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쇠망사 1 로마제국 쇠망사 1
에드워드 기번 지음, 김희용.윤수인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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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단다. 오늘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들은 말이다. 그래서 요 몇년 사이 역사책에 눈길이 가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에는 역사나 세계사만큼 어렵고도 지루한 과목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기고 어느 정도는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기기도 하나보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역사를 좋아한단다. 그런데 지나치게 우리나라 중심의 역사관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우리 것을 과대평가하고 무조건 우리 문화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TV 속에서 무조건 우리 것이 최고여, 하는 소리를 들으면 낯간지럽기도 하다. 우리 것이 최고라고 고집할 때는 지난 것 같다. 우리 것이 볼품없다고 느끼던 시절에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니 이제는 그 말에서 벗어나서 다른 것들도 최고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우리들로서는... 

  로마의 건국에 대해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책부터 시작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제목대로 이 책은 로마의 건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의 쇠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제목에 맞게 로마의 건국과 주변국들을 차례차례 정복해나가는 과정까지는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로마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건국부터 정복이 완성되기까지를 어느 정도 알고서 읽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시대나 인물들을 설명할 때 많이 헷갈리기도 한다. 워낙 방대한 책이니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서민들의 생활문화도 많이 실려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단편적인 사실들의 나열에 가까운 것 같다. 역사란 서민들의 문화사가 아니라 왕들의 정복사 위주일 테니까. 또 어찌 생각해보면 2000년에 가까운 역사가 이렇게 사실대로 남아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 하나, 결국엔 역사란 전쟁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역사나 우리의 역사나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라는 것. 그 전쟁의 역사 속에서 평화의 시기가 찾아오면 문화가 번영하기도 하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 나아지기도 하다가 또다시 야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권력자가 나타나면 모든 것이 짓밟히고 만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면 아니 잠시 멈추면 불안정한 평화 속에서 서민들은 또 애써 살아가고...  

  2세기, 로마 최고의 번영기 안에서도 기번은 로마의 쇠퇴의 기운을 알아차린다. 1세기에 겨우 브리타니아(영국) 속주를 병합하고(그것도 남쪽 일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경쟁심이 불타올랐던 트라야누스황제에 의해 정복되었던 동방의 나라(아르메니아, 메소포타미아, 아시리아 등지)들에서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즉위하자 로마군을 철수시켰으며 로마의 영토를 유프라테스 강까지로 국한시켰다. 정복의 역사는 끝이 나고 이제는 제국을 방어하는 일에 군사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정복 대신 방어를 택한 로마는 어쩔 수 없이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 물론 로마는 그 뒤로는도 1000년 이상 건재했고 로마의 몰락은 때로는 눈에 띄게, 때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징후들을 남기면서 서서히 이루어졌다. 

  의문 하나, 전성기 이후로도 1000년 이상 지속된 나라에 쇠망사라는 명칭이 어울릴까 생각하게 된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멸망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1권에서는 아직 쇠망이라하기에는 로마의 힘이 주변의 페르시아나 아직 로마의 영향권에 들어오지 않은 유럽의 야만인들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하다. 가끔 유럽 야만인들의 결집력이 강력해지거나 페르시아의 힘이 강력해져 로마를 위협하기도 하고 이집트에서는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로마는 로마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제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세 개의 대륙에 걸쳐 영토를 확보하고 있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 로마의 길을 통해 속주에서 오는 동방의 사치품과 다양한 문화들이 넘나들고 로마의 선진문명이 속주로 스며들어 갔으며 속주민들 또한 로마의 문화에 동화되어 갔다.  

