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자기계발이란 것도 ‘나’라는 개인에 집중되게 마련인 것 같다. 하지만 한번쯤 단지 나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를 바꾸고 발전시키려고 애를 쓰다가 외부환경과 직접 대면하는 경우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는데, 공허한 기분을 느끼며 혼자서만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 서로 북돋우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가족은 개인의 정서적 토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작은 사회이면서 일종의 보호막이자 큰 사회로 나아가는 관문이기도 하니까.

현재의 가족,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지금의 가족을 떠나고 분리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을 단순히 어떤 사례나 문제적 상황을 통해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징후나 말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여주기에 공감도 크고 더욱 확실하게 와닿는다. 폭력적인 가정의 아이가 폭력적으로 되는 등 부정적인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녀들에 대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과정 역시 심리적인 면에서 좀 더 밀도있게 접근하는 편이다. 이중소통, 이중결박 같은 낯선 용어도 금새 이해될 수 있게끔 예시도 적절하고, 감정표현이며 어떻게 말을 할 것인지 같은 방법적인 면에서도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문제있는 가족과 건강한 가족의 특징이나 대화하는 모습을 골고루 보여주니, 문제점 인식 후에 필요한 롤모델을 세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뻔한 소리가 아닐까 하던 처음의 의심은 간데없고, 읽어갈수록 점점 더 집중해서 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적당히 개입된 사례들이며 구성도 좋고, 단계별로 조목조목 짚어가는 전개방식임에도 지루하지 않으면서 술술 읽힌다. 도구적・정서적 욕구 같은 어휘면에서 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사실 전혀 생소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던 느낌이나 어떤 현상들을 좀 더 확실히 인식하고 구체화하는 느낌이랄까. 그간 누적해온 지식들이 소화되지 않고 더부룩한 상태로 남아있기에,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해 정작 어떤 변화도 끌어내지 못하면서도 괜히 뭔가 잔뜩 섭취한듯한 착각에 빠져있던 상황 역시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부모와 함께 살거나 주말마다 부모를 찾는 것이 부모에 대한 의존과 자아확립을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은 가족간 유대가 비교적 강한 우리정서에 좀 안맞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히 이질감이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공감대도 무척 높다.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지만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되어줄 것 같다.

문득문득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혹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상황들이 지적될 때는 뜨끔하면서 겁나기도 했다. 아이를 2등인간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며, 의외라고 생각될 정도로 방심하던 부분에서 허를 찔리는지라, 잘못된 편견이나 사고방식 같은 것을 나도 모르게 많이 가지고 있었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거짓말하지마라’는 것도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이라고 하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도 남을 지배하려는 행동들도 꽤 많이 하고 있구나, 별 생각없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들, 은연중에 하는 행동들에 그런 면들이 다 내포되어 있구나 하고. 문제를 인식하면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극도 받게 되고, 부모와의 올바른 관계나 성숙한 어른이 되어 내 아이, 내 가족 역시 성숙하게 키워내는 것, 나 자신의 자아를 찾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가족전체의 변화가 큰 도움을 주리라는 것, 한 사람의 인격과 자아형성에 가족이라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가족의 심리학’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독립하여 온전히 자신을 책임지지 못하고 어느 정도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그만큼 아이와의 관계를 더 조심하고 중시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의 누구라도 먼저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지금 우리 가족이 어떤 상태인지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면서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바꿔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대개 상대방 말을 귀 기울여 듣기처럼 어찌보면 의외로 간단하고 사소한 배려와 관심들이다. 하지만 장기간을 거쳐, 나부터 시작해 가족 모두가 변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미션인지라 슬쩍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단지 현상만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차근차근 추적해 근원적인 문제부터 바로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을 안다.

쉽다면 쉬운 일일테지만 사랑으로 지지하면서 단호하게 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특히 애정표현을 잘 못하고 서투른 가족에겐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거듭 강조하듯이, 그리고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나 자신도 익히 알고 있듯이 무엇보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피로 맺어져 있다고, 혹은 한 공간에서 산다고 해서 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위하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을 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좀 더 행복하고 아늑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조그만 변화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이제 더 이상 상처없는 행복한 가족을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