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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수탉 ㅣ 창비아동문고 191
이상권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1년 3월
평점 :
작가의 책 '똥이 어디로 갔을까' 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들도 여러 번 보며 재미있어 한다. 역시 똥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인 모양이다. 그 책을 읽으며 작가는 참 장난기가 많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책 '아름다운 수탉' 속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소재로 이렇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건 똥과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야기를 발견하는 세심함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정희는 학교 앞 마녀 아줌마한테서 핑크색 병아리를 한 마리 사온다. 그런 곳에서 사온 병아리가 그렇듯이 병아리는 첫날밤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비실비실한다. 하지만 아빠가 어렸을 적 할머니로부터 배운 비법으로 병아리를 살려낸다. 겨우 살아난 병아리는 한 가족으로서 신고식을 갖는다. 바로 이름 부여식. 아리, 삐리, 이상병(아빠 성 '이'씨에다 가운데 이름 '상'을 따고 거기에 '병'아리의 첫자를 갖다 붙인 것,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음)을 거쳐 달개비로 낙착을 보았다. 아빠는 달갭아, 부르고, 엄마는 깨비로, 정희는 개비로 부른다.
동생이 없어 외롭다고 주장하는 정희는 개비를 동생처럼 여기며 한 방에서 먹고 자고 씻기고 똥도 치우고 개비를 정성껏 돌본다. 가끔은 개비가 못생겼다는 이웃 녀석의 말에 화가 나서 개비에게 천연색 물감을 먹여 개비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지만. 개비도 정희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는데 옆집 대머리 아저씨 공격하기, 작가를 꿈꾸는 아빠의 컴퓨터 고장내기 (이때 아빠는 무서운 독수리 그림으로 개비에게 복수를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정희의 학교에 따라가서 고양이에게 닭털 모두 뽑히기 등등. 이 일 때문에 정희는 개비가 대머리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오히려 멋진 깃털이 돋아나서 제법 폼나는 수탉으로 변신하고 곧 우렁찬 소리도 뽑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을 과시하는 개비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다. 특히 개비에게 대머리를 공격당한 옆집 아저씨. 결국 개비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알게 된 간호사 언니네 집에 맡기로 결정을 한다. 그 간호사 언니가 살게 될 집에 있는 미모의 암탉을 한번 본 후로 개비가 밥맛 (아니 벌레맛)이 딱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개비는 간호사 언니네 집에 가기 전에 멋진 활약을 한번 더 한다. 바로 간호사 언니의 전통혼례식장에서 첫눈에 반한 암탉과 혼례상(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서리)위에 점잖게 앉아서 결혼식을 빛내주었다.
정희는 동생처럼 애지중지하던 개비를 보냈지만 대신 동생을 얻게 되었다. 몇 번의 유산 끝에 아기를 낳지 못하게 된 엄마가 예쁜 진짜 동생을 입양한 것이다. 정희는 이제 외롭지 않다. 얼마 후에는 개비의 새끼들까지 입양하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