  또한 로마의 길을 통해서 그리스도교가 로마군보다 먼저 서유럽으로 확산되었고 다른 문화에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던 로마에 의해 그리스도교는 교세를 점점 더 넓혀 나가게 된다. 사실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인상 때문에 로마의 황제하면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왕으로 각인되어 있다. 물론 유명한 네로황제의 박해나(로마의 대화제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던 흉흉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유대인 중에서도 그리스도교인을 화재의 주범으로 몰았다. 동경의 대지진 때 일본이 천재지변으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조선인들에게 폭동의 혐의를 덮어 씌웠듯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인지. 특히 권력자들의 본성은 더욱 변하지 않는 것일까.)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대의 박해 그리고 콘스탄티누스황제에 의해 국교로 인정받기 전에 갈레리우스 황제에 의한 전면적인 박해 등이 기록에 남아 있지만 또한 그리스도교에 대해 온건한 정책을 펼친 황제들도 없지 않았다. 어쩌면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의 한 종파에서 분리되어 나와 오늘날과 같은 교세를 떨칠 수 있었던 건 로마 제국이라는 시대에 발흥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거대한 로마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로마 제국 안에서 토대를 마련하고 때로는 박해를 받기도 했던 그리스도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초창기 그리스도교가 왜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는데 당시 로마 제국은 주변 속주의 다양한 종교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민족의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나타나 유일신이라는 배타적인 종교관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스도 외에 모든 것은 우상이며 수많은 로마와 주변 속주들의 신들에 머리를 숙이는 것은 신성불가침인 유일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신념은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의 종교관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리스도교인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오히려 그리스도교인이 더 배타적이고 독선적(요즘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리스도교는 스스로 박해의 길을 걷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초기의 그리스도교인은 자신을 스스로 고발해서 순교자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그 후 그리스도교의 영향 아래 유일신이란 개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의문을 던지는 누군가가 또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전 뉴트리온이 빛보다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100년 동안 진리로 믿어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역학을 뒤엎었던 것처럼 과학자들에게 진리로 믿어온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시간에 의해 뒤짚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믿어온 진리조차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엔 종교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선 종교 못지 않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것처럼 보이던 로마의 황제라는 자리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습왕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으로는 로마의 황제는 어찌보면 권위나 전통성이 부족해 보이기까지 하고 오히려 위태로워 보였다. 로마 시민들에게는 세습 황제라는 관념이 없었다. 원로원이나 집정관 중에서 혹은 변방의 속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중에서 권력에 영합한 누군가의 추대와 원로원의 사후 추인 아래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여러 명의 황제가 로마를 나누어서 다스리는 경우가 많았고, 게다가 황제의 자리가 공매에 부쳐진 경우도 있었다. 위대한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콤모두스 황제가 악행으로 가신들에 의해 살해되고 그들에 의해 로마 총독이었던 페르티낙스가 새로운 황제로 지목되었을 때, 새 황제의 개혁에 불만을 품은 근위대에 의해 페르티낙스 황제가 살해되고 3개월도 안 돼 또 다시 비게 된 황제의 자리는 근위대에 의해 공매에 부쳐졌다. 그 결과 부유한 원로원 의원 율리아누스에게 황제의 자리가 돌아갔다. 그 후로 브리타니아에서는 알비누스, 시리아에서는 니게르, 판노니아에서는 세베루스가 돈으로 황제 자리를 꿰어찬 율리아누스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고 최종적으로 세베루스가 승리하게 된다. 근위대는 또한번 황제를 살해하고 세베루스를 로마의 새로운 황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베루스 이후 원로원의 권위는 더욱 떨어지고 군인황제의 시대가 이어진다. 

  황제의 지위는 원로원이나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아니었고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절대 안정적인 자리일 수가 없었다. 특히 군사정부 시절에는 군인들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사람이 떠밀리다시피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 야망이 큰 부하에 의해 황제의 자리가 찬탈되기도 했다. 페르시아의 포로로 비참한 죽음을 맞은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아들 갈리에누스 황제 때에는 19인의 참주가 등장해 로마 제국을 어지렵혔다. 책을 읽다 덮는 순간 그 많던 황제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짧은 기간 동안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졌던 수많은 황제들 때문일 것이다. 

