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늙는가 - 진화로 풀어보는 노화의 수수께끼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최재천.김태원 옮김 / 궁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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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나 건강에 관련된 책들이 요즘 왕창 쏟아져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적게 먹고, 채식하고 운동해라 정도의 결론에다가 병원에 자주 가라니, 호르몬 요법을 받으라니 하는 의료업계광고 팜플렛에 불과한 책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노화에 대해 어떤 '확실한' 결론도 없다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다. 헤이플릭 한계도 텔리미어의 단축도 아직 노화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한 메커니즘이며,  '날씬한 사람이 오래산다' , '운동하면 노화를 방지한다' 와 같은 언뜻 확실해 보이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적게 먹고 채소를 먹으면 오래 산다'는 식의 주장이 많은데,  그 효과도 거의 미미한 수준이며  하버드대학의 30년간의 연구결과 수 십년 조깅을 하는 사람이 겨우 1,2년 더 산단다니 '운동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 30년동안 조깅을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감안해보라!. 1,2년은 너무 적은 보상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노화관련 연구는 대부분 쥐를 이용한 것들이라 인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보다 '과학책' 답다고 하겠다.  과학은 선거운동이 아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단호히' 천명하는 사실은 285 페이지의 '현재는 어떤  약물이나 생활습관,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으로도 노화를 늦추거나 막을수가 없으며.  어떤 광고나 학설도 온전히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꽤나 슬픈 결론이지만, 지금 시점의 우리는 늙고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사회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편안히 늙어 죽을 방도를 궁리해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공동번역자 '최재천'은 요즘 굉장히 책을 많이 낸다. . 그 중에는 ''황우석'과 함께 쓴 '나의 생명이야기'(2005)도 있다. ( 이 책에선 이 책의 저자에게 논문지도를 받았니, 안부를 주고 받는다니 하는 자기자랑을 해대고 있다 )

번역을 직접 해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쉬운책이라도 온전히 번역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연구와 강의에도 빠듯할 교수가 이 토록 책을 많이 낼수 있다는것이 놀랍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자기 이름을 달고 얼마나 더 많은 책을 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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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사는 사람들 -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
정순택 외 지음, 윤수종 엮음 / 이학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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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범함'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이루기 힘든 '목표' 일수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은 어떨 때는 타인의 가슴을 잔인하게 찢어버리는 흉칙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 전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타인들에게 툭툭 내뱉는 말이나, 평범하게 보이는 행동들이 어떨 때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를  관용하려면 먼저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기본 나가리'교육이 전혀 없는 곳이다. 점수따기만 시킨다. 기껏해야 '성현의 말씀' 을 한줄 지껄여대고  것을 '진짜 교육' 라 우기는 한국에서  교육은 그저 '돈벌이 수단'이다. 

동방예의지국? 그런 국가는 없다. 

어떤이들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대한민국의 '평범함' 에  고통받고 있다. 

한국인들은 공허한 '나라만세'는 과도하고  '섬세함', '배려' 같은 미덕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부분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직 한국사회는 이런 소수자를 담은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때문에 이 책은 '교육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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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
오진탁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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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쉽게 읽힌다는 게 큰 장점이다. 지하철이나 약속장소 등에서 읽어나가도 무난한 책이긴 하나 죽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궁리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거의 양이 차지 않을것이다. 한마디로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을 모아둔 '재탕질' 스타일의 책이다.  

책의 논조가 다소 보수적이라는 것도 흠이다. 자살하는 사회풍토를  개탄하는 지은이의, . 특히 인터넷 풍조 등을 비난하고 , 자살옹호론을 반박하는 저자의 논리는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다. 결국 착하게 잘살아야 잘 죽는다는 식이거나 걸핏하면 티베트 선사나 '업' 따위로 자신의 주장을 보충하고 있어 시골 복덕방 영감쟁이 냄새가 제법 풍긴다. 철학자의 섬세하고, 심오한 통찰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꽉막힌 노인이나 권력자들의 입바른 훈계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막판에 천사되기' 의 한계다.  

