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예찬 - 정글을 헤매는 행복 예찬 시리즈
최재천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간단 명료하지만 참 멋있는 제목이다.이 무더운 여름날에 비록 직접 가보지는 못하지만 작가와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내 왼발에서 한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한 3미터쯤 되는 부시매스터를 두고, 다만 나는 그곳에 그 녀석이 있는 줄도 까맣게 모른 채)상상을 하며 읽기에는 이보다 좋은 책이 없다. 곤충학자이자 열대생물학자이자 시인 지망생(?)인 작가는 열대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아야할 곳이라고 말한다. 내게는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중남미 같은 곳이나 아프리카 같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왠지 유럽 같은 잘 다듬어진 곳보다는 언듯보기에는 무질서해보이지만 사람과 자연, 고대문명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중남미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곤충학자인 작가가 연구를 위해 머물렀던 코스타리카나 파나마 지역이 아마 아즈텍 문명이 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바로 다음날이면 기차역에 나가 할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인 강릉으로 달려가고, 그 자연 속에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해서 그곳 강릉의 자연 속에서 놀고 먹으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작가가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는 걸 보면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본성을 타고 난 것같다. 철새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흰박쥐가 유전자에 각인된 기억에 따라 나뭇잎으로 제 몸을 가릴 집을 짓듯이. 게다가 학창시절 경험들을 보면 글쓰는 솜씨도 타고 난 것 같고. 어쨌든 글을 읽어가는 내내 가장 부러웠던 점은 어쩌면 자신의 일에 그토록 행복하게 몰두하며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며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글을 잘 쓰는 생물학자가 쓴 덕분에 참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 덕분에 국어 수업 시간에 좀 아는척도 하고. 중2 국어 교과서에 작가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잎꾼개미가 등장한다. 애들이 일꾼개미(일개미라고 생각하고)가 아니냐고 하기에 이 용어는 작가가 잎을 잘라 운반하는 개미에게 처음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가르쳐 주면서 이 책 한 번 읽어보라 했더니 그런 책도 읽어요, 한다. 한 번 으쓱. 사실 하나도 어려울 것 없고 소설보다 술술 읽히는 책인데.  딱딱하게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고 그 속에 과학적 지식도 있고 가장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과학이든 뭐든 결국에는 인간을 연구하기 위한 학문일 테니까.

  현대문학에 1년 동안 연재했던 것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란다. 그래서 각각의 소제목 아래 주제를 풀어가기에 적당한 다양한 동물들을 등장시키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다소 과격할지도 모를 견해들을 한데 엮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섹스와 기생충'이란 코너에서는 섹스는 기생충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이라는 학설을 소개하고 있다. 남녀(암수)가 서로 다는 유전자들을 한데 섞어 기생충들이 미처 공격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내면 기생충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섹스를 통해서 보노보 원숭이들이 평화를 유지하며 생존해가는 모습도 자연에서는 참 특이한 생존의 한 모습이었다.

  '자연을 순수를 혐오한다'는 제목의 코너는 우리 스스로를 좀 반성하면서 얽어보아야 할 대목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은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성이란 길로 진화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민족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신화를 내세워서 다른 민족에 대해 은근히 때로는 드러내놓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워낙 많은 침략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그 역사 동안 다른른 민족의 피가 섞일 것은 분명한데도 그 부분은 입을 다문 채.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반도란 모든 것이 오고가는 길목이다. 그 길목에서는 모든 것이 섞인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식물종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고 그것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한민족이 아닌 다른 피가 섞이는 건 자랑스러워하지 못할 일인가.    

  '우리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란 코너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꼬집고 있다. 작가는 두 곳의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보고를 한다. 먼저 개미의 장례식장에는 온갖 생물들이 와서 개미가 없으면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한탄하며 눈물 바다를 이룬다. 한편 인간의 장례식장에는 제일 먼저 바퀴벌레가 와서 그동안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다면서 힘없이 돌아간다. 그 다음엔 쥐, 이, 벼룩, 빈대 등이 의무적으로 나타나 봉투를 던지고 돌아간다. 그리고 소떼, 벼,보리, 밀 등이 잠깐 얼굴을 내민다. 그들은 인간 때문에 자손대대로 번성를 누렸다. 그들 외에 인간의 서거를 슬퍼할 동물이 누가 있을까.

  저자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11034미터)근처에서 그런 생각을 했단다. 이승을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 이곳을 찾아오면 어떨까 하고. 만약 내 몸이 어디 낯선 바닷가로 떠밀려 오지 않고 지나가던 배가 거의 다 뜯어먹은 시체를 발견하거나 그런 일이 생기지 않고 만미터 아래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그곳까지 무사히 당도해서 백골만 남고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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