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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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지만 안 쓰는 것보다 백 번 나을 것 같아 장류진 소설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서평을 써보려 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표제작인 탓에 소설집 전반에 대한 서평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 단편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둔다.

작고 앙증맞은 소책자가 와서 살짝 당황했다. 가제본 서평단을 몇 번 해봤기에 소설집이 올 줄 예상했는데 알라딘에서 소설을 사면 가끔 같이 왔던 단편 한 편이 담긴 소책자였다

(삼천포 1 : 10여 년 전 인터파크 도서를 이용했다. 그때 소책자를 처음 접했던 걸로 기억한다. 김연수 소설가의 <세상의 끝, 여자친구> 단편을 좋아했기에 이 한 편만으로 이뤄진 소책자를 애정했다. 이토록 미니멀하면서 완벽한 사물이 또 있을까 싶었던.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하고, 한 권 분량으로 엮을 규모가 되면 책을 내는 기존의 소설 출판 방식과 다른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창비 Q 시리즈도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책의 두께와 판형, 재질 등이 앞으로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트북은 아직 못 건드리고 있는 분야인데 배수연 시인님의 sns를 통해 꾸준히 영업(?)당하고 있다...)

다른 단편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살짝 아쉬웠지만 기한 내에 서평을 제출해야 했기에 소박한(?) 부피에 안도감이 들었다. 금방 읽고 금방 쓸 수 있겠는데 ! 이 예상은 반만 맞았다.

풉풉. 읽는 내내 잽을 수없이 허용했다. 경쾌한 스텝, 문장에서 문장으로 이어지는 리듬감이 경쾌했다. 후루룩 면치기를 하듯 끊김 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와 있었다. 일단 재밌었다. 30만 뷰의 기념비적 지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소설의 고정 독자층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잘 모르지만 30만 뷰는 평소에 소설을 읽지 않는 분들이 대량으로 유입된 결과임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수치였다. 단톡방 들을 넘나들며 휴식시간에, 출퇴근 시간에, 점심시간에, 혹은 업무시간 도중에 소설이 동시다발적이고 폭발적으로 읽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살짝 전율이 일었다

(삼천포 2 : 30만 ‘뷰‘는 30만 ‘권‘ 판매와 다른 의미겠지만 앞으로 이 뷰의 방식으로 소설이 향유되는 영역이 점점 확대되지 않을까, 거기에 발맞춰 소설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해봤다. 창비나 문학동네에서 시요일 같은 어플리케이션도 만들고, 팟캐스트나 웹진 등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플랫폼이나 콘텐츠 개발에 힘 썼지만 아직 스마트폰에서 창출할 수 있는 독서 시장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밀리의 서재나 전자책, 오디오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시점인 것 같긴 한데... 어쩌다 보니 자꾸 출판의 미래(장은수)-출판하는 마음(은유)의 자리에서 ‘시장‘을 논하게 된다. 출판마케팅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이 주워들은 내용 바탕으로 주절주절 떠드는 건 여기까지 하기로 !)

리뷰를 어떻게 쓸지 생각하던 차에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단기알바 할 생각 없냐고. 나는 덥썩 물었다. 2주가 채 안 되는 진짜 단기알바였지만 회사에서 ‘사무‘보조 업무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소설을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정주행했기에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문화라든지, 스크럼 같은 실리콘밸리산 사내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소설 주인공 안나가 영어이름 anna를 쓰는 것처럼 검블유에서도 임수정 배우가 맡은 배타미는 사내에서 영어이름으로 tommy[타미]를 사용한다) 하지만 소설에도 나오는 것처럼 여긴 리얼 실리콘밸리가 아닌 판교. K-실리콘밸리의 독특한 풍경과 문화를 그려내는 데 작가가 힘을 많이 줬을 거라 짐작했다. 아쉽게도 내가 일한 곳은 판교가 아닌 양재였지만 신분당선의 바이브 정도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을 하면서 소설을 새롭게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분절화된 시간 감각 정도가 아닐까 싶다. 사무보조 업무 특성상 상사나 동료와 협동하거나 갈등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사내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거의 없었지만 점심시간에 강남 ㅡ 판교에서 직거래를 하는 거북이알의 시간 감각 - 생활리듬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알바 자리를 소개해준 선배에게 이 소설의 원소스, 당근마켓 ㅡ 현대카드의 실화 존재를 알게 되면서 장류진 소설가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쓰면서 구사한 미학적 전략이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블로거에 의하면 판교에 실제로 없다는 육교가 소설적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소설을 한 번 더 읽어봤다. 그리고 나는 소설을 이렇게 읽었다.