  1권은 그리스도교인에 대한 박해가 끝나면서 마무리된다. 새로운 종교의 부상으로 고대세계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1권을 마무리하면서 감상을 덧붙이자면 워낙 광대한 제국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마치 정글 속을 헤매다 나온 기분이다. 사실 읽기를 마치긴 했지만 내가 정글 속 어디를 갔다왔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제대로 알려면 몇 번은 정독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절대 엄두는 안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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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60-1999 환상문학전집 31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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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여행이다. 어쩌면 이 책을 마지막으로 SF와는 이별할 것 같다는 예감을 하게 된다. 잠시 일지 오랜 기간일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질척거리는 인간의 땅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이야기들을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천천히 읽기로 했다.   

  이책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읽은 아서 클라크 단편집의 내용들은 대체로 가까운 미래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5,60년 대에 씌어진 작품들은 지금으로서는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이야기도 담겨 있고, 냉전 시대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꽤 있었다. SF소설의 큰 스케일을 기대하고 이 작품들을 읽는다면 조금은 실망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다 가능성 있는 미래, 과학적인 틀 안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충분히 우리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제목이 조금 SF소설 답지 못한 '의원과 죽음'도 가까운 미래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배경은 70년대로 스틸만 의원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심장이 6개월 밖에는 견디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는다. 그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정리하고 가족과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소련의 우주 병원. 몇 년 전 미국에서는 스틸만 자신에 의해서 폐기되었던 계획이다. 우주 실험실을 운영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비해 엄청난 예산이 지출된다는 이유로... 고민 끝에 그는 살기 위해 소련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대신 짧지만 평화로운 삶을 선택한다. 

  작가가 예견하고 있는 것보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되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21세기인 지금에도 우주 병원은 아직은 꿈 속의 일처럼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걸 보면.  

  1975년 12월 1일 동시에 2억 5000대의 전화가 울린다. '프랑켄슈타인의 전화'는 전세계적으로  그물처럼 연결된 온갖 종류의 정보망을 통해  이제 막 지성을 갖게 된 뭔가(기계, 컴퓨터, 인터넷 뭐라도 좋다)가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막 걸음마를 떼고 장난을 치기 시작하는 아이처럼... 신호등이 제멋대로 바뀌고, 은행의 잔고에는 9억 9999만 9897.99파운드가 찍혀 있고, 신문의 활자는 의미없는 글자로 채워져 있고, 거리에선 끊임없이 소방차 소리가 들려오고....  

  작가는 이런 현실을 심각하게 그리기 보다는 장난처럼 재미있게 그리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상은 온통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단편을 읽다보니 얼핏 요즘 빈번하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해커에 의한 정보유출이나 바이러스 같은 게 떠오른다. 비록 이 단편은 이기적인 한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물처럼 얼키고 설킨 정보망에 의해 스스로 지성을 키운 기계(눈에 보이지는 않지만)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일이지만.  

  '태양으로부터 부는 바람'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돛과 바람을 이용해 항해를 하듯이 태양빛과 그 태양빛을 받는 돛을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 항해하는 이야기다. 적도 2만 2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는 7대의 태양요트. 주인공 머톤이 탄 다이애나호는160킬로미터의 돛대에 500만 제곱미터의 돛이 매달려 있고, 비누거품보다 조금 두꺼운 돛은 찬란한 태양빛에 팽팽히 당겨져 있다. 7대의 태양요트들은 서로 수십 킬로미터의 거리를 유지한 채 지구 위 무중력의 공간을 항해하기 시작한다. 다이애나호는 다른 요트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 아직 충분한 속도가 붙지 않은 상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요트는 가속도가 붙어 다른 요트들에 앞서 나갈 것이다. 다이애나호는 지구의 그림자 속을, 초승달 같은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름달처럼 둥근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지구를 두 바퀴 돌았고 궤도는 몇 천킬로미터는 더 높아져 있다.  

  그 사이 다른 두 대의 요트는 바다에서 요트가 부딪치듯이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돛대가 부서져 버렸고,한 대는 너무 멀리 뒤쳐져 있고 또다른 두 대의 돛도 부서지고 말았다. 이제 다이애나호와 나머지 한 대의 요트만의 대결이었다.  

