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인물들 모두가 강렬하고 원초적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이렇게 원시적이기까지 한 인물들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경이로웠다. 답은 작품 속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광할하고 거칠고 냉혹한 땅과 전쟁하듯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 낸것이다. 그들은 그 거친 땅에 압도되는 인물들이 아니라 하나 하나가 제 목소리를 제 얼굴을 분명하게 지닌 인물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중을 차지 하는 인물일지라도.

 "벌거숭이소'"의 메로,  노인(아버지)의 애인을 훔쳐 달아난 뒤로 60년 만에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는 인물이다. 자신 만의 여자와 땅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그의 영혼은, 벌거숭이 소가 반쯤 가죽이 벗겨진 채로 뒤돌아보듯이, 언제나 자신이 태어난 와이오밍에 머물러 있었다. 

  "아름다운 박차"의 카 스트롭,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는 인물이다. 아내는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후 집을 떠났으며 아내와 언쟁 중에 생긴 교통 사고로 온몸에 철심이 박혀 있다. 밑바닥 삶이나 다름없이 몰락해가는 어느 날 박차를 단 친구의 아내에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욕정을 느낀다. 그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몸속에 있는 금속들이 자석처럼 박차를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박차는 그를 점점 더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 박차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던 것처럼.

  "브로크백 마운틴"의 애니스와 알마, 애니스는 좀더 감성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아름다운 장소였던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는 끊임없이 알마를 설득한다. 현실에서도 그들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찾기를 갈망하며. 알마는 애니스를 사랑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20년 동안 애니스를 만나면서도 가족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 애니스가 죽자 애니스의 진실된 사랑을, 브로크백 마운틴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와이오밍 어느 곳에서 오늘 이 시간에도 실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와이오밍의 외딴 농장에서 거친 땅과 소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제 입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작가가 그대로 들려주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생생하다. 사람들도,여름을 앞두고 눈을 흩뿌리는 하늘도, 바싹 마른 땅도, 홍수로 넘쳐나는 계곡도,물 속 다리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박차도,그 박차에 홀려 버린 인물도. 그 인물은 살아가기 척박한 땅을 때로는 저주하며 떠나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떠나지 못하는 그 땅에 사는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만과 편견, 한 세 번쯤 읽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다른 책들보다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사이에서 오가는 미묘한 긴장감에 끝까지 가슴 설레었던 것 같다. 원래 모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중반을 넘어서면 보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그때쯤이면 주인공 사이의 긴장감이랄까 그런게 떨어지게 마련이니까, 이 책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엘리자베스가 느꼈을 그 떨림들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아시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려서 그가 엘리자베스를 쳐다보는 눈빛, 엘리자베스를 향해 던지는 말들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장면이 있다. 언니 제인이 머물고 있던 네드필드를 엘리자베스가 방문했을 때. 언니 제인이 아프다는 소식을 받고 단걸음에 걸어서 가느라고 드레스 자락 밑단이 축축히 젖은 채로 얼굴은 생기로 빛나면서 저택을 들어서는 장면. 어쩌면 다아시는 그때부터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후로도 여전히 거만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완벽한 스토리를 바라는 독자)는 그가 단번에 엘리자베스 앞에서 부드러운 남자로 변하는 걸 원치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긴장과 설전을 관전하는 재미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이 소설이 핵심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딴 데로 새는 감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읽고 너무 재미 있어서 친구한테 읽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소설이 온통 대화 뿐이라서 너무 지루했다는 것이었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관전 포인트가 다른 줄 새삼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밝고 억세고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기품 있고 엘리자베스 만큼 자존심 강하고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다아시 사이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달라 보이는 삶의 패턴들.  잘 만들어진 시골 저택에서 파티가 열리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차를 마시고, 그들이 살고 있는 크고 작은 저택들과 잘 가꾸어진 정원과 시골 풍경들. 이런 한가로운 삶에 완전히 빠져버렸던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그런 사람들과 삶을 비꼬는 듯한 대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경험하지 못한 우리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그 당시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본적이 없는데도 인상깊은 장면은 꼭 영화나 드라마로 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한 영상이 남는 것이었다.

