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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사업가 그레그 ㅣ 일공일삼 39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돈이 좋아요.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레그도 마찬가지지요. 돈을 수억 벌어서 아주아주 큰 부자가 되고 싶대요. 조그만 아이때부터 그레그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지요. 형들이 방 치우는 걸 대신해주거나 동네 이웃집들의 마당을 치워주거나 해서요. 여름에는 레모네이드 장사까지 하는걸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돈을 모으는 즐거움과 돈을 실속있게 쓰는 재미를 아는 그레그. 나도 저금통마다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짜릿해했던 그때가 새록새록 기억나더군요. 다만 나는 돈을 가치있게 쓸 줄을 몰랐어요. 꾸준히 돈을 모으다가도 한번씩 저금통을 깨어 한탕주의나 호박씨 까서 한입에 털어넣기식으로 홀랑 써버리곤 했거든요. 그것도 그레그처럼 꼭 사고 싶고 필요한데 쓰기보다 거의 군것질에 말이죠.
푼푼이 돈을 모아오던 그레그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과자, 장난감, 만화책 판매를 하게 되지요. 항상 그레그의 아이디어를 베끼고 따라하던 마우라는 이번에 만화책 아이디어도 따라해요. 중요한건 만화책 사업과 라이벌의 등장은 고작 이야기의 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어쩌면 이 책에선 그레그가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떤 식으로 돈을 불려나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에요. 앙숙이던 그레그와 마우라가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성장소설에 가깝기 때문일까요. 구체적인 경제관념을 가르치기보다는 이들이 툭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던 나날을 딛고, 합심해서 함께 만화책을 만들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과 돈을 넘어서는 뿌듯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말도 안된다며 아이들의 말을 가볍게 넘겨버리는 게 아니라 그 꿈을 지지해주는 제트선생님처럼 주위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구요.
나는 그레그가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주위사람들도 대개 그레그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우라가 한 ‘욕심쟁이 수전노’라는 말에 그레그는 큰 상처를 받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게 뭐가 잘못이지라며. 물론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마음 한켠에선 과연 그걸로 좋은 걸까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거든요. 마음껏 쓰기위해 돈을 많이 번다, 거기에서 끝나도 좋은걸까하구요. 그리고 결국 거기서 그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돈이 좋아 돈을 벌려고 악착같이 만화를 파는 행위자체에 집착하던 그레그가, 혼자서만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멋진 만화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획해서 실천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보기 좋았거든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단순히 돈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인거 같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설령 그것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해도 좌절하기보단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해서 꿈을 위해 그것을 관철시키는 아이들의 당찬 모습. 그리고 욕심쟁이 그레그가 만화를 그리고 판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재능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함께 하며 자기계발의 기회까지 주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기부의 즐거움까지 알게 되는 모습들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는 것 그 자체보다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과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 그레그는 돈많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요. 하지만 이제 그레그는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부터 행복한 진짜 부자가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