  이제 팽팽해진 돛에 태양빛을 받으며 달로 향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때 태양폭풍으로 인해 경주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대로 항해를 지속하다가는 돛도 배도 머톤 자신도 어떻게 될진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요트는 돛대를 스스로 자르고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다. 머튼은 다른 방법을 택한다. 다이애나호의 컴퓨터를 조작해 항로를 바꾼다. 이제 그는 비상용 우주복을 입고 다이애나호를 탈출하고 다이애나호는 지구로 귀환하는 대신 화성을 지나 심해 우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유유히 태양계 바깥을 향해 영원한 항해를 하게 될 것이다. 

   이미 태양계 가장자리를 지나고 있는 보이저 1호나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보이저 2호처럼. 

  아서 클라크의 작품은 미래에 대해 그다지 어둡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그는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이애나호가 화성을 지나 심우주로 나아가듯이 우리의 미래도 언젠가는 그와 같은 모습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우주를 언젠가는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개척정신으로 수많은 식민지를 일군 서구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아서 때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아서 클라크의 단편에 대한 인상은 다른 단편들(주로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알려진 단편들을 묶어놓은 것이었다.)에 비해 소설적 재미는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어쩐지 과학적인 이론이나 예견을 소설적으로 풀어놓은 것처럼 보인달까.  

  마지막 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마도 '신의 망치'일 것이다. 영화 딥 임펙트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하지만 단편은 의외로 단순하다. 영화만큼 아슬아슬하거나 흥미진진하진 않다. 늘 지구에 있어왔던 소행성의 충돌이라는 사건이 바로 이 시점에, 인간의 문명이 어쩌면 최고조로 발달한 이 시점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기한 것. 소설이지만 결코 소설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게 바로 클라크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아서 클라크의 작품은 어쩌면 우주에 관한 상상력보다는 기술과 과학에 관한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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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나공 워드프로세서 1급 실기(한글 2005 사용자용) 2011 시나공 워드프로세서 5
길벗 R&D 지음 / 길벗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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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실기가 꽤 걱정된다. 일단 시나공 책을 믿고 따라가보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니 물어볼 데가 없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일단 책을 펼쳐보니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편집되어 있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하다보면 결과물은 완성된다. 지금까지는 주먹구구 식으로 했는데 이 책을 따라하다 보면 제대로 된 문서 작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아직은 타자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이고 편집에 익숙하지 않아서 과연 1급을 딸 수 있을까  걱정되는 점도 있다. 충분한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의문점 하나, 단축키를 다 외워야하나... 단축키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쓰다보면 오히려 실수가 많고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까.  

  이 책은 책의 앞부분에는 용지설정, 스타일, 표작업, 차트 만들기 등 문서작성에 필요한 기본 지시 사항들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각 단계에서 충분히 익힌 다음에 실제 시험지를 작성해보는 순서로 되어 있다. 그리고 아직 사용해보지는 않았는데 CD가 있어서 작성한 문서를 채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건 충분히 연습을 한 다음에 해 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타자나 편집에 익숙하지 않아서 점수가 엄청 낮게 나올 듯.  

  늦었지만 열공해서 남들 다 있다는 자격증 가져 보자.  

  이제 자격증 갖기의 길로 들어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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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나공 워드프로세서 1급 필기 + 기출문제집 - 2.3급 포함, 개정판 2011 시나공 워드프로세서 7
강윤석 외 지음 / 길벗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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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에 사놓고 이제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엄두가 안나서.  

  책이 예상 외로 두껍고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다. 그래도 수험서로는 시나공이 좋다 길래 일단 사봤다. 남들은 기출문제만 다운 받아서 풀면 된다는데 그건  PC에 대해 좀 아는 애들이나 하는 것 같고. 인터넛에서 기출문제 다운 받아서 며칠 읽어보고 합격했다는 이야기 읽다보면 기가 팍 죽는다.  

