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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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논리가 없는 SF소설은 처음 본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나 책소개를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 지경까지인 줄은 짐작 못했다. 그나마 책값에 많은 투자를 안 해서 다행이다 싶고 워낙 유명한 책이라 한번은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소장하고 싶기도 해서 참아준다. 

  내가 뭐 그렇다고 해서 SF광팬도 아니고 뭐 읽은 책들이 많은 것들도 아니다. 그동안 읽어 왔던 것들은 제법 괜찮은 단편들 위주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건 너무 황당하고 앞뒤가 안 맞고 하루만 덮어놔도 그 전날 뭘 읽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뭐 나이탓도 있겠지). 뭔 이야긴지 모르겠다. 일관된 스토리나 있기는 한지. 이 책의 무엇에 열광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세대차이를 이런 데서 느끼는 것도 같고, 뭔가 같이 좋아해줘야 할 것도 같은데 난 도통 그럴 수가 없다. 이렇게 논리적이지 않은 글을 읽어본 적이 없으므로. 

  영국식 유머라고 하는데 난 그 영국식 유머가 뭔지 모르겠고. 최소한 웃기기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고. 영국식 웃음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나의 센스 없음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억지로 재미있었다고 엄청난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쓸 수는 없다.  

  아직 반 정도밖에 안 읽었으니 나머지 부분에 기대를 걸어본다. 뭔가 아직 내가 못본 것이 있지 않을까. 다시 힘을 내서 재미를 한번 찾아볼 생각이다. 몰입해서 읽다보면, 아니 이건 재미있는 거야하고 자기암시를 하면서 읽다보면 재미있어 질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다 읽었다. 그런데 여전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이렇게 줄거리나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작품은 처음이다. 너무 분량이 방대해서 도대체 무얼 읽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읽기나 했는지 누군가 이 책이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보면 한마디로 요약해서 알려줄 수는 절대로 없을 것 같다. 일단 읽어 보고 판단하라고. 나처럼 어리둥절한 독자도 있을 것이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다 있어. 이거 장난아냐 하면서 재미있다고 박수를 쳐줄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에는 박수를 쳐주지 못하겠다. 소설이 이렇게 이해가 안 되다니 약간 절망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평행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뒷부분은 조금 재미있기도 했었다. 보고인들에 의해 폭발되지 않은 지구, 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다른 수많은 우주가 갈라져 나간다는... 그래서 폭발되지 않은 지구에서 트리시아는 여전히 살고 있고,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되돌아온 아서와 텐트 그리고 트릴리언(트리시아와 동일 인물) 랜덤(트릴리언과 아서의 딸, 뭐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로맨스나 그런 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들이 돌아오자마자 이야기는 끝이 난다. 평행 우주에서 살아남은 지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고. 

  어쨌든 결론은, 미안하다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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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꾸러미 2015-06-15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이상한 책.. 남들은 재밌다는데 저는 꾸역꾸역 읽었네요. 무슨 재미가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달님은 알지요 일공일삼 27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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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서정적인 동화이다. 내 어릴 적 풍경이 떠오르는 동화. 우리 세대들에겐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어쩌면 해리포터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송화는 무당 할머니와 사는 12살 짜리 여자아이다. 그 또래의 시골아이에게 어울리게 감성적이고 때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친구와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영분이란 아이와 절친이 되기도 하고. 제목만으로 알 수 있듯이 송화에게는 아픔이 있다. 자기를 낳다 죽은 엄마,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 무당 할머니를 둔 아이...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는 할머니가 있음에도 늘 정이 그립고 누군가, 특히 아버지가 그리운 아이. 달님은 알지요.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그 아버지가 자신처럼 딸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왜 예전 우리들의 아버지는 곁에 없거나, 술에 취해 가족을 학대하거나, 가족을 돌보지 못하거나 그런 사람으로 그려지는지 모르겠다. 어릴적을 돌이켜 보면 그런 아버지들이 간혹 있었다. 술 먹고 온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학교간 딸 아이 책가방을 아궁이에 집어 넣어버리거나 하는. 동화든 소설이든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 어쩔 수 없다. 

