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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인간을 이해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것도 형체도 없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어쨌든 이 책은 나를 포함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책에 나와 있는 실험들을 내 경우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 내가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난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거나 아니면 처벌을 지나치게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아니다. 보상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지부족 때문이었지. 보상은 일시적인 자극제는 될 수 있지만 목표에 이르게 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되지 못한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아마도 내 경우도 괴로워하는 피실험자를 보면서도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말았을 것이다. 불합리한 일에 맞설 용기가 내겐 분명 부족하다. 난 언제나 지나치게 망설인다.
엽기 살인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난 사건을 보고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를 두려워했을 것이고 결국에는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 아파트 맞은편에 불이 났었는데 신고를 망설였던 생각이 난다. 아마 누군가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망설이는 몇 분 사이에 다행히 소방차가 왔었고 큰 불은 아니었지만. 난 책임지기를 싫어한다. 문득 생각나는 것 한 가지. 초등학교 성적표에 있던 한 구절. 얌전하고 성실하나 책임감이 부족함. 담임 선생님이 심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듯(?)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어렸을 때 부족한 스킨쉽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대해서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 깊은 애착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그러나 아이러니한 건 나 스스로는 형제들 중 부모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랐다고 생각한다는 것.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해서 심리적 갈등을 잠재우려는 행동. 내게도 분명 이런 경향이 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합리화하지 않으면 내 행동에 대해서 자꾸 돌아보게되고 잠조차 이룰 수 없다. 이때의 해결법 하나. 빨리 잠들자. 잠자고 나면 어제의 갈등이나 행동들이 어느새 무뎌져 있거나 사라져 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내 경우 내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 아주 어렸을 적의 경험 몇 가지가 떠오르는 게 있는데 그게 꿈인지 내가 경험한 건지 사실 구별하기가 어렵다. 사실 사람들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자기가 원하는 모습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을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이미 많이 설명해놓은 것 같다. 내 안에 공통된 인간의 모습이 들어 있을 테니까. 내가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본 것 같다. 이게 나의 전부는 진짜 모습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