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우주 - 비틀린 5차원 시공간과 여분 차원의 비밀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11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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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왜 태어났을까? 내가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야. 어렸을 때 그런 질문을 종종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꽤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깨닫는 것은 존재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나란 존재는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을 뿐 거기에 특별한 이유나 의미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우주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시간의 흐름 속에 나란 존재는 잠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뿐이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생겨난 나란 존재를 생각해 보면 무의미한 한 점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특별한 한 점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자신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일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다. 미혹에 빠지지 않는 세월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무의미한 한 점과 특별한 한 점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평생 동안 그러지 않을까 싶다.

  가끔 물리학 책을 읽는다. 세부적인 이해는 거의 할 수 없다. 다만 큰 그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과학자들은 플랑크 길이에 압축된 에너지의 폭발로 우주가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지금의 물질들이 생겨난 것이라는 것. 과학자들의 이런 저런 예측이 실험으로 밝혀질 것인지(물론 실험물리학자들에 의해 이미 발견된 것들도 엄청나다. 문제는 지금의 과학으로 실험 가능한 영역 밖의 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이론과 실험이 근접해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어렵지만 물리학책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물리학은 바로 우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나의 시작은 어디일까 잠깐 고민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평생 그 질문을 좇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 리사 랜들 또한 그런 사람이다.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최신의 이론(모형 구축이라고 한다.)을 만들어내고 많은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 우선 숨겨진 우주라는 제목에 끌렸다. 그 두께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처음 부분은 다른 책에서 접해 봐서 용어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안다는 의미가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들어봤다 정도. 끈이론의 10차원, 11차원 같은. 그리고 그녀가 다른 물리학자와 함께 제시한 5차원 막이론, 여분 차원 개념이 책의 말미에 등장한다. 5차원의 단서를 제공할 kk입자 등이 바로 그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플랑크 길이의 에너지와 약력 규모의 에너지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를 해결해 주는 이론이란다. 우주의 모습을 우리가 사는 4차원 외에 여분차원인 5차원 막을 더해 설명한다. 실험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약력들은 4차원 막에 속박되어 있고 중력은 5차원 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중력은 5차원 막에서 4차원 막으로 이동할수록 약해진다. 우리가 사는 4차원 공간에서는 다른 약력, 강력, 전자기력에 비해 중력의 힘이 약한 것은 이 때문이다. 대강 이런 내용인데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이론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단순한 수학적 수식을 넘어서 입자 충돌 실험을 통해 검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전 유럽에 세워진 LHC에서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될지도 모르고 플랑크 길이의 블랙혹을 생성해낼지도 모른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이 실험물리학자들에 의해 검증이 되는 순간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기술로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이론들이 수두룩하겠지만. 

  1차원을 2차원의 단면으로, 2차원을 3차원 공간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듯이 정말 우리의 4차원 시공간이 5차원막의 한 단면일까?

  물리학에 혹은 우주에 혹은 존재의 근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만한 책이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독파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도 제법 크다. 물론 책을 덮는 순간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리는 희한한 혹은 절망스런 경험도 하게 될 터이지만. 이 무더운 여름에 머리 지끈지끈 아파 가면서 여름을 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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