  영분의 아버지는 끝내 가족들에게 평생의 아픔과 원망만 남긴 채 죽어 버렸고(우리 삶의 모습 그대로를 반영하듯), 송화의 아버지는 동화처럼 멋지게 돌아온다. 가족을 위해 집을 마련하고, 예쁜 장난감을 가지고 자랑스런 아버지로 돌아온다. 12년간의 아픔은 아버지가 돌아오는 그 순간,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린다. 12년 동안의 부재는 송화와 할머니를 더 잘 모시기 위한 아버지의 고된 노력과 기다림의 기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할머니다. 할머니의 삶은 우리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신대를 피해 12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고, 6.25전쟁 중 남편을 찾아 월남해서 그 이후로 영영 홀로 살게 된 할머니... 전쟁 중에 잃어버린 아들을 겨우 찾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무당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싫어 집을 떠나간 아들... 할머니의 삶은 우리 민족의 삶인양 굽이굽이 힘든 길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을 기다려온 아들과 함께 북녘 땅을 바라보며 마지막 굿판을 벌이며 할머니의 모든 한을 풀어낸다.  

  달님은 알지요.  북녘 땅 어디에 남편이,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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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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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자라난 나는 근본적으로 땅을 하늘을 산을 푸르른 것들을 좋아한다. 내 아버지, 할아버지의 삶도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가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마도 도시에서는 절대로 사시지 못했을 당신의 모습이. 비록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디언 할아버지가 때를 맞춰 옥수수를 가꾸고 꼭 필요한 것만큼의 야생칠면조를 사냥하는 것과, 때맞춰 모를 내고 비오는 날 고구마 모종을 내는 일은 결국엔 같은 것이다. 

  다섯 살, 엄마마저 잃은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산속 오두막집에서 살게 된다. 작은 나무는 강제 이주를 피해 산속에 숨어 살던 체로키 인디언의 후손이다. 할아버지는 체로키 인디언의 피가 섞인 혼혈이고 할머니는 순수체로키인다. 산속 오두막 집에 온 첫날, 할머니의 노래와 함께 산들이 작은 나무를 받아들인다. 이제 작은 나무도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자연의 하나가 되었다.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사냥을 할 때는 약한 동물을 사냥해야 더 강하고 튼튼한 동물들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필요한 만큼만 사냥해야 한다는 것,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는 이가 죽었을 때는 문상비둘기가 대신 울어준다는 것, 말없이 마음을 나누는 법, 정치가들은 하나 같이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것, 그래서 작은 나무는 뭔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으레 정치가일지도 모른다고 짐작을 한다. 

  할아버지는 정치가를 제일 싫어한다. 물론 작은 나무도 마찬가지다. 정치가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대접을 못 받는 모양이다. 정치가는 할아버지의 직업인 위스키 제조업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엉뚱한 법을 만들어 남의 땅을 빼앗고, 결국에는 체로키 족을 강제로 고향에서 떠나게 했고 수천명의 체로키인들을 죽게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잃어 버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곤 깊은 산속에서 숨어 살면서 인디언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는 바로 그들의 후손이다. 비록 세월이 흘러 지금(1930년대)은 숨어사는 처지는 아니지만 인디언이라는 멸시와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전혀 이해받지 못하면서도 인디언의 방식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키가 2미터에 가까운 할아버지와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나무는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다.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는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위스키 제조업(당시에는 금주법이 있어서 몰래 위스키를 만들어야 했고, 할아버지가 위스키를 만들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의 동업자가 되어 함께 위스키를 만들고, 함께 옥수수 밭을 경작하고, 산꼭대기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함께 보고, 탐욕스런 위스키 제조업자 둘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둘이서 속 시원히 욕도 하고 (물론 할머니가 옆에 없을 때만)... 작은 나무에게 할아버지는 산이며,나무이며, 세상 그 자체이다. 

  작은 나무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 속에서 내 아버지의 모습이 함께 느껴졌다. 어린 조카들이 시골에 내려오면 어디든 데리다니기 좋아하시던 당신 모습이. 대나무로 연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린 조카들과 함께 낚시를 가던 그 행복한 모습이... 고집스럽고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시던 모습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향은 더 이상 옛날처럼 다정하지도 마냥 달려가고 싶은 곳도 아니었다. 가끔 들에 가서 농사일을 거들어 줄 때도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에 온식구가 나와서 들일을 할 때 느꼈던 그 충만한 감정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 뭔가가 부족한 듯이 느껴지고 허전하기만 했다. 

