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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서평단 알림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EBS기획다큐멘터리-동기 지음 / 거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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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하는 걸 보고 제 조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된 책입니다. ‘목표를 향해 스스로 나아가는 힘, 동기’라는 말 자체며 목차가 왠지 인상적이었고, 어린이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스스로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마침 조카가 초등학생이라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하지만 정작 읽어가면서 내 쪽의 상황에서 더 몰입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초반에 에디슨의 경우를 들며 미스터리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발명을 해낼 수 있었는지, 그러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수십 수백 만 번의 실패에도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말이지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요소 세 가지가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의 배움을 즐기는 것,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투철한 도전정신, 그리고 미쳐야 미친다고 하는 노력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노력을 잘하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강하게 목표를 향해 추진하는 힘인 동기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충동을 억제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능력을 자기통제능력이라고 하는데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노력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왔던 실험도 알고보니 자기통제능력에 관한 만족지연능력시험의 일종이더군요. 거기선 참는 게 중요하다고만 하고 방법적인 면은 알려주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여기서 알게 되네요. 정해진 시간동안 사탕을 먹지 않고 참기라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사탕을 금방 먹어버린 아이들은 사탕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은 사탕보다 ‘참는다’는 과제 자체에 집중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만큼 과제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충동을 느끼지 않고 더 오래 참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참아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지금 충동을 유발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된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면 나중을 위해 지금 하고 싶은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미룰 때 대개 이렇지 않나요? 지금 참으면 나중에 사탕을 많이 먹을 수 있어, 혹은 지금은 놀 수 없으니까 참았다가 나중에 실컷 놀자. 그래서 보상물보다는 공부 같은 과제자체에 몰입하고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실패에 대해 살펴보면서 실패에 대한 개념정리를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더군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시도자체를 포기하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지만, 의미있는 도전을 하는 한 실패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실패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 사람인지, 그것이 실패라는 것과 그것을 극복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면서 의외의 면모를 깨닫기도 하고 놀라움을 느끼게도 됩니다. 똑같은 실패라도 어떤 사람에겐 좌절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시행착오가 되는 건 실패의 원인을 능력, 노력, 외부 중 어디에 두는가에 달려있답니다. 나는 노력에 따라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어떤 면에서는 사실 실패의 원인을 능력에 두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면서 놀랐거든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실패해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 되기.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생각을 바꿔나가야 할지도 고민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동기와 관련해 평가목표와 학습목표라는 단순해보이지만 중요한 개념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과제해결을 통해 똑똑하다, 재능있다, 능력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건 평가목표, 하지만 주위의 평가보다 자신의 실력향상에 초점을 두는 것은 학습목표성향이랍니다. 그런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동기가 평가동기와 학습동기가 되는 것이구요. 아무래도 나는 평가목표와 평가동기를 많이 가진 사람인 거 같고, 어릴 때부터 많은 상황 속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다른 이에게도 그런 모습을 주입하고 있는 거 같구요. 특히 동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의 사례를 보며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시험을 잘 보면 뭘 사주거나 용돈을 주거나해서 잘못된 보상체계를 가진 학윤이는 부모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우를 잘 보여주는 것 같고, 부모의 지나친 기대로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순근이나 똑똑한 아이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신영이, 늘 형제랑 비교당하는 동성이의 이야기는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흔히 보거나 실제 겪어온 사례들이니까요. 예시들이 참 와닿으면서 뜨끔해지는 이야기들이 참 많더군요. 