일단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시작은 스크럼 풍경을 제시하는 걸로 이뤄진다. 곧 화자(안나)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우동마켓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직원임이 밝혀진다. 회의시간에 대표는 거북이알을 거론한다. 거북이알을 쓰는 유저가 중고거래 게시글을 도배하다시피 많이 올렸으며, 올린 상품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새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대표는 안나에게 십만원을 주면서 거북이알을 만나서 게시글을 적게 올려달라는 요청을 하고 오라고 지시한다. 안나는 중고거래를 마치고 급히 발길을 재촉하는 거북이알을 붙잡고, 거북이알은 샌드위치를 사겠다며 안나와 카페로 향한다.

거북이알이 ‘거북이알‘이 되어야 했던 탄생 설화는 이렇다. 거북이알은 유비카드에서 해외 공연을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유비카드 회장은 클래식에 조예가 높고, 회사 카드로 주말에 장을 보는 소탈한 모습으로 인스타에서 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그러던 중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급 연주자인 루보프 스미르노바가 아시아 투어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회장의 인스타에 루보프의 내한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회장은 거북이알에게 ‘루바‘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면 특진을 약속했고, 거북이알은 회사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장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 계약을 따냈다. 그런데 거북이알은 약속대로 특진이 되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 루바의 내한공연 확정 공지를 띄우는 바람에 자기 인스타에서 가장 먼저 소식을 올리고자 했던 회장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회장의 인스타 자아가 이 정도로 강성할 줄 몰랐던 거북이알의 패착 혹은 ???? 왓 더 ....

거북이알은 강남에서 판교로 좌천급 인사 이동을 당했다. 이때까지는 괜찮았다던 강한 멘탈의 소유자 거북이알은 ‘반년 짜리 사건‘의 희생자가 되면서 무너지고 만다. 반년 짜리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거북이알의 PT(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몸소 행차한 회장은 ‘포인트를 주면 사람들이 좋아합니다‘는 거북이알의 답변에 그러면 거북이알도 포인트를 좋아할테니 월급을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그 커다란 숫자를 보는 순간, 거북이알은 심장께의 무언가가 발밑의 어딘가로 곤두박질쳐지는 것만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소위 갑질을 당했을 때 비슷한 경험들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다, 어딘가를 순간적으로 맞은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납덩이 같은 게 가슴을 끌어내리는 느낌 혹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져서 가슴이 가라앉는 느낌, 다채로운 표현들을 관통하는 공통특질이 있다면 경화 작용(가슴께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음), 무거움, 하강의 운동 정도가 아닐까 싶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으로 대우받으며 살다가 갑자기 사물-노예 수준으로 격하당했을 때 생리적 변화양상. 한 개인이 인격체로서 지닌 자아존중감과 존엄성이 일격에 의해 치명적으로 손상되면서 갈라진 틈새로 피어나는 모멸감. 상처가 곪으면서 악취가 나듯 모멸감은 인격이 부정되는 순간 부분적으로 죽어버린 인격-영혼에서 나오는 죽음의 냄새 같은 게 아닐까. 그런데 거북이알은 이 모멸감에 압도되어 우울이나 원한에 빠져들지 않고, 유머로 상황을 되치기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억지로 출근해서 하루를 보낸 그날 저녁, 이상하게도 거북이알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포인트로 모닝커피 마시고, 포인트 되는 식당에서 점심 먹고, 포인트로 장 보고, 부모님 생신선물도 포인트로 결제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보내고 나서 그녀는 모든 것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원래 내가 받았어야 하는 건 포인트가 아니라 돈인데... 사실 돈이 뭐 별건가요?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죠.”(24-25)‘

그녀가 이렇게 객관적인 인식을 통해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전략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는 일종의 판단중지(epoche), 다른 하나는 🐢 거북이를 보며 심신의 안정을 적극적으로 취한 마음챙김의 실천. 일반적으로 우연한 불행의 당사자가 되면 그 불행과 고통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어떻게든 논리구조를 구축해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인생을 잘못 살아서 벌을 받는 거라는, 신이 벌을 준 거라는 심판의 서사가 있다. 벌은 있는데 죄가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미치는 것보다 죄를 어떻게든 발명해서 죄 ㅡ 처벌 ㅡ 종교적 구도를 통한 죄의 사함 도식이 형성되면 어떻게든 앞으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거북이알에게 불행을 준 당사자가 실재하기에 복수라는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거북이알은 부조리한 현실을 이해하려 애쓰다 존재가 소진되는 길을 택하기보다 부조리를 부조리로 인정하고 자신에게 남아 있는 일상ㅡ현실을 지키는 데 집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과 사고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었다. (23)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24)

