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아버지 보브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손자 보비다. 물론 손자 보비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는 이름까지도 닮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모든 것을 함께 한다. 보비가 말을 배우는 순간에도, 오른발 왼발 장단맞춰 한발두발 걸음을 뗄 때도, 블록쌓기 놀이를 할 때도, 놀이동산에 가서 불꽃놀이를 구경할 때도... 할아버지는 블록 맨꼭대기에 꼬끼리 블록이 올라가기만 하면 재채기를 해서 와르르 무너뜨린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침대가 비어 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뇌졸중에 걸려 우우 짐승 같은 소리로 보비를 놀라게 한다. 가족들 누구도 할아버지가 사람을 알아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비만은 블록 맨 꼭대기에 코끼리 블록을 올려놓자 할아버지가 재채기 비슷한 소리를 냈을 때 할아버지가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보비의 생각대로 할아버지는 보비가 어렸을 때처럼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한발 한발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었듯이 보비도 할아버지에게 오른발, 왼발 걸음마를 가르친다. 이제 할아버지는 보비가 자신에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쳤는지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보비가 전에 할아버지께 그랬던 것처럼...

  사랑이란... 착한 손자 보비처럼 받은 사랑을 돌려줄 줄 아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수탉 창비아동문고 191
이상권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책 '똥이 어디로 갔을까' 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들도 여러 번 보며 재미있어 한다. 역시 똥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인 모양이다. 그 책을 읽으며 작가는 참 장난기가 많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책 '아름다운 수탉' 속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소재로 이렇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건 똥과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야기를 발견하는  세심함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정희는 학교 앞 마녀 아줌마한테서 핑크색 병아리를 한 마리 사온다. 그런 곳에서 사온 병아리가 그렇듯이 병아리는 첫날밤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비실비실한다. 하지만 아빠가 어렸을 적 할머니로부터 배운 비법으로 병아리를 살려낸다. 겨우 살아난 병아리는 한 가족으로서 신고식을 갖는다. 바로 이름 부여식. 아리, 삐리, 이상병(아빠 성 '이'씨에다 가운데 이름 '상'을 따고 거기에 '병'아리의 첫자를 갖다 붙인 것,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음)을 거쳐 달개비로 낙착을 보았다. 아빠는 달갭아, 부르고, 엄마는 깨비로, 정희는 개비로 부른다. 

  동생이 없어 외롭다고 주장하는 정희는 개비를 동생처럼 여기며 한 방에서 먹고 자고 씻기고 똥도 치우고 개비를 정성껏 돌본다. 가끔은 개비가 못생겼다는 이웃 녀석의 말에 화가 나서 개비에게 천연색 물감을 먹여 개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지만. 개비도 정희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는데 옆집 대머리 아저씨 공격하기, 작가를 꿈꾸는 아빠의 컴퓨터 고장내기 (이때 아빠는 무서운 독수리 그림으로 개비에게 복수를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정희의 학교에 따라가서 고양이에게 닭털 모두 뽑히기 등등. 이 일 때문에 정희는 개비가 대머리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오히려 멋진 깃털이 돋아나서 제법 폼나는 수탉으로 변신하고 곧 우렁찬 소리도 뽑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을 과시하는 개비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다. 특히 개비에게 대머리를 공격당한 옆집 아저씨. 결국 개비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알게  된 간호사 언니네 집에 맡기로 결정을 한다. 그 간호사 언니가 살게 될 집에 있는 미모의 암탉을 한번 본 후로 개비가 밥맛 (아니 벌레맛)이 딱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개비는 간호사 언니네 집에 가기 전에 멋진 활약을 한번 더 한다. 바로 간호사 언니의 전통혼례식장에서 첫눈에 반한 암탉과 혼례상(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서리)위에 점잖게 앉아서 결혼식을 빛내주었다.

  정희는 동생처럼 애지중지하던 개비를 보냈지만 대신 동생을 얻게 되었다. 몇 번의 유산 끝에 아기를  낳지 못하게 된 엄마가 예쁜 진짜 동생을 입양한 것이다. 정희는 이제 외롭지 않다. 얼마 후에는 개비의 새끼들까지 입양하게 되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6
로저 뒤봐젱 지음, 서애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목장에서 여러 동물들과 함께 사는 거위 피튜니아는 어느 날 풀숲에 떨어진 책을 발견한다. 목장 주인 아들 빌의 책이다. 이때부터 피튜니아는 항상 날개죽지에 책을 끼고 다닌다. 피튜니아의 목은 책밖으로 불쑥 튀어나갈 만큼 길게 늘어난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동물)은 지혜로워지니까. 목장의 동물들이 피튜니아의 지혜를 빌리러 차례차례 다가온다.

  암소 클로버는 대장 수탉의 볏이 왜 빨간지 궁금하다. 피튜니아 왈, 그건 주인 아저씨가 알을 낳는 암탉인지 알도 못 낳는 수탉인지 구별하려고 달아놓은 플라스틱 볏이야. 역시 지혜로운 피튜니아 다운 답변이다.

