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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인물들 모두가 강렬하고 원초적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이렇게 원시적이기까지 한 인물들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경이로웠다. 답은 작품 속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광할하고 거칠고 냉혹한 땅과 전쟁하듯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 낸것이다. 그들은 그 거친 땅에 압도되는 인물들이 아니라 하나 하나가 제 목소리를 제 얼굴을 분명하게 지닌 인물이었다. 작품 속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비중을 차지 하는 인물일지라도.
"벌거숭이소'"의 메로, 노인(아버지)의 애인을 훔쳐 달아난 뒤로 60년 만에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는 인물이다. 자신 만의 여자와 땅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그의 영혼은, 벌거숭이 소가 반쯤 가죽이 벗겨진 채로 뒤돌아보듯이, 언제나 자신이 태어난 와이오밍에 머물러 있었다.
"아름다운 박차"의 카 스트롭,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는 인물이다. 아내는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후 집을 떠났으며 아내와 언쟁 중에 생긴 교통 사고로 온몸에 철심이 박혀 있다. 밑바닥 삶이나 다름없이 몰락해가는 어느 날 박차를 단 친구의 아내에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욕정을 느낀다. 그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몸속에 있는 금속들이 자석처럼 박차를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박차는 그를 점점 더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 박차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던 것처럼.
"브로크백 마운틴"의 애니스와 알마, 애니스는 좀더 감성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아름다운 장소였던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는 끊임없이 알마를 설득한다. 현실에서도 그들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찾기를 갈망하며. 알마는 애니스를 사랑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20년 동안 애니스를 만나면서도 가족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 애니스가 죽자 애니스의 진실된 사랑을, 브로크백 마운틴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와이오밍 어느 곳에서 오늘 이 시간에도 실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와이오밍의 외딴 농장에서 거친 땅과 소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제 입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작가가 그대로 들려주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생생하다. 사람들도,여름을 앞두고 눈을 흩뿌리는 하늘도, 바싹 마른 땅도, 홍수로 넘쳐나는 계곡도,물 속 다리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박차도,그 박차에 홀려 버린 인물도. 그 인물은 살아가기 척박한 땅을 때로는 저주하며 떠나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떠나지 못하는 그 땅에 사는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