적과 오래 싸우다 보면 적을 닮아가게 된다는 말처럼 이상한 세상을 이해하려다 자신마저 이상해질 수 있었을 텐데 거북이알은 이상한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섞지 않고 분리시킨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분리-격리 조치. 어쩌면 거북이알은 정말 ‘거북이알‘을 만들어 단단한 껍질로 이상한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평화와 행복으로 표상되는 거북이 세계에 집중함으로써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해석해보면 그녀가 프로필 사진에 거북이의 맨얼굴(?)을 올린 것도 의미심장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이상 과도하게 의미부여하면 뭔가 이상해질 것 같아 여기서 멈추는 게 나을 듯 싶다.

그렇게 거북이알의 탄생신화를 공유한 둘은 바깥 세상의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계단을 다 올라가고 나서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육교가 길 건너편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다시 우리가 있던 쪽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육교가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는데, 도로와 평행하게 놓여 있었다. 거북이알이 내게 물었다.
“이상하네. 이걸 육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설계를 잘못한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하면 육교 아래쪽에 그늘이 생기니까 비나 햇볕을 피하라고 만들어놓은 건 아닐까요.”
“직장인들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으니까 잠깐이라도 운동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조형물일 수도 있어요. 법으로 정해두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만든 것 같은 성의 없는 조형물이 건물마다 하나씩 있으니까.”(29-30)

거북이알과의 대화를 통해 안나는 육교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유연하게 사고를 펼친다. 그리고 내가 이 소설에서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다시 엔씨소프트 사옥을 바라봤다. 거대한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옆으로 길쭉한 ‘ㅁ’자 같은 모양새였다. 그 사이로 한낮의 쨍한 하늘이 보였다. 사원증을 걸고 커피를 들고 돌아다니다보면 누구나 한번씩 올려다보게 되는 네모난 하늘이었다. 나는 액자 틀을 두른 것 같은 네모반듯한 하늘을 볼 때마다 그 속으로 무언가가 통과해 지나가는 상상을 했다. 용, 새떼, 열기구, 헬리콥터.(31-32)

이 액자 틀에서 용, 새떼, 열기구, 헬리콥터들을 지나가게 하는 상상력이 장류진의 소설을 탄탄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명랑하고 발랄하면서도 내공이 있달까. 추천사를 보며 10여 년 전 [달려라 아비]를 펴낸 김애란 소설가가 문단에 처음 등장했을 때가 생각났는데 김애란 소설 속 인물들 중에서 반지하 자취방이나 옥탑방에서 나와 판교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이 되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글렌 굴드, 조성진을 들으며 제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는 여성. 그리고 거북이알 ㅡ 타자의 이야기는 안나로 하여금 케빈이란 또 다른 타자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로 이어진다.

“코드를 좀 멀리서 보면 어때요?”
케빈이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자기가 짠 코드랑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덧붙였다.
“버그는 그냥 버그죠. 버그가 케빈을 갉아먹는 건 아니니까.”
케빈의 시선이 내 운동화 쪽으로 향해 있었다. 나는 화단에서 풀쩍 내려와 바닥에 두었던 쇼핑백에서 캡슐커피 머신 상자를 꺼내들었다.
“이거 탕비실에 놔둘게요. 같이 마셔요. 캡슐은 대식이한테 사달라고 하려고요.”