  암탉 이다는 제 병아리가 9마리가 맞는지 궁금하다. 피튜니아 열심히 병아리를 센다. 3마리, 3마리, 3마리. 음, 3곱하기 3은 6, 그러니까 여섯마리예요. 이다가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건 9마리보다 많은 숫자니? 당연히 많지. 암탉 이다는 걱정이다. 9마리도 키우기 힘든데 더 많아진 병아리를 어떻게 키우나.

  피튜니아는 언제나 동물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쁘다. 이번에는 개 노이지가 구멍에 머리가 끼어 꼼짝도 못하고 있다. 피튜니아는 이 순간에도 번뜩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다른 구멍에다 연기를 피운 것이다. 개 노이지는 연기를 참다 못해 발버둥을 치다 얼떨결에 빠져 나온다. 이번에는 제대로 지혜를 발휘한 셈인가?

  말 스트로는 치통을 해결하기 위해 피튜니아를 찾아온다. 피튜니아의 해결책. 이빨이란 게 있으니까 치통도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쓸모없는 이빨은 집게로 다 뽑아버려! 이날부터 말 스트로에게서는 이가 아프다는 말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다.

  아기 고양이 코튼이 나무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당연 동물들은 지혜로운 피튜니아에게 해결책을 구하러 온다. 피튜니아의 위대(태)위대(태)한 해결책. 암소 위에 당나귀, 당나귀 위에 돼지, 돼지 위에 염소, 염소 위에 양, 양 위에 아기 돼지, 아기 돼지 위에 오리, 오리 위에 칠면조, 칠면조 위에 암탉이 올라 서려는데 암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동물들의 탑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이 위태위태한 광경을 지켜보던 아기 고양이 코튼은 무서워서 결국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지고. 이번에도 피튜니아의 지혜는 위력을 발휘한다.

  이젠 목장 동물들이 한꺼번에 다 모였다. 목장 식구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커다란 상자를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는 흰색은 종이요 까만색은 글씨인 뭔가 씌어 있긴 한데 까막눈인 동물 식구들은 읽을 수가 없다. 이때 등장한 피튜니아. 동물들이 묻는다. 상자에 쓰여 있는 글자가 혹시 사탕이니? 그래 맞아, 사탕이라 쓰여 있어. 동물들이 와 달려 들어 상자를 물어 뜯자, 쾅 폭발해버리고 마는 사탕상자 아니 폭죽 상자. 동물들은 저마다 영광의 상처를 안고 피튜니아를 원망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때 폭발의 영향으로 책장이 넘어가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피튜니아는 날개죽지 아래 항상 책을 끼고 다닌다. 왜, 지혜로워 지니까. 책 속에 있는 글을 처음으로 본 피튜니아. 피튜니아는 영광의 상처를 안고 배운 게 있다.  지혜는 날개죽지 아래 끼고 다니는 게 아니라, 머리나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는 거. 지혜로워지려면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거.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한면은 칼라 다음장을 넘기면 흑백 이렇게 되어 있는데 동물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교만한 거위 피튜니아의 얼굴은 교만함 그 자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는 파업중 - 5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22
김희숙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책은 제목이 중요한 것 같다. 우선 제목이 괜찮고 표지 그림도 마음에 든다. 엄마는 지금 플라타너스 나무(우리 말로 버즘나무란다. 버즘나무란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얘가 플라타너스인지 이번에 첨 알았다.)위 아이들의 오두막에 배를 깔고 누워 파업 중이다. 이유는 충분히 짐작갈 테고. 아주 우아하고 느긋하고 어딘지 약간 감상적으로 모습의 엄마 얼굴이 마음에 든다. 이런 모습의 엄마라면 아이들만의 공간인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가 파업을 할 만하다 싶다. 

