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ㅣ Mr. Know 세계문학 26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SF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현실을 초월한 상상력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소설이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는 답답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반해 SF소설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것 혹은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 등을 소설로 나마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작은 점 같이 느껴질 때 시공을 초월한 SF소설은 공간을 뛰어넘어 무한한 우주로 비약하기도 하고 일직선적인 시간을 거꾸로 건너가서 과거를 보고 오는 가 하면 미래를 엿보고 오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가끔 생각하는 건 소설 속의 이야기가 얼마만큼 현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백 년 뒤, 천 년 뒤, 만 년 뒤 우리들 삶이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인간이란 존재의 한계나 벽 같은 것을 느낀달까. 나는 왜 이 2000년대란 시간 속에 태어났을까. 내가 이 시간대에 태어나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그저 우연일까.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3006년 11월 21일의 삶은 어떨까.
이 작품집은 여러 개의 단편들과 중편으로 짜여 있다. 표제작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화성을 배경으로 한다. 언어에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겔린저라는 인물에게 화성의 고등언어를 배워오라는 임무를 내린다. 화성에 대한 역사와 예언이 기록되어 있는 신전의 기록을 통해 화성인의 운명을 알 게 된다.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재앙으로 인해 남자는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몇 남지 않은 화성인은 자신들의 멸망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겔린저는 고등 언어를 기록하고 배우기 위해 신전을 출입하던 중에 브락사라는 무희를 사랑하게 되고 무희는 그의 아이를 갖는다. 불임의 재앙은 남자만이 받은 것이므로. 결국 밝혀진 것은 신전에 기록되어 있는 예언을 이루기 위해 브락사를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시킨 것이었다. 하늘에서 온 신성한 사내가 화성인의 멸망을 막아줄 것이라는. 바로 그에 의해 새로운 생명이 잉태됨으로써.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이 죽음 산에서'는 욕망에 사로 잡힌 인간의 이야기다. 배경은 낯설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익숙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큰 생물을 잡으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와 우주에서 가장 높을지 모르는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런데 ' 이 죽음의 산에서'는 결말이 좀 아쉬웠달까. 이 세상 누구도 도달해보지 못했던 정상을 올라갔는데 그 곳에서 발견하는 건 냉동된 여자였다. 몇 세기전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왔던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모두 죽고 아직 죽지 않은 한여자만 치료약이 개발되기를 바라며 냉동상태로 두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과 산을 함께 올랐던 대원들이 죽음과 맞서가며 그 산을 정복했는데 실은 그 산 중심부는 비어 있어서 그 중심부를 수직상승해서 몇 시간만에 냉동장치에 필요한 기계들을 옮겨왔고, 또 그 중심부를 통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든 놀이시설이었다는 것. 산을 오르던 장엄한 모습에 비해 정상에서의 이야기가 맥이 빠진달까.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골고루 들어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