  그런 데 현혹되지 말고 컴에 컴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정석대로  책 열심히 탐독하고 기출문제 열심히 풀어서 합격하길 기원해 보는 수밖에 없다. 

  처음해 보는 공부라서 이 책의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믿을 건 책밖에 없는 것 같다. 하라는 대로 따라하다 보면 합격하지 않을까 싶다.  

  두께에 비해 책은 생각보다 잘 넘어간다. 한 섹션씩 읽고 기출문제 풀고 하니까 웬만한 건 풀어진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자격증 공부란 게 다 알고 넘어가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너무 어려운 건 일단 패스...  

  일단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 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외우기 모드로 들어갈 예정. 대충 다 읽어는 가는데 앞에 읽었던 내용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 

  무식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본문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예정... 그리고 기출문제 풀기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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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환상문학전집 30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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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에는 대체로 짧은 단편들 위주로 실려 있다. 그래서 더욱 위트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 몇 시간이고 내리 책을 읽다보면 내가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자꾸 읽다보면 방금 읽은 단편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쭉 진도가 나가 버린다. 책장이 후루룩 넘어가는 아쉬움 여간 크지 않다. 책은 비교적 두꺼운 편이지만 의외로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다. 기억 용량의 부족 탓으로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방금 전에 읽었던 내용과 인상들이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 천천히 내용을 음미해가며 읽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첫번째 작품인 '다른 호랑이'는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평행우주라는 개념을 소설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라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노출된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우리 우주 외에 무한히 존재하는 우주란 개념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는 지금 두 인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영국의 어느 한적한 길 위에서 호랑이를 마주칠 수도 있다. 우주가 무한하다는 이론이 옳다면 이런 우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무한히 많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아침은 없다'는 고차원의 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 다리, 혹은 웜홀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빌은 환각과도 같은 상태에서 다른 차원에서 보낸 텔레파시를 통해서 곧 태양이 폭발할 거라는 사실과 다른 차원을 잇는 다리를 통해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일어났던 일을 환각이라 치부해버림으로써 태양의 폭발과 함께 더 이상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책에는 하얀 사슴이라는 술집을 배경으로 해리 퍼비스라는 익살스러운 인물이 황당한 이야기를 술집에 모인 동료 과학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씌어진 단편들이 주로 실려 있다. 해리 퍼비스가 들려주는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을 서술자인 나가 하얀 사슴이라는 술집의 분위기와 그의 이야기를 듣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 등을 곁들여 해리 퍼비스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 전달해 준다. 나와 다른 동료들은 해리 퍼비스의 이야기를 대체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정도로 여기며 믿지 않으면서도 거짓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묘사까지 완벽한 이야기 솜씨에 모두들 빠져들게 된다. 주로 엉뚱한 과학자에 의해 일어나게 되는 기이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인데 때로는 SF라는 영역에 넣기보다는 그저 익살스럽고 재치 넘치는 단편으로 볼 만한 작품들로 제법 있다.  

  그 중에서 '특허 심사'는 소리를 축적하는 축음기처럼 감각의 기억을 축적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됨으로써 다른 사람이 맛보고 느끼는 온갖 감각을 꼭 자신의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되고, 서투른 애인과의 육체적 결합 대신 노련한 전문가들(?)의 시범이 기록된 발명품이 주는 감각의 쾌락에 빠져들면서 애인과의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그 애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다소 허무랭랑한 감이 있는 이야기다.  

  뭐 알 수 없기는 하다. 향기나 맛을 느낄 수 있는 텔리비전을 만들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이나 시도는 지금도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감각을 축적하고 그걸 다른 사람이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려는 시도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어민트루드 인치 내던지기'는 제목만 가지고는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아리송하기만 한데,  아내의 지칠줄 모르는 수다에 지친 남자가 아내와 자신이 말을 할 때마다 단어의 수를 스코어로 기록할 수 있는 선택적 단어 계수기라는 기계를 만든다. 기계에 표시된 숫자를 본 후에야 아내 어민트루드는 자신의 엄청난 수다 삼매경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렇다고 어민트루드(암만 생각하도 이름이 정말 특이하다)가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데. 그 결과 제목과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만다. 