그러나 별로 철학자 답지 않은 저자의 글들에서 오히려 '친근감' 이나 '희망'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병실에 하나 꽂아두고, 시간 날때 훑어보는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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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원전 - 역사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2,500년 현장의 기록들
존 캐리 엮음, 김기협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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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이고,  글쓴이의 입장에서 현장감을 느낄수 있다는 것일게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제법 성공적으로 보이며, '기획 상품' 으로 매력이 있다.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런 르포르타쥬는 자칫 '살인엽기 기록' 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도 그런 기록이 많다. 유태인 수용소 가스실에서의 비명들이나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목이 잘린채 입술이 움직이는 장면, 일본군이 연합군장교들을 사무라이식으로 목을 잘라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 등 상상하기에 매우 끔찍한 장면들이 제법 묘사되어 있다.   물론 그런것도 엄연히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만하다. 무엇보다 전쟁과 광기에 물든 인간들이 얼마나 잔인해지는가 그리고 무감각해지는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번역자의 간단한 안내도 깔끔하고 적절해보인다. 

그러나 단점은 역시 '가격'이 되겠다. 또한 '책'이라기보다 '기획상품'의 여운이 느껴지는 것도 책을 평가하는데 플러스는 아니다. 우선 책값이 비싸다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게 못된다. 비싼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가격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편집자의 관점이 담겨져 있었겠지만, 몇 몇 사건들이 빠져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기획 아이디어나 그 내용이 괜찮음에도 별 3개를 주고 싶다. 괜찮지만 도서관에서 빌려봐도 아쉬움은 없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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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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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로버트 헤어 박사는 사이코패스를 25년 동안 연구해온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그는 최근에 방영된 KBS 의 ' 악의 가면, 사이코패스'에도 등장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100% 확신할수는 없으나 내 주위에 실제로 이와 아주 흡사한 인간을 2명 정도 알고 있으며 이들에게 매우 심각한 피해를 당한바 있어 이런 성격에 대해 궁금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를 직접 대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럴수 있겠으나, 직업상 이런 경우를 직접 경험했던 본인은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같은 내용의 중복' 이나 '산만한 써먹을수 없는 내용(써먹을수 있다. 없다로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행태도 우습지만)'이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는 양심이나 죄의식, 동정심이 전혀 없이 살인,폭력, 강간, 사기를 행사하는 반 사회적인 인간을 뜻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단한 거짓말쟁이이며(세계적인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조차 속아넘어갔을 정도로) 거짓말이 들통나도 전혀 개의치 않는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이 책의 저자가 계발한 PCL-R 을 이용하여 감별한다. 정신이상자라고도 볼수 없는,  타인에의 공감의 부재, 폭력을 휘두를수록 침착해지는 이들의 특징은 일반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보다도 훨씬 위험한 존재임을 알수있게 한다. 한마디로 인면수심의 '차가운 뱀' 인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느꼈지만 이들을 대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 그놈은 내 평생 만나본 인간중에 가장 사악했다' 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노인의 목을 밴 후 죽어가는 장면을 웃으면서 묘사하거나,  똥을 자주 싼다는 이유로 아이를 벽에 던져 살해한 이야기를 태연히 하는 그들의 잔인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비유하자면,  인간이 사악하게 변한게 아니라,  악마가 사람이 되었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이들의 발생원인은(유전자, 뇌구조의 이상은 어느정도 밝혀졌다) 물론 명확한 치료방법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각종 심리치료를 악용하여 더욱 교묘해진다고 한다.  이 책에도 뚜렷한 치료방법이나 대책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유영철을 비롯한 연쇄 살인범들 뿐 아니라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 예컨대 박정희나 전두환, 정주영, 이건희 등도 해당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본다.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전 인구중 1% 라 함은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적어도 1번은 마주칠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우리 주위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술술 읽히고, 흥미진진하다는 장점외에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그리고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이를 숙고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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