  그 선명한 영상이 바로 두 번째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엘리자베스가 펨벌리를 찾았을 때다. 펨벌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이 소설 전체의 배경인양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다아시의 후광이 컸던 것일까? 아마도 엘리자베스보다 내가 더 다아시에게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자베스가 펨벌리의 저택을 구경하고 정원을 빠져 나오기 전, 우리의 기대에 적합한 타이밍으로, 다아시가 나타나는 장면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영화 속의 한 컷처럼 분명하게 남아 있다. 펨벌리의 멋진 풍경과 함께.

  지금은 어떤 책을 읽어도 그때의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 나이 탓일 게다.  하지만 그때의 감성으로 책을 읽고 싶고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이희재 옮김 / 김영사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는 읽어야지 미루기만 하다 며칠 전 비로소 읽기를 끝냈다. 단 다섯 글자의 제목이 글의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었다. 특히 요즘 뉴스에서 다뤄지고 있는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비꼬았다해서 이슬람계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뉴스 등을 보거나 일본의 지배로 지금처럼 대만이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일본 관리들의 말을 전하는 뉴스들을 보노라면 세상은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그대로의 모습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과연 이런 문명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였다. 100여 년 전 열강의 틈바구니에 나라를 내 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밖에 없을까? 우리는 우리를 지켜낼 힘을 갖추고 있을까? 중화문명과 서구문명의 틈바구니에서 온전한 모습의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본을 중국과 한국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명에 포함시키지 않고 하나의 문명으로 보고 있었다. 대체로 정확한 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는 중국과도 수많은 전쟁을 치뤘고 일본과도 많은 전쟁을 치뤘다. 그러나 중국보다는 일본에 대한 거리감이 훨씬 크다. 이런 것들이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중화문명에 포함되기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가 거대한 중화문명에 속한 작은 나라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좀 착잡해지기도 했었다. 거대한 문명들이 충돌했을 때 문명의 핵심보다는 주변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전면적인 문명의 충돌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였다. 요즘의 세계를 보면.

  가끔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만 근시안적인 일상에만 매달려 있다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조금은 넓혀 줄 테니까. 다만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수많은 갈등이 얽히고 설킨 공간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분명 문명의 공존을 간절히 바라면서 썼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글방 142
스티븐 호킹 지음 / 까치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막연하게나마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물론 이 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직까지 인간은 우주를 완전히 기술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물리학자나 수학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한의 우주를 기술하기에는 인간은 너무도 작은 존재일 테니까. 또한 이 책속에서 말하고 있는 이론들을 1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용어들의 낯섦도 그렇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간단한 그림이나 설명으로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물리의 개념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깨달음이 있다면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이 불가사의하고 무한한 우주에 비해 지구란, 인간이란, 나란 얼마나 미미한 존재냐 하는 것었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지만 읽는 내내 느껴지는 긴장감은 정말 좋았다. 내가 전혀 접하지 못한 영역을 바늘 구멍으로라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세계는 거대한 거북이 떠받치고 있다는 고대의 생각부터,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 , 갈릴레이, 뉴턴, 이제부터는 도무지 모호하기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불확정성 원리, 블랙홀, 특이점, 끈이론까지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를 함께 따라가보았다는 정도에서  이 책을 선택한 만족감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더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또 다른 대중 과학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내게는 퍽 좋은 일이었다.

  이 책은 시간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우주를 기술하는 인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때문에 지적호기심이 큰 사람에게는 더 감질나게 만드는 책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첫걸음으로 해서 우주를 향해 발을 디밀어본다면 그 감질나기만 한 우주의 속살을 한 번 만져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었다. 수 백년, 수 천년 뒤 우리 후손들은 우주의 법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의 법칙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과학 소설처럼 미래의 누군가가 내게 와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상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 4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