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3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사건으로 꼽힌다는 꼴찌 팀, 연봉 최하위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어낸 것은 어떤 식으로 가능했을까. 좋은 선수가 있으면 승리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막대한 자금과 물량공세라면 누구나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봉 최하위의 팀이 이끌어낸 눈부신 성과이기에, 한정된 연봉 안에서 어떻게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는지, 그들의 승리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더 주목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머니볼’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인 주인공 빌리 빈은 고교 유망주 시절을 지나 평범한 마이너리그 선수과정을 지냈다. 선수생활동안 저조한 성적 때문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재능을 믿기 힘들었지만, 빌리는 승리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이것을 직접 경기에서 뛰는 것보다 선수들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쪽으로 바꾸기로 한다. 지금은 야구에서 선수들의 성적에 대한 통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나 그것을 기본으로 전략을 짜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십 여년 전 다른 팀들은 관심도 없을 때부터 빌리의 전임단장인 앨더슨은 이런 과학적 통계를 중시했고, 출루율을 최우선으로 두고 조직문화 전체를 개선하는 등 그 외에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도입하려고 하던 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팀 전체 타율에는 주목해도, 출루율이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시절에 말이다. 이후에 펼쳐지는 빌리의 혁신적인 전략은 멘토처럼 빌리를 효과적으로 끌어주었던 앨더슨의 영향에 힘입은 바 크다.

과연 자신이 모두가 원하는 빅리거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을 해야했고, 사람들이 갖는 기대치에 눌려 쓰러졌던 장본인이 바로 빌리 빈 자신이기에, 그는 직감이나 앞으로의 장래전망에 의지하기보단 통계수치를 근거로 한 과학적 선발을 추구한다. 빌리와 그의 보좌관 폴은 이른바 파이브 툴이라는 스피드, 어깨, 수비, 정확도, 장타력의 기존 스카우터들이 중시하는 요소들을 고루 갖춘 인물을 뽑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포지션에 따라 필요한 특정 강점에 주목한다. 이미 선수들의 몸값이 예전의 몇 십배로 치솟은 때, 그때까지의 스카우트 방식에 의하면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선수들을 자신들 나름의 통계와 과학적 수치에 근거해 가능성을 보고, 심지어 스스로도 빅리거가 되리라는 생각을 못하던 선수들과 한정된 연봉예산 안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승리전략은 간단하다.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최대한 활용하는 것. 남들이 주목하지 못한 가치까지 발견해내면서 말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곤욕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일찍 발굴해 내 저렴한 가격으로 붙들어두는 것도 적은 연봉으로 오클랜드가 좋은 선수들을 보유가능 했던 이유다. 남들이 모두 정보가 없을때 누구도 모르는 불모지에 먼저 발을 딛는 것, 그리고 다들 그 가치를 인식하고 가격이 폭등했을 때 유유히 발을 빼는 것, 다른 구단들이 트레이드와 드래프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을 때 그것을 재도약과 역전의 기회로 삼았던 것도 역시 주목할만한 일이다. 올스타 시즌이후 하위팀들은 남은 경기를 자포자기하고 그나마 쓸만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데 여념이 없지만, 오클랜드는 바로 그때부터 쓸만한 선수들을 싼값에 사들여 화려한 재도약을 꿈꾼다.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 팀 중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지불하는 팀의 하나임에도 많은 경기를 이기고, 해마다 성적이 좋아지면서 2000년부터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사람들은 오클랜드는 운이 좋은 정상궤도 이탈 팀이라고 말하지만, 새로운 사고, 과학적 통계 등을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가난한 팀 오클랜드가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통계는 과거의 성적만을 평가할뿐 미래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가이드다. 인간의 행동은 불확실과 위험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클랜드의 목표는 이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잘 할 순 없고,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이며, 그를 잃을 경우 그것을 어떻게 대체할까 하는 강점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최고 선수를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오거나 붙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부족해 보이는 사람일지언정 그들 내부에서 필요한 역할의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다.

생생한 스토리와 짜릿함을 전해주는 에필로그까지, 빌리 빈과 그의 개혁에 동참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하나만으로 빅리거로 성장할 수 있던 선수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채드 브랫포드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들의 인생역정과 변신까지의 과정 역시 생동감 있고 때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마인드 컨트롤, 멘토 같은 것들이 선수들이 지나온 길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오클랜드 프런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의 성과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연구하고, 그것을 침착하게 입증해나가는 모습은 때로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여기는 메이저리그 아닌가. 인간을 마치 승수 올리기와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조직목표를 위한 부품 취급하는 것은 좀 걸리지만, 어차피 처절한 약육강식 생존의 현장인 것이 달라지지 않는 바에야, 만약 무능하다고 퇴출될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고 극대화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서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를테면 공을 던질 수 없어 포수로서의 생명은 끝난 스캇 해티버그를 1루수 타자로 기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경기시작 30분전까지도 숨막히게 전개되는 박진감 넘치는 트레이드, 초반 등장하는 ‘마일로 붙이세요’가 난무하는 드래프트 준비과정부터가 킬킬 거리면서도 스피디함과 긴장감이 넘치게 한다. 메이저리그의 물밑에서 벌어지는 스카우트 모습도 새롭고,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 변화와 용어들에 대한 접근도 세밀해서 한층 더 재미있다. 굳이 빌리 빈의 경영노하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트레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긴박감 넘치는 현장의 뜨거운 열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난하다고 해서 거대한 자본을 가진 이들과 맞서 필연적으로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와 전략이 있으면 충분히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와 희망을 전하는 점에서 이것은 야구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단순한 야구이야기가 아니다. 놀라운 선구안을 가지고 그것을 과감히 실천할 수 있었고 현재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대단한 사람 빌리 빈. 물량공세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려는 빌리 빈 식 전략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 그가 이끌어낸 감동적인 승리는 더욱더 짜릿하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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