구체적인 실험과 심리에 대한 쉽고 명쾌한 분석으로 편하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네요. 그리 두껍지 않지만 내용도 알차구요. 동기라는 것의 중요성과 부정적인 면들에 대한 개념정리를 다시 해보면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상전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새로운 것을 많이 깨닫기도 했습니다. 학습목표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들은 쉬워 보이지만 어찌 보면 막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옳은 말들이네요. 아이를 학습목표를 가진 사람이 되게 하려면 부모와 교사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한다는데, 나 자신도 그러지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이렇게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죠.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언니와 조카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책을 덥썩 안기고 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긍정적이고 학습목표를 가진 사람으로 살기위해 노력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줄 것 같네요. 어른과 어린이의 동기부여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기의 필요성 자체는 어른이나 어린이나 크게 차이는 없을 거 같아요. 특히 학습동기를 키워나가는 과정은 아마 평생 동안 계속되어야 할 것이니만큼 어른에게도 참 중요한 내용인거 같구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익하고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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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사업가 그레그 일공일삼 39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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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 좋아요.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레그도 마찬가지지요. 돈을 수억 벌어서 아주아주 큰 부자가 되고 싶대요. 조그만 아이때부터 그레그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지요. 형들이 방 치우는 걸 대신해주거나 동네 이웃집들의 마당을 치워주거나 해서요. 여름에는 레모네이드 장사까지 하는걸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돈을 모으는 즐거움과 돈을 실속있게 쓰는 재미를 아는 그레그. 나도 저금통마다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짜릿해했던 그때가 새록새록 기억나더군요. 다만 나는 돈을 가치있게 쓸 줄을 몰랐어요. 꾸준히 돈을 모으다가도 한번씩 저금통을 깨어 한탕주의나 호박씨 까서 한입에 털어넣기식으로 홀랑 써버리곤 했거든요. 그것도 그레그처럼 꼭 사고 싶고 필요한데 쓰기보다 거의 군것질에 말이죠.

푼푼이 돈을 모아오던 그레그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과자, 장난감, 만화책 판매를 하게 되지요. 항상 그레그의 아이디어를 베끼고 따라하던 마우라는 이번에 만화책 아이디어도 따라해요. 중요한건 만화책 사업과 라이벌의 등장은 고작 이야기의 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어쩌면 이 책에선 그레그가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떤 식으로 돈을 불려나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에요. 앙숙이던 그레그와 마우라가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성장소설에 가깝기 때문일까요. 구체적인 경제관념을 가르치기보다는 이들이 툭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던 나날을 딛고, 합심해서 함께 만화책을 만들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과 돈을 넘어서는 뿌듯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말도 안된다며 아이들의 말을 가볍게 넘겨버리는 게 아니라 그 꿈을 지지해주는 제트선생님처럼 주위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구요.

나는 그레그가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주위사람들도 대개 그레그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우라가 한 ‘욕심쟁이 수전노’라는 말에 그레그는 큰 상처를 받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게 뭐가 잘못이지라며. 물론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마음 한켠에선 과연 그걸로 좋은 걸까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거든요. 마음껏 쓰기위해 돈을 많이 번다, 거기에서 끝나도 좋은걸까하구요. 그리고 결국 거기서 그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돈이 좋아 돈을 벌려고 악착같이 만화를 파는 행위자체에 집착하던 그레그가, 혼자서만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멋진 만화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획해서 실천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보기 좋았거든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단순히 돈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인거 같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설령 그것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해도 좌절하기보단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해서 꿈을 위해 그것을 관철시키는 아이들의 당찬 모습. 그리고 욕심쟁이 그레그가 만화를 그리고 판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재능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함께 하며 자기계발의 기회까지 주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기부의 즐거움까지 알게 되는 모습들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는 것 그 자체보다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과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 그레그는 돈많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요. 하지만 이제 그레그는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부터 행복한 진짜 부자가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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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링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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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고기토의 처남이자 친구인 고로가 자살을 했다. 고로의 죽음 이후 그간 그가 보내온 녹음테이프들을 들으며 추억을 곱씹고, 다시 듣는 테이프 속에서 그 안에 숨겨진 어떤 메시지들을 깨닫게 되는 고기토.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고기토와 물장군과의 대화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고로와의 추억을 얽어가며 풀어내는 고기토의 삶. 과거에 있었던 일들과 대화들을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고기토.  고로의 죽음이 중심은 잡지만 특별히 하나의 흐름과 맥이 있는 게 아니라, 고기토의 생각은 과거와 현재, 베를린과 일본을 오고간다. 거의 탐구에 가까운 상념들. 그리고 ‘이제 나는 기진맥진해졌다’는 고로의 말과 함께 떠오르는, 50년전 그들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던 추억.

