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51

홍대 칼국수집 두리반은 작은 용산이었다

용산에서 5명이 망루에 올라가 불타 죽었지만두리반에서는 뮤지션-예술가들이 공연을 하면서 1년여가 넘는 장기간 동안의 투쟁을 통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홍대의 땅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공연할 공간을 잃어버린 뮤지션들과 재개발을 이유로 적당한 보상금을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주며 자본의 폭력을 행사하려는 대기업에 저항한 두리반 사장님들의 연대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집'을 잃어버린 이들의 '우리 집 지키기 프로젝트',의 성공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한받과 객원댄서 이랑, 하헌진, 강정 jam docu에서도 본 적 있는 밤섬해적단, 회기동단편선 등의 뮤지션이 파티51에 동참했고, 씨네토크에 출연해주신 심보선 시인을 비롯해 1월 11일 동인이 낭독회를 적극적으로 열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예중앙에 연재 중인 '가사 울림통'에 나온 4명이 모두 두리반-파티51에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회기동 단편선, 이랑, 1월 11일 동인인 밴드 MOT의 이이언까지.

아마 용산 이후로 '예술/문학과 정치'가 다시 화두로 떠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예술의 정치성, 미적인 것의 정치성, 예술과 정치의 접점을 찾으려는 다각적 시도가 이뤄져 왔다. 대산문학상 수상 당시 이광호 평론가가 예술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만남을 자신의 비평적 화두로 삼는다는 식의 소회를 밝혔고, 이는 문학과 정치를 탐구하는 다른 평론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중심에 있었던 진은영 시인의 <문학의 아토포스>는 그런 의미에서 문학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일 것이다. 문득 진은영 시인은 두리반 투쟁에 참여하셨을지 궁금해졌다. '베프' 심보선 시인과 함께 참여했을 거란 예상 ^^

용산 사건은 한국 문단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학인들은 <작가선언 6.9>을 발표하고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문집을 냈다. 뿐만 아니라 이시영 시인의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용산을 문학화하고, 증언하고자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의 반응도 비슷한 것 같다. 문학인들의 시국선언과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문집 발간.

 

파티51 관람 후 내게 남은 이미지는 이랬다. 자본보다 무서운 법. 법보다 더 무서운 자본과 유착한 법. <법의 힘>. 현재 법이 자본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지 잘 모르겠고, 법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정의 - 옳은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힘이 약하고, 힘이 강한 사람들은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권력/폭력과 정의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멈추고 정의실현이라고 하는 법의 텔로스를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 정치의 올바른 작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올바른 작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로선 역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지만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앞으로는 정치가 역사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k[1,2])고 말했을 때 정치는 자본주의 시대니까 ~~ 해야 한다 같은 식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 주체들의 자기복제적 중얼거림이 아니라 이 이데올로기의 꿈으로부터 각성해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현실화되지 못한 '오래된 미래'를 지금-여기에 도래시키는 언어, '문자의 사슬을 끊고 나오는 해방된 산문', 임재하는 진리의 언어로 말해지는 그 무엇이 아닐까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다.

 

파티51은 유쾌한 영화였다. 무엇보다 두리반 현장에서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춤추고 열광하며 즐긴 청중들이 부러웠다. 고2나 고3였을 텐데 그때 두리반-파티51을 경험했다면 지금의 나와는 조금, 혹은 많이 다른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마지막으로 회기동 단편선의 라이브 무대 정말 좋았고, 언젠가 꼭 한 번 한받 님과 '돈만아는저질' 댄스를 같이 추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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