  작은 나무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 산속 오두막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기에 산을, 숲을, 땅을, 나무들을, 숲 속에 사는 모든 동물들을, 작은 거미까지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작은 나무는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란 걸 배웠다.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작은 나무는 바로 할아버지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영원히 작은 나무 곁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던 할아버지는 점점 약해지고 어느날 산길에서 굴러떨어지신 이후 할아버지는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나의 마지막 날에 과연 나는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고된 삶을 다하는 날 인디언들이 하는 말처럼. 지금은 자신 없다. 내 아버지의 나이가 됐을 때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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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한창우 감수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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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c2,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 이 책은 바로 아인슈타인에 의해 완성된 이 공식이 어떻게 해서 태어났으며 그후 우리의 삶에 이 공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E=mc2(제곱)에 대한 전기문이다. 우선 책은 재미있다. 다른 물리학책들이 주는 중압감에 비해 이 책은 쉽게 읽힌다. 가장 큰 장점이다. 

  먼저 책의 앞 부분에서는 공식에 쓰인 용어들이 어떻게 해서 생겼나를 설명한 후,  E=mv라는 초창기의 개념에서 E=mv2의 원리를 알아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 후 아인슈타인이 저 유명한 공식 E=mc2을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아인슈타인의 머리 속에서 불현듯 솟아오른 개념이 아닌 서양 과학의 토대 위에서 한 위대한 물리학자에 의해 발견된 공식이 바로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역사에서 만약이란 말은 그냥 말 뿐인 것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아니래도 언젠가는 또다른 물리학자들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을까 싶다. 단지 조금 늦게 발견될 뿐. 세상의 질서를 연구하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일이니까 수많은 물리학자 중 아인슈타인 만큼 통찰이 뛰어난 누군가는 그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바로 아인슈타인에 의해 위대한 공식 E=mc2이 탄생하게 된다. 

  이 공식은 엄청난 에너지를 예견하고 있는 공식이었다. 히로시마 상공의 원자폭탄의 섬광이 번쩍일 때, 바로 아인슈타인 공식이 세상에 드러나는 첫 번째 사건이었다. 이 책에는 러더퍼드에 의해 느린 중성자를 이용해서 원자 속의 핵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게 되고, 여성 물리학자 마이트너에 의해 원자핵 속으로 침투한 중성자에 의해 불안한 상태가 된 핵은 계속해서 질량을 다 소진할 때까지 핵분열을 하게 되고 그때 E=mc2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안 후 독일과 서방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일이 먼저 저명한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의 지휘 아래 핵폭탄 제조에 착수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미국이 오펜하이머의 지휘 아래 먼저 핵폭탄 제조에 성공하게 된다. 독일이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에 알리는 아인슈타인의 편지는 모두 무시당하고 말았지만 결국에는 미국도 핵개발에 착수하게 되고 독일보다 한 발 앞서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패전의 징후가 역력한 일본의 상공에 강력한 폭탄 두 개를 떨어뜨리게 된다. 그 후 E=mc2의 에너지를 지닌 수많은 폭탄들이 만들어지게 되고 세계는 지구 종말의 위기와 동시에 핵을 통해 전쟁억지력(?)을 갖게 된다. 

  불행하게도 아인슈타인의 공식은 원폭투하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세상에 그 엄청난 힘을 드러내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시대였다고 하기에는 너무 불행한 역사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 했고 2차 대전의 종결을 앞당길 수 있었지만. E=mc2의 공식은 원폭투하와 함께 시작되었지만 그 공식의 힘은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에서 부터, 비상구의 표시등, 병원, GPS등....  

