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 그의 대표작 <개미>에서 DNA 서사세 가지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서사전략을 자주 차용하는 베르베르는 이 작품에서 다비드 웰즈 등의 인간들과 지구를 화자로 내세운다지구 화자는 흡사 가이아 신을 연상시킨다지구는 자신의 인 석유를 무분별하게 추출하고환경파괴를 일삼는 인류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자연재해를 일으켜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 하지만 지구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은 없다.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는 남극에서 17미터에 달하는 거인을 발견하지만 이를 세상에 공표하지 못하고 빙하에 묻혀버린다이 책의 제목 제3인류는 이 거인이 제1인류이며현 인류가 제2인류이고현 인류가 안고 있는 방사능과 환경오염의 문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진화된’ 인류를 지칭한다초소형 인류 에마슈가 그 주인공이다.

 


 

 

 

 

리뷰 나는 누구인가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중학생 때는 자아탐색을 위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나는 질문을 받았다기보다 질문을 알게 되었다이 질문이 내게 답을 요구한다는 느낌보다 일반상식처럼 사춘기에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정보를 건네받은 느낌이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이 질문이 나오기까지 사유의 과정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 질문을 왜 해야 하는지가 차라리 더 궁금했다이런 걸 궁금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 질문의 실마리가 조금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책에서도 선생님에게서도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예시답변조차 얻을 수 없었다너 자신을 알라하던 소크라테스가 엄청 싸가지 없어 보였다위대한 철학자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속이 배배 꼬인 할아버지의 빈정댐으로 느껴졌다아마 중즈음이었을 것이다(이때 당시 교과서에 <개미>가 수록됐던 걸로 기억한다).


이 질문이 내게 다가온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읽으면서부터였다. <>로 시작해 타나토노트아버지들의 아버지나무파피용개미 순으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사후세계는 실제로 존재할까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타나토노트’), 진화론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인류의 조상은 무엇일까또 최초의 생명의 조상은 무엇일까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아버지들의 아버지’), 인류는 새로운 지구를 찾을 수 있을까만약에 찾는다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또 그곳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다면 지구에서보다 나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까외계인은 존재할까그들의 문명은 우리보다 진보했을까?(‘파피용’) 같은 질문을 막연히 던졌다(너무 깊이 알면 다쳐). 그때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도덕윤리교과서에 나오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문장이 아니라 흥미진진하며 가끔 에로틱하기도 한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지적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매료시켰다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한 반에 두세 명씩은 꼭 베르베르를 읽었던 것 같다탈출구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제3인류는 미싱 링크’, 원숭이와 인간 사이 진화상의 빠진 고리를 찾아 인류학적 근원을 찾고자 했던 <아버지들의 아버지>와 우주범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신인류문명을 건설하고자 했던 <파피용>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우리가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그는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로 인간존재의 근원을 탐사하는 작가의 유형은 아니라는 점이다그는 이야기꾼이다매너리즘에 빠졌다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실망하고 등을 돌린 독자들도 꽤 되지만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그는 올 8월에 예스24에서 진행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작가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급행열차’ 급의 이야기를 타고 달려온 독자들 중에는 하차 이후에 헛헛함을 경험했을 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우는지 알고 있다마르지 않는 샘지적 호기심은 우리를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채운다질문하는 자여그대에게 즐거움이 있을지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5) :

 

아버지들의 아버지(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른스트 슈마허), 센스 앤 넌센스(케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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