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가 좋았지만 그것을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몰라 자꾸만 인상을 썼다. 나는 내가 얼굴주름을 구길수록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9쪽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138쪽
나는 오래전 네시를 처음 봤을 때와는 또다른 흥분을 느꼈다. 인간이 애초에 바다에서 기어나온 존재라는 것을 떠나, 그냥 그것들이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기 있는 그들과 여기 있는 내가 그 시간 만나고 있다는 것, 바다에서 나온 인간이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다시 바다로 기어들어가, 마치 꿈을 꾸듯-자기 옆을 헤엄쳐가는 수많은 아버지들을 본다는 것. 몇 백억년전에 비해 하나도 늙지 않은, 자기보다 젊은 아버지를 본다는 것. 그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나는 오래전 놀이공원에서 실종된 나의 아버지가 어쩌면 저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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