  그리고 우주로 눈을 돌려 보면 우리의 태양을 비롯해서 우주에 있는 수많은 태양 또한 이 공식에 따라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고, 우리 태양은 50억 년 후 자신의 질량을 다 소모하고 난후 태양계를 삼켜 버릴 만큼 부풀어 오랐다가 안으로 수축되어 블랙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때 지구는 폭발하는 태양에 삼켜버리거나 혹은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가서 그 때즘이면 우리 은하와 충돌하게 될 안드로마다 은하의 거대한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게 될 것이다. 다른 은하계도 우리 은하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고 결국에는 블랙홀조차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블랙홀이 삼켜버린 모든 것들이 놓여나게 된다. 물론 형체는 볼 수 없다. 모든 물질은 = 를 지나서 에너지로 바뀌었다.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공간 위에 흩어져 있는 방사선이다.  

  E=mc2의 임무가 모두 끝난 것이다. 

  우리는 바로 아인슈타인의 공식대로 움직이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세상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질서를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좀더 쉽게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다.  

  막상 책을 다 읽고 보니 내용이 좀더 깊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이해시켜려고 노력한 면은 좋았지만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책이 너무 빨리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컸다. 부록이 차지하는 분량이 너무 커서 그랬을 테지만. 본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부록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부록을 읽는 재미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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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우주 - 비틀린 5차원 시공간과 여분 차원의 비밀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11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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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왜 태어났을까? 내가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야. 어렸을 때 그런 질문을 종종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꽤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깨닫는 것은 존재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나란 존재는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을 뿐 거기에 특별한 이유나 의미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우주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시간의 흐름 속에 나란 존재는 잠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뿐이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생겨난 나란 존재를 생각해 보면 무의미한 한 점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특별한 한 점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자신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일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다. 미혹에 빠지지 않는 세월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무의미한 한 점과 특별한 한 점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평생 동안 그러지 않을까 싶다.

  가끔 물리학 책을 읽는다. 세부적인 이해는 거의 할 수 없다. 다만 큰 그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과학자들은 플랑크 길이에 압축된 에너지의 폭발로 우주가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지금의 물질들이 생겨난 것이라는 것. 과학자들의 이런 저런 예측이 실험으로 밝혀질 것인지(물론 실험물리학자들에 의해 이미 발견된 것들도 엄청나다. 문제는 지금의 과학으로 실험 가능한 영역 밖의 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이론과 실험이 근접해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어렵지만 물리학책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물리학은 바로 우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나의 시작은 어디일까 잠깐 고민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평생 그 질문을 좇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 리사 랜들 또한 그런 사람이다.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최신의 이론(모형 구축이라고 한다.)을 만들어내고 많은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 우선 숨겨진 우주라는 제목에 끌렸다. 그 두께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처음 부분은 다른 책에서 접해 봐서 용어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안다는 의미가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들어봤다 정도. 끈이론의 10차원, 11차원 같은. 그리고 그녀가 다른 물리학자와 함께 제시한 5차원 막이론, 여분 차원 개념이 책의 말미에 등장한다. 5차원의 단서를 제공할 kk입자 등이 바로 그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플랑크 길이의 에너지와 약력 규모의 에너지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를 해결해 주는 이론이란다. 우주의 모습을 우리가 사는 4차원 외에 여분차원인 5차원 막을 더해 설명한다. 실험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약력들은 4차원 막에 속박되어 있고 중력은 5차원 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중력은 5차원 막에서 4차원 막으로 이동할수록 약해진다. 우리가 사는 4차원 공간에서는 다른 약력, 강력, 전자기력에 비해 중력의 힘이 약한 것은 이 때문이다. 대강 이런 내용인데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이론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단순한 수학적 수식을 넘어서 입자 충돌 실험을 통해 검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전 유럽에 세워진 LHC에서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될지도 모르고 플랑크 길이의 블랙혹을 생성해낼지도 모른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이 실험물리학자들에 의해 검증이 되는 순간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기술로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이론들이 수두룩하겠지만. 

  1차원을 2차원의 단면으로, 2차원을 3차원 공간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듯이 정말 우리의 4차원 시공간이 5차원막의 한 단면일까?

  물리학에 혹은 우주에 혹은 존재의 근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만한 책이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독파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도 제법 크다. 물론 책을 덮는 순간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리는 희한한 혹은 절망스런 경험도 하게 될 터이지만. 이 무더운 여름에 머리 지끈지끈 아파 가면서 여름을 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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