그들이 열일곱 시절에 겪은 ‘그것’. 고기토는 그것을 쓰기위해 소설가가 되었고, 고로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언젠가 그것을 주제로 길고 긴 영화를 찍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한 그것.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드디어 끄집어내기로 결심하게 해주었던 다카무라씨의 죽음 이후, 고기토가 그것을 쓰기를 독려하듯이 보내져온 30개의 물장군 테이프. 관련없어 보이던 추억의 조각들도 점차 은근한 연관성을 드러내면서 결국엔 모든 것이 ‘그것’을 향해 집중되는 느낌이다. 그냥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인듯 하면서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아주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고, 이야기의 중반이 훨씬 지나서야 ‘그것’과도, 고로와도 연관된 비밀이 담겨있는 가죽케이스 가방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을 ‘그것’의 정체가 생각보다는 덜 충격적으로 느껴지고, 왠지 그들의 절망감이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의 작품 분위기는 쉽게 술술 익히는 편도 아니고, 지금껏 읽어온 일본소설과도 또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진중하면서 고민의 깊이와 삶의 울림이 느껴지는, 가볍게 감상을 얘기하기가 주저되는 작품. 작품소개만으로는 독특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일 거 같았는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상상에 의해 심화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본인에게 실제로 닥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인지라, 판타지적인 요소도 느껴지는 한편 엄청 현실적이면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작가의 실제 삶에 너무 밀착된 이야기가 사뭇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등장인물이나 작품 전체에 대해 이 작품만으로는 명쾌하게 해설이 되지 않는 것만 같다. 그 이전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서 작가가 꾸준히 작품 내에서 보여주는 색깔이나 이야기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 좀 더 확실히 전체적인 맥락이 잡힐 거 같은 기분. 말이나 표현도 어려워서 착 붙는 느낌이 아닌데, 번역의 문제라기보단 원래 이런 느낌인 게 아닐까 싶고, 그래서인지 고로가 고기토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는 부분에선 왠지 마음속 힘겨운 구석을 긁어주는 기분이 들 정도다. 

요정이 자신의 아이와 인간의 아이를 몰래 뒤바꾸는 것을 가리키는 말 체인지링.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이 담고 있는 체인지링과 관련한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고기토의 아내 치카시가 그것을 자신의 얘기라 느끼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년기의 아름다운 고로를 다시 낳고 싶었던 치카시. 그림책 이야기와 절묘하게 겹쳐지는 치카시의 삶과 생각, 그리고 체인지링에 대한 도전. 죽은 아이를 위해 한 번 더 아이를 낳아 그 삶을 이어가게 해주겠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고기토의 글과, 초반 고로와 고기토가 죽음에 대해 나눈 '육체는 죽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몸에서 떠난 혼은 나중에 새로운 육체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는 마지막 체인지링과 만나면서 생명을 가지고 재생된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끝이라고 받아들여 절망하기 보단 어떻게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남겨진 이들. 그들이 사랑하는 이에 대해 가진 그리움과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 <체인지링>은, 현실적이고 서글프면서도 환상기담과 같은 묘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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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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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자기계발이란 것도 ‘나’라는 개인에 집중되게 마련인 것 같다. 하지만 한번쯤 단지 나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를 바꾸고 발전시키려고 애를 쓰다가 외부환경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는데, 공허한 기분을 느끼며 혼자서만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 서로 북돋우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가족은 개인의 정서적 토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작은 사회이면서 일종의 보호막이자 큰 사회로 나아가는 관문이기도 하니까.

현재의 가족,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지금의 가족을 떠나고 분리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을 단순히 어떤 사례나 문제적 상황을 통해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징후나 말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여주기에 공감도 크고 더욱 확실하게 와닿는다. 폭력적인 가정의 아이가 폭력적으로 되는 등 부정적인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녀들에 대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과정 역시 심리적인 면에서 좀 더 밀도있게 접근하는 편이다. 이중소통, 이중결박 같은 낯선 용어도 금새 이해될 수 있게끔 예시도 적절하고, 감정표현이며 어떻게 말을 할 것인지 같은 방법적인 면에서도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문제있는 가족과 건강한 가족의 특징이나 대화하는 모습을 골고루 보여주니, 문제점 인식 후에 필요한 롤모델을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뻔한 소리가 아닐까 하던 처음의 의심은 간데없고, 읽어갈수록 점점 더 집중해서 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적당히 개입된 사례들이며 구성도 좋고, 단계별로 조목조목 짚어가는 전개방식임에도 지루하지 않으면서 술술 읽힌다. 도구적・정서적 욕구 같은 어휘면에서 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사실 전혀 생소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던 느낌이나 어떤 현상들을 좀 더 확실히 인식하고 구체화하는 느낌이랄까. 그간 누적해온 지식들이 소화되지 않고 더부룩한 상태로 남아있기에,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해 정작 어떤 변화도 끌어내지 못하면서도 괜히 뭔가 잔뜩 섭취한듯한 착각에 빠져있던 상황 역시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부모와 함께 살거나 주말마다 부모를 찾는 것이 부모에 대한 의존과 자아확립을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은 가족간 유대가 비교적 강한 우리정서에 좀 안맞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히 이질감이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공감대도 무척 높다.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지만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되어줄 것 같다.

