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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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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작, 전은경 옮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이 친구와 만나면 대부분 12시간은 넘겨야 헤어지기 때문에 기록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친구에 대한 애정만 커질 뿐 친구와 나눴던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몇몇 편린들. 기형도 25주기, 함돈균 문학평론가, 미쉘 뷔토르 '변경', 알랭 로브그리예, 페르난두 페소아, 로만 야콥슨... (왜 우리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더 유창해지는가!) 실상 이름만 알 뿐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무명으로 이뤄진 대화 속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란 이름이 나왔다. 난 문지 시집 뒷장을 뒤적거리며 보았던 황인숙의 시집 제목을 떠올렸고 아는 척을 했으나(이 책도 역시 읽어보지 않았다) 그는 해외소설이라며 나의 허튼 수작을 단칼에 단죄했다. <변경> 뒷표지에 적힌 줄거리를 읽더니 친구는 그 책과 이 책의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차라는 공간, 포르투갈이란 유럽이지만 약간 변방의 느낌을 갖고 있는, 옛날 같았으면 에우제비오와 루이스 피구, 파울레타, 콘세이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나라였겠지만 지금 내겐 페소아의 나라로 기억되는 나라. 2007년에 발간된 적 있는 이 책이 7년만에 단행본으로 묶여나오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추천글 중 하퍼스의 글이 가장 인상적인데 저자의 철학적 면모를 사르트르에 비교하고, 작품적으로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에 비교하다니... 음... 닥치고 읽어야 겠다. 


 토마스 베른하트르 작, 배수아 옮김


번역가로서 맹작업 중이신 배수아 작가?번역가 님의 신작?이라고 해야 하나? 무튼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비트겐슈타인의 조카가 배수아의 손을 거쳐 97년 판에 이어 17년 만에 재탄생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문학동네 세계문학 '몰락하는 자'로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이 책 역시 읽어보지 않았으므로...(추천리스트를 쓰면서 자괴감이 점점 쌓여가네요...)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이란 20세기 천재 철학자와의 저자와의 요상한 인맥 - 실상은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이자 자신의 친구였던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나눈 기이한 우정에 대한 회고록

이라고 하는 베른하르트의 자전적 소설. 


뭔가 에곤 실레 그림 같은 삐딱하고 불온한 표지 그림이 반은 먹고 들어가고?! 

뭔가 지적이고 어려울 것 같지만 읽어보고 싶은 느낌을 팍팍 주는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안토니오 타부키 작, 박상진 옮김


드디어 읽어본 작가 등장! 후훗.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선집을 통해 '꿈의 꿈'이란 독특한 타부키의 세계를 만나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은 페소아를 사랑한 그가 보내는 연서, 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죽음으로 인해 '빈집'에 갇힌 사랑의 노래, 자기위로와 연인-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레퀴엠이다.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페레이라가 주장하다'가 있는데 추천글을 보니 레퀴엠을 먼저 읽어보고 싶어진다. 페소아의 일기를 모은 불안의 책이 있지만 배수아 작가가 새롭게 번역한(완역한) 불안의 서와 함께 페소아, 리스본, 타부키 - 꿈, 환상, 현실이 뒤섞인 아름다운 세계로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 김윤하 옮김


나보코프의 유작. 그는 가족에게 이 미완성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카프카의 원고들처럼 다행히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들(근데 태우고 싶은데 자기가 태우지 왜 이렇게 지인에게 부탁을 하는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하긴 소송 같은 작품을 보면 대가들이 생각하는 '완성'과 범인이 생각하는 '완성'의 갭이 좀 큰 것 같긴 하지만 ㅜㅜ) 고등학교 때 읽었던 작품들 중에 기억이 전혀 안 나는 몇몇 작품이 있는데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그 중 하나였다(그 그룹의 대장들은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등이 있다...) 롤리타, 절망 같은 작품들을 갖고 있는데 나보코프의 창작노트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더 수월하게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중혁 저 


빨간 책방에서 흑임자로 맹활약 중이신 김중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펭귄뉴스에 수록된 단편 몇 개와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수록된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장편소설 좀비들 정도를 읽어봤다. 최근 한국과 영어로 두 개의 언어로 쓰여진 바이링궐에디션 시리즈에서 김중혁 작가의 작품이 하나 실렸는데 카테고리가 '유머'란다. 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최대 무기는 유머라고 생각한다. 웃음으로 상대방의 긴장을 풀게 만들면서 조금씩 접근해 보통 같으면 기억에 남는 강펀치 한 방을 날리고 퇴장할 텐데 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읽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다 알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다 읽고 나면 뭐가 뭔지 헷갈려 다시 읽게 되는... 