아마 대표는 계속 스크럼을 한 시간씩 하고, 안나에게 껄끄러운 일을 맡기고, 아이폰 개발자의 추가고용은 오랫 동안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안나가 잘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버그 얘기처럼 케빈의 언어로 케빈과 대화하는 데 점점 능숙해져 좀 더 편안한 사이가 될 것 같고, 어쩌면 거북이알과도 조성진 콘서트를 같이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훗날 안나의 후임이 들어오면 거북이알처럼 이야기를 선물해줄 것이다. 이 이상한 세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겪은 삶을, 이 일의 기쁨과 슬픔을. 부디 안나의 휴가가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 채워지길 소망한다. 그런 응원이 안나에게, 내 친구들에게, 그리고 내게 필요할 것 같다. 그러니 일의 기쁨과 슬픔을 사서 읽자 ! 주변에 선물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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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헤밍웨이 (원액)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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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셜록보다 좋았어요 제 입맛엔. 선물용으로도 딱인 것 같아요. 맛 설명은 다른 분들이 거의 완벽하게 해두셔서 보탤 말이 없네요 !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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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 BBC가 방송하고 이종필이 해설하다
스티븐 호킹 지음, 이종필 옮김/해설 / 동아시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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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위대한 설계까지 호킹의 저서들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뭔가 답답했던 일상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게는 빅뱅이론 카메오 출연으로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기억될 호킹. 우주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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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와 근대 - 1883년, 지식의 질서가 바뀌던 날
박천홍 지음 / 너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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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인쇄 매체가 근대화에 미친 막대한 영향에 대해 익히 들어본 바 있지만 조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고민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독립신문, 한성순보 역사시간에 외웠던 이름들이 조선의 근대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궁금합니다. 제목이 ‘활자‘와 근대라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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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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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를 읽으며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김태우의 <폭격>과 허영철박건웅의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 최수철의 <거제, 포로들의 춤>을 합쳐 놓은 소설이겠구나. <폭격>은 북한의 뿌리 깊은 반미감정이 형성되는 데 있어 한국전쟁 시기 북한 인민들 전체를 항시적인 불안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폭격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에서 김태우 선생님이 직접 출연하셔서 특강을 해준 적이 있다. 북한의 선제공격과 이승만의 한강다리 폭파,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중공군의 개입, 휴전으로 이어지는 한국전쟁의 지배 서사 이면의 복합적인 역사적 진실들을 마주하고 싶은 독자 분들에게 적극 권하는 바이다. 북한에서 남과 북 모두에서 인민위원장을 지낸 허영철 선생의 삶을 그려낸 <어느 혁명가의 삶>(스포일러주의)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의 정찬우와 달리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했으며, 출소 이후의 삶까지 담아내고 있어 비교해서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거제, 포로들의 춤>은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긴 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와 같이 실존인물의 수기 및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덧대 만들어졌으며 전쟁포로들의 처절한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곡진하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이상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직접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던 레퍼런스들인데 사실 어렸을 때 극장에서 본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서사창작물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차라리 1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서사창작물들을 접해본 경우가 많은 듯한데 특별히 내가 서구중심주의적 지향을 갖고 있거나 문화 사대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닌 듯하다. 국문학을 전공한 지라 수업시간에 1950년대 대표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전쟁의 참상을 절절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을 읽어본 바 있지만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전쟁의 잔혹한 참상을 고발하는 내용(‘휴머니즘’)과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제외하고 나면 별다른 게 남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쟁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 상태에서 써내려간 작품들의 경우 역사와 적절한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서술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전후의 트라우마를 녹여낸 <오발탄> 같은 작품이 내게는 흥미롭게 읽혔다. 약간의 선입견과 더불어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인문사회과학 계열의 책들로 퍼즐들을 맞춰나갔던 한국전쟁의 실상을 정찬우라는 인간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아는 만큼 재밌는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한 사람의 삶을 내밀하게 그려내는 문학은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매개하지 않고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게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들의 디테일들이 첨가되었을 때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부분을 통과해낸 한 영혼을 더 뜨겁고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최근 한반도의 봄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통일 글짓기 시간에만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통일의 꿈이 부풀고 있는 시점인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통일의 실감을 과거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의 조각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 있어 우리와는 어떤 식으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지, ‘잊혀진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 진실들은 무엇이 남아 있는지 고민하고, 충분히 기억되고 애도되지 못한 영들을 추모하는 일. 사실 이렇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소설의 인물과 진실된 소통을 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체험이 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해보았다. 끝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작가의 말이었는데 인터넷 서점에 게재된 책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절을 가져와봤다. 작가의 말이 그 어떤 서평보다 독서욕을 고취시킬 거란 생각에.

안재성의 한 마디
 
불행했던 우리 역사의 숨겨지거나 외면된 진실을 복원하고 비극적으로 숨져간 영혼들을 달래는 글 무당처럼 살아온 내게 정찬우의 증언은 흥미로웠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미시적으로 생생히 묘사되었을 뿐 아니라, 현대사 공부를 깊이 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당대의 전설적 인물들이 조연처럼 잠깐씩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로서 이념 전쟁의 속죄양이 되어야 했던 정찬우라는 인물의 기구한 운명에도 동정이 갔다
내가 이전에 다룬 역사적 인물에는 한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회주의 계열의 지도자가 여럿 있다. 그들은 전쟁을 반대해야 할 위치에 있었으나 막지 않았으며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정찬우를 비롯한 전쟁 참가자 대다수는 개전의 새벽까지도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정찬우의 수기는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의 관념적인 작전명령과 실제 전선에서 전쟁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들 간의 괴리가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주며, 그의 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구상에 어떠한 전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에 맞춰져 있다. 그의 수기에서 단순한 전쟁 체험기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설화해 널리 알리고자 결심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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