  단편집이라서 차례 신경쓰지 않고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형아지기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을 지키느라 친구랑 마음대로 놀 수도 없는 동생, 고은별 이고은별은 자기의 이름을 엄마 성까지 붙인 이고은별로 불러달라는 꼬마 페미니스트, 키재기는 또래보다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 여자아이, 붉은 해에는 심심할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상상을 하는 남자 아이, 아카시아 꽃내음에는 항상 지저분해 보이는 짝이 싫은 여자 아이, 연둣빛 꿈에는 일주일 동안 함께 수업하게 된 예쁜 여자아이에게 수화로 사랑을 고백하는 소년, 나는 너를 사랑해에는 매일 학생들에게 한 가지씩 칭찬을 해 주는 선생님, 호기심에는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담배와 술을 하고 나쁜 병에 걸렸을 지도 모른다고 고민하는 아이, 날개 달린 소년에는 제 가방도 혼자 들지 못할 만큼 아픈 몸이지만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준 여자아이와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곱사등이 소년, 멋쟁이 아저씨에는 자신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을 할 거라고 큰소리치고 다니는 늙은 형님이, 유하와 누렁이의 꼬리에는 자기보다 더 센 아이가 새로 전학을 오자 그동안 힘으로만 아이들을 누르려 했던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는 아이 등이 이웃집 사람들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제일 먼저 만나보고 싶은 아이부터 읽어보세요. 똑같은 아이들이 하나도 없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대예찬 - 정글을 헤매는 행복 예찬 시리즈
최재천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간단 명료하지만 참 멋있는 제목이다.이 무더운 여름날에 비록 직접 가보지는 못하지만 작가와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내 왼발에서 한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한 3미터쯤 되는 부시매스터를 두고, 다만 나는 그곳에 그 녀석이 있는 줄도 까맣게 모른 채)상상을 하며 읽기에는 이보다 좋은 책이 없다. 곤충학자이자 열대생물학자이자 시인 지망생(?)인 작가는 열대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아야할 곳이라고 말한다. 내게는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중남미 같은 곳이나 아프리카 같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왠지 유럽 같은 잘 다듬어진 곳보다는 언듯보기에는 무질서해보이지만 사람과 자연, 고대문명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중남미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곤충학자인 작가가 연구를 위해 머물렀던 코스타리카나 파나마 지역이 아마 아즈텍 문명이 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바로 다음날이면 기차역에 나가 할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인 강릉으로 달려가고, 그 자연 속에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그곳 강릉의 자연 속에서 놀고 먹으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작가가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는 걸 보면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본성을 타고 난 것같다. 철새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흰박쥐가 유전자에 각인된 기억에 따라 나뭇잎으로 제 몸을 가릴 집을 짓듯이. 게다가 학창시절 경험들을 보면 글쓰는 솜씨도 타고 난 것 같고. 어쨌든 글을 읽어가는 내내 가장 부러웠던 점은 어쩌면 자신의 일에 그토록 행복하게 몰두하며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며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글을 잘 쓰는 생물학자가 쓴 덕분에 참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 덕분에 국어 수업 시간에 좀 아는척도 하고. 중2 국어 교과서에 작가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잎꾼개미가 등장한다. 애들이 일꾼개미(일개미라고 생각하고)가 아니냐고 하기에 이 용어는 작가가 잎을 잘라 운반하는 개미에게 처음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가르쳐 주면서 이 책 한 번 읽어보라 했더니 그런 책도 읽어요, 한다. 한 번 으쓱. 사실 하나도 어려울 것 없고 소설보다 술술 읽히는 책인데.  딱딱하게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고 그 속에 과학적 지식도 있고 가장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과학이든 뭐든 결국에는 인간을 연구하기 위한 학문일 테니까.

  현대문학에 1년 동안 연재했던 것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란다. 그래서 각각의 소제목 아래 주제를 풀어가기에 적당한 다양한 동물들을 등장시키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다소 과격할지도 모를 견해들을 한데 엮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섹스와 기생충'이란 코너에서는 섹스는 기생충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이라는 학설을 소개하고 있다. 남녀(암수)가 서로 다는 유전자들을 한데 섞어 기생충들이 미처 공격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내면 기생충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섹스를 통해서 보노보 원숭이들이 평화를 유지하며 생존해가는 모습도 자연에서는 참 특이한 생존의 한 모습이었다.

  '자연을 순수를 혐오한다'는 제목의 코너는 우리 스스로를 좀 반성하면서 얽어보아야 할 대목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은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성이란 길로 진화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민족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신화를 내세워서 다른 민족에 대해 은근히 때로는 드러내놓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워낙 많은 침략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그 역사 동안 다른른 민족의 피가 섞일 것은 분명한데도 그 부분은 입을 다문 채.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반도란 모든 것이 오고가는 길목이다. 그 길목에서는 모든 것이 섞인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식물종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고 그것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한민족이 아닌 다른 피가 섞이는 건 자랑스러워하지 못할 일인가.    

  '우리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란 코너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꼬집고 있다. 작가는 두 곳의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보고를 한다. 먼저 개미의 장례식장에는 온갖 생물들이 와서 개미가 없으면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한탄하며 눈물 바다를 이룬다. 한편 인간의 장례식장에는 제일 먼저 바퀴벌레가 와서 그동안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다면서 힘없이 돌아간다. 그 다음엔 쥐, 이, 벼룩, 빈대 등이 의무적으로 나타나 봉투를 던지고 돌아간다. 그리고 소떼, 벼,보리, 밀 등이 잠깐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인간 때문에 자손대대로 번성를 누렸다. 그들 외에 인간의 서거를 슬퍼할 동물이 누가 있을까.

  저자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11034미터)근처에서 그런 생각을 했단다. 이승을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 이곳을 찾아오면 어떨까 하고. 만약 내 몸이 어디 낯선 바닷가로 떠밀려 오지 않고 지나가던 배가 거의 다 뜯어먹은 시체를 발견하거나 그런 일이 생기지 않고 만미터 아래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그곳까지 무사히 당도해서 백골만 남고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