뛰어난 가독성과 유머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이상한 꿈을 꾼 듯한 찝찝한 기분이랄까,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랄까. 역시 '구들링'(구들장에서 뒹글뒹글하며 몽상을 하는 것)의 달인답다. 리드미컬한 문장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독자를 소설의 '막장'까지 쉴 틈 없이 끌고 간다. 아마도 그와 주파수가 맞는 독자라면 그 열차는 'express'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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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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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은 내 생애 첫 대선이었다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선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었다나의 내일을 위한 내 일선거. 4대강용산참사한진 등 최고의 후보에서 최악의 대통령으로 소개된 MB정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지만 다시 도돌이표처럼 이명박근혜 보수정권10년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인터넷에 올린 유아인 씨의 글처럼 어쨌든 51대 48, 국민의 반끼리 분열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대통령이 잘해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자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이다자신의 이념감정에 휘둘려 현상을 왜곡시키고 본질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정치올바르게 다스림이 될 수 없을 것이다물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책에서 말하는 보통사람’, 일반시민이 지배의 주체는 아니다그렇다고 해서 정치의 주체에서 배제되는 것 또한 아니다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줄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하고최적의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그 후보에 당선돼 공직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면 총선이나 대선 때 투표용지에 한 번씩 도장이나 찍는 선거의 주체가 아니라 정치의 주체로 시민이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본 서용순 교수의 글을 인용해보려고 한다.

 

 <주체성을 잃은 아우성>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의 주체성이란 이러한 자본-의회주의적 담론에서 벗어나 불가능한 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접근하는 실천적 주체성이다말하자면이 주체성은 기존의 모든 지배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실천적 동력인 것이다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하루하루 살기 바쁜 이 마당에 무슨 다른 생각을 하란 말인가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여전히 지배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바디우의 철학이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은 정확하게 오늘날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의회주의적 논리와 일치한다이 실천적 주체성은 열성과 인내를 요구한다그저 몇 년에 한 번 투표장에 나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곧 실망하고 마는 자본-의회주의의 정치 행위와는 전혀 다른 실천의 지속을 요구하는 것이다사실 오늘날의 대의제 정치는 순전히 게으름뱅이의 정치다이것저것 귀찮고살기 바쁘다.정치는 그냥 정치인이 해라그렇게 사람들은 직업 정치인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우성을 친다그리고 다음 선거를 기다린다또 투표하고또 실망한다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된다대의제 정치를 유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구조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어떤 경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세계의 변화는 오늘날의 대의제 정치라는 유일한 가능성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다른 가능성을 찾을 때만 가능하다그리고 그 다른 가능성은 오늘날 불가능한 것으로 낙인찍힌 것에서 나온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 2013년 12월 19일 ()바디우가 우리에게 남긴 것 -

  이 지점에서 이철희 소장의 뭐라도 합시다는 결국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수단인 정치를 통해서 뭐라도 하자는시민이 자신의 생계에 쫓겨 혹은 바뀌지 않은 세상 때문에 느낀 정치에 대한 환멸에 의해 형성된 정치적 무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주체로 거듭날 것을 각성하는 구호가 될 것이다.

 대부분 자기계발서가 저지르는 만행-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부족잘못으로 돌리는 우를 이 책은 범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정치의 경우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1=1선거 안에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권력이 많든 적든 남자는 여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정치를 외면할수록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는 이 띠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민주주의란 현 단계에서 최선의 체제 속에서(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목숨을 바쳤는가우리가 최소한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최대한의 피해를 돌아올 수 있다는 섬뜩한 전언이 되는 것이다별것도 아닌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는‘, 그렇다는 것은 최소한 정치와 시사에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므로최소한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내 생활을 바꿀 수 없고정책을 바꿀 수 없고나라를 바꿀 수 없고,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본격 현실정치를 다룬 책은 얼마 본적이 없어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겁먹었던 게 사실이다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 소설책 못지않게 가독성이 뛰어나고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한국의 정치사부터 다음 대선에 대한 분석 및 전망까지 정말 알차고 재밌었다한 가지 아쉬운 건 외국의 사례를 들 때 미국으로 조금 편중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아무래도 대한민국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표방하고많은 정치학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이철희 소장도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경향이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책 후반부에 나오는 것처럼 독일식 사회민주주의발전보다는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근 흐름에 맞게 유럽의 사례가 좀 더 소개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되신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대통령을 향한 뼈가 되고살이 되는 조언을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한다.(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이야기에 소개된 이신조 소설가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서경식 교수의 저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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