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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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힘들어. ‘passion’이라고 했겠다. 그 힘든 거 그만두고 그냥 일하고 alcohol하면 안 될까. 장담하건대, 외롭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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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23-06-0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정passion’(그리스어 pathema, 라틴어 passio에서 연유했다. 독일어 Leidenschaft도 참조)이라는 단어의 근원적인 의미에 따르면, 격정은 병처럼 앓는 것이다(격정은 ‘환자patient’와 어원이 같다). 영혼의 병처럼, 우리를 움직이기보다는 우리에게 닥쳐온다. 18세기에 신경과 뇌의 움직임에 의한 것으로 처음 알려진 감정emotion이나 더 섬세한 정서sentiment 및 느낌feeling과 달리 격정은 우리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다. 거꾸로 우리가 격정에 귀속된 것이다.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49-50)
 
드립백 케냐 야라 AA TOP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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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맛이 좋습니다. 바보 혀가 벌떡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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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골든 스테이트’라고 부른단다. 금 캐러 갔던 과거 골드러시 잔재인가 보다. 캘리포니아는 또한 1930년대 미국 중부의 모래폭풍을 피해 이주민들이 몰려갔던 지역이기도 하다. 모래폭풍은 캐런 헤스의 <황사를 벗어나서>에서 본 적 있다. (우리나라 라떼 냄새 풍기고 싶은 분께는 ‘가주’라는 고풍스러운 명칭이 있음을 알려드린다. 캘리포니아주=가리복니아주加利福尼亞州 줄여서 가주加州) 1970~80년대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콘트라코스타, 샌타바버라, 벤투라, 오렌지카운티 등지에서 강간과 살인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2018년까지 미제 사건이었다.


이 범죄자에게 맥나마라 선생이 골든 스테이트 킬러GSK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전까지는 뭐였는가. 북가주(라떼, 바로 나다)에서는 ‘동부지역 연쇄성폭행범EAR’이었고 남가주에서는 ‘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ONS’였다. 성폭행범EAR과 살인범ONS을 동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DNA 분석 기술 발전 덕이었다. 그로부터 또 몇 년 후 2018년 범인을 지목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 발전에 더해 맥나마라 선생의 저서도 큰 역할을 했지 싶다. 첫 범행 후 40여 년이 흐른 뒤였다. 72세 조지프 제임스 디앤젤로(조셉 제임스 드앤젤로)라는 사람이었다. 1976년부터 1986년까지 강간 50건, 살인 10건, 절도 120가구에 이르는 범죄행각을 벌인 혐의다. 전직 (형편없는) 경찰*이었고 평범한** 할배였다. 다른 말로 ‘낫씽맨’***이랄까. 길리언 플린도 서문에서 말한다.


하지만 내게 그의 정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가 잡히길 바랄 뿐 어떤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는 것은 오히려 시시한 결말일 것이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 이상의 정보는 결국 진부하고 하찮고 약간은 상투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내 어머니는 잔인했다, 나는 여자가 싫다, 나는 가족이 없다…” 등등. 나는 진실에 대해, 온전한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지 추악한 인간쓰레기에겐 관심이 없다.

나는 미셸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 (13, 들어가며 | 길리언 플린)


미셸이라는 사람에 대해 나도 더 알고 싶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일어났던 미제 살인 사건, 같은 반 소년의 뒤통수를 사랑했던 일****, 성장하면서 어머니와 겪었던 불화, 딸 출산 등 맥나마라 선생을 겨우 알게 되나 싶을 때 덜컥 이별이다. 맥나마라 선생은 골든 스테이트 킬러가 체포될 때 이 세상에 없었다. 아까운 논픽션 작가다. 선정적인 범죄 장면 묘사에 치우치지 않고, 희생자와 수사관 이야기, 어렵게 구한 자료와 만난 사람과 취재 내용을 들려주는 글쓰기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밤새 범죄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궁리하고 글 쓰는 사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으리라. 거의 같은 처지에서 깊게 공감하는 얘기를 폴 홀스 수사관의 <언마스크드>에서 볼 수 있다. <어둠 속으로~>에서도 당연히 폴 홀스 수사관을 만나게 된다. 거울처럼, 둘이 서로를 어떻게 그리는지 보는 재미(?)도 있다. 하여, 저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배우자와 편집자가 엮어 마무리한 역작이 <어둠 속으로~>다. 할배 체포 기사가 부록으로 실렸고, 배우인 배우자(말장난 아니고 진짜) 후기도 볼 수 있다. 소중한 책에 오타가 꽤 많았는데 메모를 해 두지 않았네.




‘폴 홀스 구술’이라 돼 있다. 대필 작가가 쓴 모양이고 정직하게 ‘로빈 개비 피셔 정리’라고 적혔다. 범죄과학수사관으로서의 일화와 개인사가 다 담겼다. 생화학을 전공하고 범죄과학연구소에 취업하여 은퇴하는 시기까지, 그리고 결혼과 이혼과 결혼과...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 곤란도 숨기지 않는다. 동료 수사관이 생명을 잃는 일화에서는 나도 모르게 핑그르+뚝. 홀스가 과학수사관이었으므로 DNA 분석 기술 발전상을 몸소 겪는다. EAR와 ONS를 동일인으로 확인하는 순간은 내게도 극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맥나마라 선생과의 만남을 가장 기대했고 기대는 한 챕터로 응답 받았다.



