쪽의 그림에서 처럼 인물이 두동강이 나버려그림을 보는 감흥이 깨어
집니다. 멋진 스타일을 위해 내용물이 희생한 셈이죠. 어쩔 수 없는 결과이겠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선 매우 아쉽습
니다.  하지만 이런 '예쁜 디자인 '에 대한 선택은 마케팅으로선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네요. 리뷰를 돌아보니 '예뻐서 샀다' '선물하고 싶다'고 하는 반응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아쉬운건 아쉬운 겁니다. 게다가 '작고 콤펙트하게' 만들다 보니, 활자
체가 작아졌네요. 좀 답답해요.

이 책의 구성은 좀 특이하군요. 화가에 대한 소개 - 5편의 그림에세이로 되어있습니다. 대개는 화가의 인생과 그림이 한편
의 글 속에 버무려지는 글들이 많은데 비해, 이 책에선 화가설명- 그림설명이 딱 구분되었습니다. 학구적인 설명글과  감성에세이가  매끄럽게 느낌이 이어지지 않네요. 덜컥 덜컥 멈추는 느낌이 들지요. 게다가 소개되는 작가는 서른명이 넘습니다. 
읽다보면 순간 순간 멈추게 되요. 국수가락이 넘어가듯 술술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화가설명 부
분이 조금 줄었으면, 그림에세이의 양이 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술에세이의 새로운 이정표 

< 처음 만나는 그림 >은 2009년에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미술관련 서적의 흐름을 생각해 볼 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아마츄어 작가가 쓴 프로페셔널
지금까지 미술관련책은 전공자나 아니면  최영미, 황경신등 시인이나 글쓰기로 이름난 이들이 많이 썼습니다. 기자출신의 작
가도 많고요. 하지만 레스카페 신동기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며 미술애호가 이지요. 그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그림을 열심히 소개했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그의 새로운 그림 소개는 전문가들도 생각하지 일입니다. 이제 지식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열정으로 파고드는 이의 것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어느 정치인은 말했지만, 이제 지식의 생산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이책은 선언
하고 있네요.

둘째, 미술에세이의 새로운 관건 -새로운 그림
미술책을 보면 아직도 고호나 피카소가 많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들은 스테디셀러이지요. 하지만 최근 출판된 책들을 보면 그림들이 확~~ 바뀌었어요. 예전의 책들은 조금씩 아는 그림들이 많은데, 요즘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에세이는 저도 그렇지만 새로운 독자층이 생긴다기 보다는 일정한 마니아층의 중심으로 꾸준히 구입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의 미술에세이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세째,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
책이 팬시같다고 좀 비판했지만, 객관적으로 출판시장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지요. 요셉 브로스키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세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 위주로 선별하고, 어렵지
않게 말을 건네는 그림들은 미술인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저자는 블로그를 통해 오래동안 그림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매일 매일 문턱없이 드나들 수 있는 갤러리를 열고 그것으로 책이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지식의 생산과 전파가 열린 형태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미술이 지적인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것이길 바랍니다. 그런면에서 평범한 눈높이의 저자의 활약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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