문득문득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혹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상황들이 지적될 때는 뜨끔하면서 겁나기도 했다. 아이를 2등인간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며, 의외라고 생각될 정도로 방심하던 부분에서 허를 찔리는지라, 잘못된 편견이나 사고방식 같은 것을 나도 모르게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거짓말하지마라’는 것도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이라고 하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도 남을 지배하려는 행동들도 꽤 많이 하고 있구나, 별 생각없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들, 은연중에 하는 행동들에 그런 면들이 다 내포되어 있구나 하고. 문제를 인식하면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극도 받게 되고, 부모와의 올바른 관계나 성숙한 어른이 되어 내 아이, 내 가족 역시 성숙하게 키워내는 것, 나 자신의 자아를 찾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가족전체의 변화가 큰 도움을 주리라는 것, 한 사람의 인격과 자아형성에 가족이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가족의 심리학’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독립하여 온전히 자신을 책임지지 못하고 어느 정도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그만큼 아이와의 관계를 더 조심하고 중시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의 누구라도 먼저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지금 우리 가족이 어떤 상태인지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면서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바꿔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대개 상대방 말을 귀 기울여 듣기처럼 어찌보면 의외로 간단하고 사소한 배려와 관심들이다. 하지만 장기간을 거쳐, 나부터 시작해 가족 모두가 변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미션인지라 슬쩍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단지 현상만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차근차근 추적해 근원적인 문제부터 바로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을 안다.

쉽다면 쉬운 일일테지만 사랑으로 지지하면서 단호하게 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특히 애정표현을 잘 못하고 서투른 가족에겐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거듭 강조하듯이, 그리고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나 자신도 익히 알고 있듯이 무엇보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피로 맺어져 있다고, 혹은 한 공간에서 산다고 해서 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위하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을 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좀 더 행복하고 아늑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조그만 변화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이제 더 이상 상처없는 행복한 가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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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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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사건으로 꼽힌다는 꼴찌 팀, 연봉 최하위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어낸 것은 어떤 식으로 가능했을까. 좋은 선수가 있으면 승리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막대한 자금과 물량공세라면 누구나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봉 최하위의 팀이 이끌어낸 눈부신 성과이기에, 한정된 연봉 안에서 어떻게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는지, 그들의 승리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더 주목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머니볼’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인 주인공 빌리 빈은 고교 유망주 시절을 지나 평범한 마이너리그 선수과정을 지냈다. 선수생활동안 저조한 성적 때문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재능을 믿기 힘들었지만, 빌리는 승리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이것을 직접 경기에서 뛰는 것보다 선수들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바꾸기로 한다. 지금은 야구에서 선수들의 성적에 대한 통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나 그것을 기본으로 전략을 짜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십 여년 전 다른 팀들은 관심도 없을 때부터 빌리의 전임단장인 앨더슨은 이런 과학적 통계를 중시했고, 출루율을 최우선으로 두고 조직문화 전체를 개선하는 등 그 외에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도입하려고 하던 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팀 전체 타율에는 주목해도, 출루율이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시절에 말이다. 이후에 펼쳐지는 빌리의 혁신적인 전략은 멘토처럼 빌리를 효과적으로 끌어주었던 앨더슨의 영향에 힘입은 바 크다.

