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 정신분석학, 남녀의 관계와 고독을 이야기하다
대리언 리더 지음, 김종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절판


사랑은 단지 말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니다. 모든 말이 사랑의 요구인 만큼 사랑은 그 자체로 말이며,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랑의 헛수고」에서 남자들은 하루 종일 여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나 실제로 여자들을 만나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남녀관계를 주제로 한 희곡이지만 실제로는 일련의 말놀이의 확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그런 말놀이가 실제 연애관계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 희곡에서 남자들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것이 ‘연인의 담론’을 생산하는 행위이자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문서화 작업을 경유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의 실상은 이런 경우 단지 사랑을 선포하는 과정 자체일 뿐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말에 의해서 생산되는 듯 보인다. -102-103쪽

한 여성이 친구인 남성에게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아내가 아침에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는 모습이 좋아서라고 답했다며 투덜거렸다. 그녀는 이것이 터무니없고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파트너의 밝은 성격을 들먹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현실적이다. 어리석고 무의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작은 세부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부여한 점은 매우 감탄할 만하다. 이 남자의 아내가 버터를 바르는 방식이 어머니의 방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세부의 어리석음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에 관한 한 전부이기 때문이다.-172-173쪽

도취는 흠 없는 이미지를 향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상처 입은 이미지에 말을 건넨다.-178쪽

사랑은 라캉이 말하듯이 궁극적으로 결핍에 건네지는 것이다.-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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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1-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것은 세부의 어리석음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에 관한 한 전부이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에서 '사랑'을 '소설'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에 드는 소설은 모두 그렇죠.

에르고숨 2014-01-12 22:36   좋아요 0 | URL
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소위 '큰' 작품이 아닌데 완전 '취향'인 소설 같은 거 말이죠. 밑줄긋기 따위 아무도 안 읽으실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