  '궁극의 멜로디'는 스스로 작곡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를 이용해 궁극의 멜로디를 완성한 과학자가 그 멜로디를 듣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날 아침에 들은 멜로디를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되듯이 그 궁극의 멜로디가 그의 뇌에서 끊임없이 반복됨으로써 모든 다른 기억들을 지우고 결국에는 혼수상태와도 같은 잠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구의 다음 세입자'는  태평양의 한 섬에서 흰개미에게 인류의 지식을 전해주려는 일본인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각 나라에서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던 시대상황과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섬에 남아 있던 일본군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사실감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언젠가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를 대비해서 인류의 지식을 어쩌면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고 생존력이 강한 개미에게 인류가 가진 지식을 남겨 주겠다는 한 과학자의 시도가 꼭 엉뚱한 것 같지만은 않다. 소설 속에서  이미 흰개미는 스스로 도구를 만드는 단계까지 진화했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처럼 이제 그들에게 불을 선물하려고 한다.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자면 단연 '머나먼 지구의 노래'이다. SF소설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문학적 완성도 또한 높은 작품이다. 대체로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들은 SF소설의 정석을 따르기보다는 하나의 과학적 아이디어를 이용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단편들 위주여서 조금은 위대한 SF작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소품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 갈증을 채워준 작품이 바로 '머나먼 지구의 노래'이다. 탈라사라는 광대한 바다와 하나의 섬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달이 뜨는 행성이 있다. 서기 2626년 지구로부터 이주해온 개척자들이 소박한 기계문명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곳. 그로부터 수백년이 지난 지금 지구와의 접촉은 없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지구로부터 날아온 거대한 우주선이 탈라사의 상공에 나타난 것이다. 실은 그들은 다른 개척지로 가는 도중에 우주선의 보호막(거대한 얼음덩어리와 흡사하다)이 고장나서 탈라사의 바다에서 물을 공급받기 위해 잠시 멈춘 것이었다.  

  로라는 바로 그들 중의 한 사람을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그가 고향 별인 지구에서 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그에게 끌리는 걸 (비록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다. 로라는 그와 함께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는 로라에게 우주선 내부를 보여주면서 그의 삶과 로라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해준다. 그들은 300년간 동면에 든 상태에 있다가 머나먼 행성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다시 깨어나서 이 탈라사와 같은 또다른 개척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만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겨 100년만에 잠시 잠을 깬 것이고 또다시 개척지를 향해 항해하는 동안 200년간의 동면에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 그런 일을 하도록 훈련되어져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잠들기 직전의 지구의 모습이 새겨져 있지만 그 사이 지구에는10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들이 잠깐 깨었다가 머문 이 탈라사라는 행성은 꿈 속의 몇분에 불과한 것이었다. 

  결국 로라는 탈라사에 남게 되고 로라가 늙어가고 다음 세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들(그와 고향별 지구를 떠난 개척자들)은 여전히 젊은 모습으로 개척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주의 카사노바'는  제목처럼 유머가 넘치는 작품이다. 우리의 주인공( 은하 탐사 대원)은 항해 도중 5000년 전 항성간 탐사 시대의 초창기에 지구를 떠난 개척자들의 후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전파를 감지하게 된다. 그는 그들이 말하는 영어를 거의 알아 들을 수가 없는데 다행히 고대 영어를 할 줄아는 통역사가 그들 사이에 배치된다. 우리의 주인공은 화면에 비친 아름다운 통역사의 모습에 한눈에 반하고 마는데...  마침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성에 도착한 주인공은 아름다운 통역사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중력이 지구의 4분의 1에 불과한 이 행성에서 5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을지 상상해 보길...   

  이제 4권의 단편집 중 한 권만 남았다. 거장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들이 어떤 것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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