과연 자신이 모두가 원하는 빅리거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을 해야했고, 사람들이 갖는 기대치에 눌려 쓰러졌던 장본인이 바로 빌리 빈 자신이기에, 그는 직감이나 앞으로의 장래전망에 의지하기보단 통계수치를 근거로 한 과학적 선발을 추구한다. 빌리와 그의 보좌관 폴은 이른바 파이브 툴이라는 스피드, 어깨, 수비, 정확도, 장타력의 기존 스카우터들이 중시하는 요소들을 고루 갖춘 인물을 뽑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포지션에 따라 필요한 특정 강점에 주목한다. 이미 선수들의 몸값이 예전의 몇 십배로 치솟은 때, 그때까지의 스카우트 방식에 의하면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선수들을 자신들 나름의 통계와 과학적 수치에 근거해 가능성을 보고, 심지어 스스로도 빅리거가 되리라는 생각을 못하던 선수들과 한정된 연봉예산 안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승리전략은 간단하다.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최대한 활용하는 것. 남들이 주목하지 못한 가치까지 발견해내면서 말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곤욕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일찍 발굴해 내 저렴한 가격으로 붙들어두는 것도 적은 연봉으로 오클랜드가 좋은 선수들을 보유가능 했던 이유다. 남들이 모두 정보가 없을때 누구도 모르는 불모지에 먼저 발을 딛는 것, 그리고 다들 그 가치를 인식하고 가격이 폭등했을 때 유유히 발을 빼는 것, 다른 구단들이 트레이드와 드래프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을 때 그것을 재도약과 역전의 기회로 삼았던 것도 역시 주목할만한 일이다. 올스타 시즌이후 하위팀들은 남은 경기를 자포자기하고 그나마 쓸만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오클랜드는 바로 그때부터 쓸만한 선수들을 싼값에 사들여 화려한 재도약을 꿈꾼다.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 팀 중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지불하는 팀의 하나임에도 많은 경기를 이기고, 해마다 성적이 좋아지면서 2000년부터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사람들은 오클랜드는 운이 좋은 정상궤도 이탈 팀이라고 말하지만, 새로운 사고, 과학적 통계 등을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가난한 팀 오클랜드가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통계는 과거의 성적만을 평가할뿐 미래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가이드다. 인간의 행동은 불확실과 위험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클랜드의 목표는 이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잘 할 순 없고,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이며, 그를 잃을 경우 그것을 어떻게 대체할까 하는 강점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최고 선수를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오거나 붙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부족해 보이는 사람일지언정 그들 내부에서 필요한 역할의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다.

생생한 스토리와 짜릿함을 전해주는 에필로그까지, 빌리 빈과 그의 개혁에 동참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하나만으로 빅리거로 성장할 수 있던 선수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채드 브랫포드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들의 인생역정과 변신까지의 과정 역시 생동감 있고 때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마인드 컨트롤, 멘토 같은 것들이 선수들이 지나온 길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오클랜드 프런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의 성과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연구하고, 그것을 침착하게 입증해나가는 모습은 때로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여기는 메이저리그 아닌가. 인간을 마치 승수 올리기와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조직목표를 위한 부품 취급하는 것은 좀 걸리지만, 어차피 처절한 약육강식 생존의 현장인 것이 달라지지 않는 바에야, 만약 무능하다고 퇴출될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고 극대화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서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를테면 공을 던질 수 없어 포수로서의 생명은 끝난 스캇 해티버그를 1루수 타자로 기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경기시작 30분전까지도 숨막히게 전개되는 박진감 넘치는 트레이드, 초반 등장하는 ‘마일로 붙이세요’가 난무하는 드래프트 준비과정부터가 킬킬 거리면서도 스피디함과 긴장감이 넘치게 한다. 메이저리그의 물밑에서 벌어지는 스카우트 모습도 새롭고,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 변화와 용어들에 대한 접근도 세밀해서 한층 더 재미있다. 굳이 빌리 빈의 경영노하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트레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긴박감 넘치는 현장의 뜨거운 열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난하다고 해서 거대한 자본을 가진 이들과 맞서 필연적으로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와 전략이 있으면 충분히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와 희망을 전하는 점에서 이것은 야구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단순한 야구이야기가 아니다. 놀라운 선구안을 가지고 그것을 과감히 실천할 수 있었고 현재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대단한 사람 빌리 빈. 물량공세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려는 빌리 빈 식 전략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 그가 이끌어낸 감동적인 승리는 더욱더 짜릿하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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