무뚝뚝하게도 헌사가 없는 책. 나 혼자 마음속으로 ‘미셸에게’라고 써놓았다. 그리고 이건 오타 메모해 놨더라. 많아. 가차오탈리즘.


(32쪽) 자신을 잡지 못하는 경찰들을 비웃고 있을 것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141쪽) 그 모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 하룻밤 잠자리 상대와 투숙하는 사람들, 4번 고속도로에서 너무 늦게 빠져나와 좋은 호텔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에 묶었다. 내가 묶던 방과 같은 층에 있는 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내가 조사를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책에서는 무서운 오자입니다만.)

(160쪽) 그곳에 보관된 보트, 현장 주변을 카메라로 수백 장 찍으며 기본적인 마쳤지만, 지문과 족문을 채취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생물학적 흔적을 찾기 위해 물건들의 표면을 조사해야했다.

(177쪽 사진캡션) 1999년 어느 날 셰리가 약물 분석 업무를 돕고 있는 모습. 당시 세리에게 흠뻑 빠져 있던 내가 찍은 사진이다.

(220쪽) 범인은 모라가 로드을 따라 운전하다가 새끼 고양이와 놀고 있던 신시아와 스테파니를 봤다.

(243쪽) 피해자가 친동생이라는 것을 사실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303쪽) 이런 범행은 분노 살인이 아니다. 살인자가 자신을 환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살인이다.


*나는 윌릭에게 오번 경찰서에서 해고된 전직 경찰관 조지프 디앤젤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릭이 한 마디로 단언했다. “디앤젤로는 형편없는 경찰이었습니다.” 나는 당시 그의 신체적 모습은 어땠는지를 물었다. “키는 180센티미터가 좀 안 됐고, 금발에 운동선수 머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윌릭이 대답했다. (<언마스크드>, 384)

**흉악한 연쇄강간범이자 연쇄살인범은 집 앞 진입로에 낚싯배를, 차고에 볼보 차를 주차해 놓은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다. 모형 비행기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 “평범한 남자”였다. 우리가 찾던 범인은 깨끗하게 정원 잔디를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집주인, 잔디 깎기를 마치면 집 앞에 자신이 장식용으로 놓아둔 돌들을 무릎을 꿇고 하나하나 손질하는 남자였다. (<언마스크드>, 388-389)

***“우리는 그들이 잡혔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아는 겁니다. 이 남자들은, 그들은 살면서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무엇을 성취하거나 특별히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그들은 따분하고 별 볼 일 없는 실패자들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낫씽맨 역시 그렇다는 걸요. 경찰은 그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그렇게 부르지만, 저는 그것이 그의 실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낫씽. 별 볼 일 없는 사람. 실패자. 그리고 저는 그의 정체를 밝혀서 그 점을 증명하고 싶어요.” (<낫씽맨>, 163)

****학창 시절 내가 짝사랑했던 소년들은 매우 다양한 유형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모두 학급에서 내 앞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는 학생들을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러려면 너무 직접적으로 교류해야 하고 때로 목을 돌려 눈을 마주보아야 한다. 너무 현실적이다. 나는 소년의 뒤통수가 제일 좋았다. 텅 빈 구부정한 등만 한없이 투사할 수도 있었다. 입을 반쯤 벌리고 있든가 코를 파고 있어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골든 스테이트 킬러>, 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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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3-08-02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맛 에르고숨님. 제가 요즘 <언마스크드>를 재미나게(이렇게 얘기해도 될지-_-) 읽고 있는데 예전에 사 두기만 했던 <어둠속으로~>와 비교하며 읽고 싶어서 책장을 엎었는데 아직 못 찾았어요 흑흑ㅠㅠ 슬퍼하다가 에르고숨님께서 일목요연하게 비교 정리해주신 페이퍼를 읽으며 위로받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에르고숨 2023-08-03 16: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어둠 속으로~>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책장을 엎어도 안 나오면 답답해서 우째요.ㅜㅜ 더구나 <어둠 속으로~>가 저는 <언마스크드>보다 훨씬 좋았는데 말입니다. 모쪼록 곧 발견하시기를 바라요! (책장 한 번 더 엎는 걸로?ㅎㅎ) 고맙습니다.
 
언마스크드 - CSI 폴 홀스의 연쇄살인마 추적노트
폴 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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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나마라 <어둠 속으로 사라진 GSK>에 이어 읽으면 좋다. 수사관이 ‘구술’하고 다른 사람이 썼단다. 그래서인지 개성이나 매력보다는 도덕심과 사명감이 돋보인다. 있지도 않은 헌사를 혼자 그려보았다. ‘미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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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으로 사라진 골든 스테이트 킬러
미셸 맥나마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알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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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진범을 못 보고 사망한 게 너무 안타깝다. 배우자와 편집자가 마무리한 역작이다. 피해자와 용의자 자료 외에, 얼핏 드러낸 맥나마라 선생의 개인사는 그저 소중하고 고맙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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